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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31일 늦은 오후 경남도교육청 앞 도로에서 ”비정규직 차별철폐, 실질임금 인상, 집단교섭 승리를 위한 신학기 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31일 늦은 오후 경남도교육청 앞 도로에서 ”비정규직 차별철폐, 실질임금 인상, 집단교섭 승리를 위한 신학기 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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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조리사를 비롯한 학교비정규직들이 '차별철폐', '실질임금 인상' 등을 내걸고 거리로 나섰다. 31일 전국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신학기 하루 파업'을 벌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이날 늦은 오후 경남도교육청 앞 도로에서 '비정규직 차별철폐, 실질임금 인상, 집단교섭 승리를 위한 신학기 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경남도교육청은 전체 급식학교 1026개교에 속한 교육공무직이 1만 2653명으로, 이들 가운데 2520명(19.9%)이 이날 파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파업에 참여한 인원(1657명, 13.1%)보다 더 높았다. 교육청은 모든 학교에서 급식이 정상 운영되었다고 밝혔다.

어려움 호소한 급식노동자들 "1년 중 3월이 가장 힘들어"

참가자들은 "집단교섭 승리, 비정규직 철폐"와 "윤석열 심판"이라고 쓴 손팻말을 들었다. 

결의대회 현장에서 급식노동자들은 현장 발언을 통해 갖가지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조리실무사는 "3월은 1년 중 가장 힘든 달이다. 신학기이기도 하고 전보로 인해 처음 보는 동료들과 낯선 환경에서 서로 손과 발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며 "내 할 일도 하기 바쁜데 새로 들어온 신규 조리실무사들에게 업무를 가르쳐주면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은 더더욱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학교의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조리실무사 1인당 식수인원 배치기준에 따라 급식 인력도 줄어들었지만, 급식소 공간은 그대로다 보니 적은 인력으로 큰 공간을 청소하는 일은 정말 힘이 든다"고 했다.

급식소 환경과 관련해선 "뜨거운 물과 기름에 노출돼 있어 화상 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미끄러운 바닥에 넘어지기도 하며, 높은 곳에서 작업하다 떨어져 골절 사고도 많이 일어난다"고 전했다.

이어 "하루 종일 긴장한 상태에서 일을 하고 나면, 퇴근 후에는 병원으로 또 다른 출근을 하는 게 바로 우리들"이라면서 "방학 때는 몰아서 한의원, 통증클리닉병원 등을 다닌다. 어깨 회전근개파열, 손목터널증후군, 테니스엘보, 허리디스크 등 근골격계질환을 치료하느라 방학 기간을 다 보낸다. 그야말로 온몸에 병을 달고 산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특히 한 자리에 서서 튀김이나 전요리, 볶음요리를 두세 시간 동안 작업하고 나면 조리할 때 나오는 연기와 뜨거운 열기로 속이 메스껍고 어질어질하다"며 "찬바람 한번 쐬고 나야 정신이 든다. 그렇게 십몇 년 일하고 나니 이제 조리흄이라는 발암물질로 폐암까지 걸리는 일이 생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동료 조리실무사가 폐암에 걸렸다고 젅한 그는 "정말 무섭다. 먹고살자고 일하는 일터가 죽음으로 가는 곳이라 생각하면 무섭다"며 "정말 무섭지만, 무섭다고 움츠리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느냐. 그래서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차별 고착화-저임금 강요 규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31일 늦은 오후 경남도교육청 앞 도로에서 ”비정규직 차별철폐, 실질임금 인상, 집단교섭 승리를 위한 신학기 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31일 늦은 오후 경남도교육청 앞 도로에서 ”비정규직 차별철폐, 실질임금 인상, 집단교섭 승리를 위한 신학기 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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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자 청소노동자는 "보시는 것처럼 지금 제가 한쪽 팔이 불편하다. 지난 겨울 방학 때 화장실 대청소 준비 중에 넘어지면서 손목 골절 부상을 입고 철심과 나사를 박아 넣는 수술을 했다"며 "현재는 산재로 일을 쉬면서 치료 중에 있다. 이런 와중에도 제가 발언대에 오른 이유는 우리 임금 빨리 안 올려주는 교육감 규탄하고, 학교비정규직으로서 열악하기 짝이 없는 청소직종의 현실도 좀 말씀드리고 싶어서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하루 근무시간은 3시간, 4시간, 5시간, 6.5시간, 8시간 등 학교마다 천차만별이다. 학교 건물의 규모나 학생 수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한 학교당 무조건 1명 배치다"라며 "혼자서 화장실, 복도, 계단 등등 구석구석 청소를 하다 보면 정해진 근무시간 안에 일을 끝내기란 쉽지 않다. 늘 청소 시간이 부족해 쉼 없이 일을 하다 보면 여름에는 땀 범벅, 겨울에는 동상과 감기를 달고 산다"고 말했다.

이어 "어쩌다 몸이 아파 병가를 사용하거나 연가라도 하루 사용하게 되는 날이면 대체근무자가 없기 때문에 그 다음 날은 일이 배가 돼 있다"며 "방학 때 근무가 없고 임금이 없는 경우가 많고 근무일수도 학교마다 제각각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무엇보다도 제가 가장 바라는 건 청소원도 다 같은 임금체계에 포함되는 것"이라며 "지금 중구난방으로 돼 있는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특수운영직군이라고 따로 차별하지말고 우리 청소원들도 다 같이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쌍순 수석부지부장은 대회사를 통해 "날씨는 화창하고 벚꽃도 흐드러지는데, 우리는 또 다시 설레임 보다는 분노를 안고 이 자리에 모였다"며 "폐암에 골병에 죽어나가고 일은 더 힘들어지는데, 일할 사람은 늘려주지 않고, 즉각적인 대책도 안 나오니 열 받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저 내 문제인줄만 알았던 폐암을 비롯한 질병은 나의 잘못이 아니라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방치됐던 구조적 문제"라며 "학교 안 동일노동에 대한 임금차별도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당연시되어 온 구조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정규직 차별을 고착화하고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을 강요하는 정부와 교육당국을 규탄하며,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를 교육가족이라 말하는 전국의 시도교육감들의 결단을 촉구한다"면서 "정부 눈치 그만보고, 우리를 더 이상 우롱하지 말고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이날 지지성명을 통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과 인권침해 없는 학교를 요구해온 청소년들의 외침은 연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총파업은 학생인권을 바라는 학생들에게 있어 학교의 변화를 위해 투쟁하는 동지를 만나는 일이다. 그렇기에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진보당 경남도당은 논평을 통해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목숨까지 바쳐야 아이들 밥을 할 수 있다면, 이게 어딜 봐서 정상인가. 세계 최고 수준의 무상급식을 지탱해온 힘은 바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생 덕분이다"라며 "비정규직 임금차별 해소, 급식실 폐암대책 마련, 적정인력 확충을 위해 끝까지 함께 싸울 것"이라고 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31일 늦은 오후 경남도교육청 앞 도로에서 ”비정규직 차별철폐, 실질임금 인상, 집단교섭 승리를 위한 신학기 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31일 늦은 오후 경남도교육청 앞 도로에서 ”비정규직 차별철폐, 실질임금 인상, 집단교섭 승리를 위한 신학기 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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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31일 늦은 오후 경남도교육청 앞 도로에서 ”비정규직 차별철폐, 실질임금 인상, 집단교섭 승리를 위한 신학기 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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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학교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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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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