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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2년 1월 29일 미국 텍사스주 콘로에서 열린 집회에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2년 1월 29일 미국 텍사스주 콘로에서 열린 집회에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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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역대 미국 전·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형사 기소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대배심이 성인 배우에게 성추문 입막음을 위한 돈을 지급하고 회사 서류를 조작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 CNN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변호하는 조 타코피나 변호사를 통해 기소 사실을 확인했다.

당초 뉴욕 맨해튼 대배심은 봄방학과 부활절이 맞물려 최소 4월 9일 휴회할 예정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기습' 결정했다. NYT는 "트럼프 측이 허를 찔렸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정치적 박해, 마녀사냥" 반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과거에 자신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포르노 배우에게 회사 자금으로 합의금을 주고 입막음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06년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 혼외정사를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에 악재가 될 것을 우려해 침묵의 대가로 13만 달러를 줬다.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은 대선 직전 대니얼스에게 이 돈을 전달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족기업인 트럼프그룹이 코언에게 13만 달러에 추가 비용을 더해 총 42만 달러를 갚아준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돈을 법률 자문 비용으로 기재해 회계 장부를 조작했고,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활동을 위한 것이어서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이번 기소는 민주당 소속인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방 검사장이 주도했다. 

NYT는 "미국의 200년 넘는 민주주의 역사상 대통령은 재임, 혹은 퇴임 후 기소되지 않았다는 금기가 깨졌다"라며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을 투옥하는 승자의 정의로 비칠지, 아니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심판으로 볼지 두고 봐야 한다"라고 전망했다.  

기소 사실이 알려지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정치적 박해이자,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이 마녀사냥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엄청난 역풍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먼저 브래그를 물리칠 것이고, 그다음 바이든 대통령을 물리치고, 모든 민주당 당원을 공직에서 쫓아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 언론을 통해 기소 가능성이 보도됐을 때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항의 시위에 나설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트럼프 "21일 검찰에 체포될 것"... 지지층에 "항의하라").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도 "미국 국민은 이런 부당함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회가 브래그 검사장의 전례 없는 권력 남용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죄 확신하기 어려워... 트럼프 표심 결집할 듯" 전망도

반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미국인과 같은 법을 적용받는다"라며 "그도 사실과 법에 따라 운명을 결정하도록 정치가 아닌 법적 시스템과 배심원을 이용할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과 지지하는 사람들 모두 평화적으로 법에 따라 절차가 진행되도록 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기소 결정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넘어 2024년 미국 대선에도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재집권을 위해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여부와 상관 없이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다. 

일단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형사 기소됐다는 점에서 중도층 표심 공략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무죄로 판결나거나 일부 혐의만 인정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보수표가 더욱 결집할 수도 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회사 문서 조작과 선거법 위반을 결합하는 기소는 전례가 거의 없다"라며 "유죄를 확신하기가 어렵고, 재판부로부터 혐의가 제한될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 결정은 미국 전역을 큰 충격에 빠뜨릴 것"이라며 "전직 대통령이 형사 기소된 것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국 정치 시스템을 미지의 바다로 몰아넣었다"라고 평가했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을 고려해 트럼프가 수갑을 차고 포토라인에 서는 것을 생략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번 기소를 정치적 기회로 활용하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히려 자발적으로 포토라인에 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태그:#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미국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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