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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상주해수욕장과 붙어 있는 상주중학교(사진 오른쪽 아래 건물).
 남해 상주해수욕장과 붙어 있는 상주중학교(사진 오른쪽 아래 건물).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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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새

박자이

친구랑 싸웠다
친구가 개구리처럼 보였다
친구가 코끼리처럼 보였다
아,
친구가 사과했다
내 마음이 스르륵 녹아내렸다
친구가 꽃처럼 보였다

 
남해 상주중학교(교장 조용순)가 펴낸 시모음집(통권 제11호) <솔바람은 은빛바다에서 지나온 삶을, 그리고 걸어가야 할 희망을 노래하다>에 실린 시다. 이 학교는 2022년 한 해 동안 학생들이 생산했던 시를 모아 책으로 펴냈다.

시를 읽어보면 깜찍하고 기발한 학생들의 생각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이런 시를 쓸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들의 상상력은 풍부하다는 걸 실감하게 하는 작품들이 많다.

이 학교는 상주해수욕장과 붙어 있다. 창문을 열면 갯내음이 코를 자극하고 파도소리도 들린다. 이런 탓인지 학생들은 바다를 소재로 하거나 계절 관련한 시가 많다.

"파도 치는 거 힘들지 않을까? / 그만하고 싶고, 멈추고 싶진 않을까? / 바다는 힘들지만 / 보는 사람은 즐거우면 /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닐까? / 부럽다, / 포기하지 않는 바다가"(이산해 "바다" 전문).

"폭력을 당하고 / 쓰레기가 버려지고 / 왕따를 당해도 / 인간을 도와주네 / 가끔 소심한 복수를 하지만 / 맨날 인간을 도와주네"(정준영 "왕따 바다" 전문).

"너와 추억을 쌓던 그 계절 / 네 덕분에 웃을 이밖에 없었던 그 계절 / 너로 가득했던 그 계절 / 우리의 시간을 카메라에 담았던 그 계절 / 한없이 아름다운 벚꽃과 함께 흩날리는 그 계절 /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봄이었다"(안목현 "따뜻한 바람이 불던 날" 전문).

"봄아, 제발 가지 말아줘 / 네가 가면 여름이 와서 / 지옥 같이 뜨거운 해가 / 네 몸을 불태우고 / 모기가 엥엥거리며 / 네 피를 빨아먹을 거야"(최윤서 "봄" 전문).

계속 파도를 치며 사람들한테 즐거움을 주는 바다가 부럽다 하고, 쓰레기를 버려도 인간을 도와주는 바다라고 한다. 또 아이들도 시간이나 계절의 지나감을 아쉬워 하며 지금 이 순간을 붙들고 싶어 앙탈을 부리는 것 같다.

또 학교나 수업, 먹을거리 관련해 쓴 시도 많다. 아이들은 "수업 끝나고 나서 급식 먹을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 자신이 "단순하다"는 것까지 안다.

"수업 시간은 나를 기쁘게 한다 / 평소 먹던 밥보다 수업 끝나고 먹는 밥이 훨씬 맛있고 / 평소에 쉴 때는 심심한데 수업 끝나고 오는 쉬는 시간은 / 황금같다 / 나는 참 단순하다"(김아원 "수업 시간" 전문).

"김밥은 정말 신기하다 / 내가 싫어하는 당금 같은 게 들어가도 / 다른 재료와 만나면 / 함께 어우러지면 /조화를 이룬다 / 인생도 비슷한 것 같다 / 과거에 내가 실수를 하거나 / 실패를 하더라도 / 시간이 지나면 추억으로 남거나 / 심지어 미래에 성공의 거름이 되면서 / 삶 속에 잘 어우러진다 / 김밥과 인생은 정말 비슷하다"(이호경 "김밥" 전문).

전교생들이 한 편씩 시를 썼다. 조용순 교장은 "아이들 시를 만나고 전교생 시집이출판되었다는 소식에 마음 한 켠 위안이 되고 희망을 발견하여 기쁘기 그지 없다"며 "아름다운 시어가 자신에게 위안이 되고 우리 마음에 사랑의 울림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남해 상주중학교 시집.
 남해 상주중학교 시집.
ⓒ 상주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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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남해 상주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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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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