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3.30 06:38최종 업데이트 23.03.3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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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의 인사이트>(https://chungjae.com)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마이뉴스>를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충재 기자는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뒷줄 오른쪽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돌출된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 교체 사유가 방미 주요 일정 보고 누락으로 좁혀지는 분위기입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29일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앞서 외교라인 비서관 두 명도 옷을 벗었습니다. 여권에선 미국 측이 한류스타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했지만 제때 보고되지 않아 차질이 빚어진 데 따른 문책이라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만약 이런 추측이 사실이라면, 이야말로 대통령실 내부의 난맥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상회담이 아닌 행사 문제로 비서관들이 연이어 교체되고, 외교안보 책임자도 경질됐다는 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이 본질이 아닌 문제에 과도한 관심을 쏟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통령실 주변에선 미국 측이 그룹 블랙핑크와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한미 정상회담 국빈 만찬장에서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을 주제로 함께 공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K팝과 대중문화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질 바이든 여사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 제안은 주미한국대사관을 거쳐 대통령실에 전달됐지만 응답이 없었는데 윤 대통령이 다른 경로를 통해 파악하고 수습에 나섰다는 게 알려진 경위입니다.

국빈방문에서 공식 환영식과 오찬이나 만찬은 정상회담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1년에 한두 차례 국빈방문을 허용하는데 가장 주목받는 일정이 국빈만찬과 상하원 합동연설입니다. 이런 점에서 방미 기간에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주최하는 국빈만찬 관련 일정 조율은 중요한 사안일 수 있습니다. 보고 누락으로 심기가 불편해진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우려의 시선  

하지만 외교가에선 이번 사태를 우려의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국빈방문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정상회담의 의제가 아닌 만찬, 공연 등 행사 문제가 크게 부각되는 데 대한 걱정입니다. 자칫 윤 대통령이 미국 측의 환대에 과도한 관심을 갖는 것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미국 측에도 회담의 실질적 내용보다 의전에 더 치중하는 쪽으로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사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사활이 걸려있습니다. 한반도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할 안보 태세를 다지는 일이 긴요합니다. 특히 미국의 확장 억지에 대한 실행성과 신뢰성을 담보하는 장치를 보강하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윤 대통령으로선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민을 안심시킬 답을 가져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경제 분야는 더 절실합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노골화되면서 동맹에 피해를 강요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한국산 전기차가 차별을 당한 데 이어, 반도체지원법으로 결국 한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을 빼앗길 거라는 우려가 큽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미국으로부터 우리 기업의 우려를 불식시킬 답변을 받아와야 합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일본에 일방적 양보를 한 데는 미국 국빈방문을 의식해서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이런 차원이라면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한국이 받는 것보다 내주는 게 많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안보를 이유로 반도체 문제까지 미국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지금은 대통령이 '블랙핑크 만찬 공연'에 관심가질 때가 아니라 한국의 국익을 위해 어떻게 미국에 당당히 따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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