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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부산시 동구 일본영사관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87차 부산수요시위 행사가 열리고 있다.
 29일 부산시 동구 일본영사관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87차 부산수요시위 행사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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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내년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일정상회담 파문이 더 거세지는 형국이다. 사회과 교과서에서 조선인 징병 등 강제동원과 관련해 강제성 기술을 약화하고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부당한 주장을 강화해서다.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더니 그 결과가 역사왜곡으로 되돌아왔다"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여성들이 수요시위에서 <더 글로리> 소환한 이유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 11일 만에 벌어진 일들은 관계 개선은커녕 뒤통수 그 자체입니다. 이것이 대통령이 바라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국익입니까? 그럼 이제 일본에 뭐라고 할 겁니까? 우리 아이들에게는 또 뭐라고 이야기할 겁니까?"

29일 낮 12시 부산시 동구 일본영사관 앞. 마이크를 잡은 정경애 부산여성회 부대표가 작심한 듯 하고 싶은 말을 토해냈다. 그는 "피해자와 함께하며 8년째 매월 이 거리에서 수요시위를 지키고 있는데, 이를 외면하는 일본보다 더 기가 막힌 게 피해자를 지워버린 우리 정부"라고 쓴소리를 냈다.

3월의 마지막 주 수요일인 이날도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여성행동은 어김없이 평화의소녀상을 찾아 87번째 수요시위를 열었다. 이번 시위는 여성행동 소속 단체 중 하나인 부산여성회가 주관했다.

현장의 분노는 활활 타올랐다. 부산진구에서 왔다는 한 여성 참가자는 대통령을 향해 "우리가 바라는 건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죄배상이다. 왜 답을 줘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느냐"라고 질타를 던졌다. 연제구의 한 참가자도 "국익을 위한 노력을 말씀하셨는데, 대한민국이 아닌 일본을 위한 것 같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해도 아무 말도 못 하면 대한민국 사람인가 일본 사람인가"라며 잘못을 따져 물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학교폭력 복수극을 그린 OTT드라마 <더 글로리>에 현재 상황을 빗댔다. 그는 "가해자 박연진은 사과·반성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울분을 그저 돈을 뜯어내기 위한 수단쯤으로 여긴다"라며 "바라는 건 오로지 하나, 이들을 눈앞에서 치워버리는 것이었다. 이는 과거에 발목을 잡혀선 안 된다는 누구의 발언과 기막히게 일맥상통한다"라고 꼬집었다.
     
"(중략) 실상은 역사의 진실과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은 친일 굴욕해법일 뿐이다. 식민지배와 전쟁범죄에 대해 사죄배상하지 않는 일본과 전범기업들은 그대로 두고 한국 기업이 모은 기금으로 배상하겠다는 발상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급기야 일본은 교과서 개정으로 역사왜곡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자유 발언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준비한 글을 함께 낭독했다. "도대체 이 나라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며 반문한 이들의 목소리는 성명서와 함께 더 높아졌다. 성명은 "윤석열 정권 퇴장을 위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과 끝까지 싸워나가겠다"라는 외침으로 끝을 맺었다.
 
29일 부산시 동구 일본영사관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87차 부산수요시위 행사가 열리고 있다.
 29일 부산시 동구 일본영사관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87차 부산수요시위 행사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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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들끓는 여론... 일본영사관 앞 연일 시위

같은 시각, 수요시위 장소와 100여 미터 떨어진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선 대통령을 비난하는 부산 시민의 1인 시위가 2주째 펼쳐졌다. '친일 매국노'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김태우(53)씨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가 저렇게 저자세로 정상회담을 하면서 결국 빌미를 줬다. 앞으로 후쿠시마 오염수나 다른 역사 문제 등 일본이 어떤 청구서를 들이밀지 우려스럽다"라고 걱정했다.

다음 날도 일본영사관 앞은 연일 시끄러울 예정이다. 지역의 시민단체는 바로 일본 교과서 규탄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부산겨레하나는 "30일 오전 부산 일본영사관을 찾아 일본 역사왜곡, 우리 정부의 외교참사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상징행동에 나서겠다"라고 언론에 공지했다. 

앞서 28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고 일본의 초등학생이 내년부터 쓸 149종의 교과서가 검정 심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관련 서술에서 강제성을 희석하고, 독도영유권 기술을 더 강화했다. 일본 정부의 지시에 따라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 '한국의 불법 점거'라는 표현이 추가됐다. 간토(관동)대지진 부분에서도 조선인 학살 내용을 삭제했다.

윤석열 정부가 굴욕외교 비판까지 무릅쓰고 강제동원 제3자 변제, 정상회담을 추진하며 적극적으로 한일관계 개선에 나섰지만, 이날 여성단체의 표현대로 되레 뒤통수를 맞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29일 부산시 동구 항일거리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부산 시민의 정상회담 규탄 1인시위가 2주째 이어지고 있다.
 29일 부산시 동구 항일거리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부산 시민의 정상회담 규탄 1인시위가 2주째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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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부산수요시위, #일본교과서, #역사왜곡, #윤석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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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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