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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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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태도를 겨냥해 "미운 일곱 살 같았다"고 꼬집었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민주당 의원들과 말꼬리 잡기식 설전을 벌인 한 장관의 답변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야당 의원들의 숱한 비판에도 한 장관의 답변 태도는 여전히 그대로다. 지난 27일 국회 법사위 현안질의에서 한 장관은 '검수원복'(검찰 직접수사권 복원) 시행령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도대체 깡패, 마약, 무고, 위증 수사를 검찰이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왜 그렇게 기를 쓰고 (시행령을) 막으려 하냐"고 반발했다. 

야당 의원의 공세적인 질문이 계속되자 "저는 왜 질문하면 안 됩니까"라고 되묻는 '반문 화법'도 여전했다. 검사의 수사권을 축소시킨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취지를 무력화시킨 시행령을 변호하려는 "미운 일곱 살 같은" 한 장관의 답변 태도는 이날도 반복됐다.  

마이웨이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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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법무부의 '검수원복 시행령'을 둘러싼 이날 야당의원과의 설전은 지난 23일 헌법재판소의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유효 판단이 나온 뒤라 더 주목을 받았다.

한 장관은 이날 법사위에서 "저희가 개정한 (수사 범위 확대)시행령은 정확하게 그 법률의 취지에 맞춰서 개정한 것"이라며 "바뀔 이유가 없다"고 못박았다. 한 장관은 국회에서 따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지난해 법무부는 검찰청법 등의 개정으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가 '부패범죄·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기존 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등)되자 이를 시행령 개정을 통해 무력화했다. '부패범죄·경제범죄 등'에 '등'이라는 한 글자를 적극 활용해 개정안에서 제외된 수사 범위를 다시 포함시켰다. 

구체적으로 공직자·선거범죄를 부패범죄로 재분류했고 부패범죄에는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선거범죄에는 금권선거·기부행위 등을 포함시켰다. 방위사업범죄, 마약·조직범죄는 경제범죄로 재분류해 검찰 수사 개시 범위를 확대했다.

하지만 헌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취지가 '검사의 수사권 축소'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한 장관은 검사의 수사권을 확대한 법무부의 시행령이 모법에 맞춰 만든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헌재의 판단, 이에 근거한 야당의 시행령 폐기 요구가 이어져도 무소의 뿔처럼 내 길만 가겠다는 것이다.   

자기모순 

그러나 한 장관이 '모법에 맞춰 개정됐기 때문에 바뀔 이유가 없다'고 말한 시행령은 헌재의 판단과는 충돌된다. 앞서 살핀 대로 헌재는 '검찰청법 등 개정안이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했다'고 명확히 밝혔기 때문이다.   

재판관 5인의 다수의견은 물론이고, 나머지 4인(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의 소수의견도 검찰청법 등 개정안이 검사의 1차 수사 개시 범위를 축소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시행령이 모법의 취지에 맞게 개정됐다는 한 장관의 주장은 법무부의 과거 주장과도 배치된다. 

시행령을 만들기 두 달 전인 지난해 6월, 한 장관은 검사 6인과 함께 헌재에 검찰청법 등 개정안에 대해 권한쟁의심판을 요청했다. 당시 법무부가 헌재에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서에는 "2022년 (법) 개정은 그 대상 영역을 2대 범죄로 더욱 제한하는 취지로 이뤄지게 됐다. 이로써 직접수사를 수행할 수 없게 돼 소추권의 정상적 행사 자체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라고 적시됐다.  

검찰청법 등 개정안으로 인해 '수사권이 축소됐다'며 헌재의 판단을 구한 건데 불과 두 달 뒤 한 장관은 시행령을 통해 수사 범위를 넓혀버렸다. 한쪽에서는 개정안이 수사권을 축소해 검사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개정안의 취지대로 시행령을 만들어 수사권을 넓혔다는 모순적인 주장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지난 27일 법사위에서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한 장관을 향해 "헌재 결정 전문을 수령했는가"라며 "수령하고 나면 그걸 놓고 정치적 레토릭이 아니라 법률가로서 법률 해석의 취지에 맞는지 토론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지적에 한 장관은 "전문을 아직 받아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한 장관에게 지금 필요한 건 스스로 모순에 빠진 시행령 지키기가 아니다. 그 전에 하루라도 빨리 헌재 결정 전문을 수령해 제대로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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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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