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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보수정당이 내건 4.3 왜곡 현수막과 김한규 민주당 국회의원의 현수막
 극우 보수정당이 내건 4.3 왜곡 현수막과 김한규 민주당 국회의원의 현수막
ⓒ 김한규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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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제주도는 극우성향단체들의 4·3사건 흔들기 탓에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시작은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다. 태 의원은 2월 13일 제주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및 보도자료를 통해 "제주 4.3사건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관련 기사: '제주4.3 김일성 개입' 근거 묻자 태영호 "유튜브로 북한 드라마 봐라" https://omn.kr/22qk0 ).

태 의원의 발언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극우 보수 정당 명의로 4·3사건을 왜곡하는 현수막 수십여 개가 제주 전역에 게시돼 도민들은 또다시 상처를 받았다. 

여기에 제주 4·3 사건 당시 악명을 떨쳤던 '서북청년단'이라는 이름과 동명의 단체가 4·3 추념일 당일 제주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나섰다.  

서북청년단 4·3 희생자 추념일 집회 예고... 분노하는 도민 사회 
 
서북청년단이 4월 3일 제주 집회를 예고하며 올린 글
 서북청년단이 4월 3일 제주 집회를 예고하며 올린 글
ⓒ 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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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성향으로 알려진 이 서북청년단은 4월 3일 추념식이 열리는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집회를 하겠다며 23일 제주동부경찰서에 집회 신고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과거 서북청년단 제주본부 사무실과 해병탑, 제주시청 등에서 연이어 집회를 하겠다고 알렸다. 

과거 정부가 펴낸 '제주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를 보면, 서북청년단은 4·3사건이 벌어지기 전부터 제주도민을 수탈하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 보고서는 서북청년단을 4·3사건을 일으킨 하나의 원인이자 민간인 학살의 주범으로 꼽았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4·3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28일 성명서를 통해 "서북청년단의 4·3추념일 집회 계획은 도 넘은 4·3 흔들기"라며 "반인륜적 행태를 규탄하며, 당장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특위는 "극우단체들의 일련의 행태들은 오랜 시간 동안 이념의 대립을 넘어, 자발적인 화해와 상생의 노력으로 국가 폭력을 극복해 온 4·3 희생자와 유족들의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아물어 가는 상처에 더 깊은 생채기를 내는 행위"라며 비판했다.

'진실과 정의를 위한 제주교수네트워크'를 비롯한 진보당과 민노총 제주지역본부 등 제주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성명을 통해 '서북청년단은 제주 방문 계획을 전면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최초 4·3 추념일 제주 방문할 듯... 윤 대통령은 불참 
 
2021년 4월 3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 4·3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는 모습.
 2021년 4월 3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 4·3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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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추념일을 앞두고 제주 사회가 뒤숭숭한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4월 3일 제주 방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은 오전에 열리는 추념식은 참석하지 않고 오후에 4·3평화공원을 방문해 위령제단에 참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전 대통령이 추념일에 제주를 방문해 참배를 하면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외 순방 등을 이유로 추념식에 불참한다고 통보했다(관련 기사: 문재인 전 대통령 제주 4.3 추념식 참배한다 https://omn.kr/238xk ).

현직 대통령의 4·3추념식 참석은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2020년, 2021년 세 차례에 걸쳐 추념식에 참석했다. 격년마다 오겠다는 약속을 뛰어넘은 셈이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등 보수 성향 대통령들은 한 번도 제주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추념식에 참석했지만, 늦은 입장으로 인해 논란이 됐다. 

"더 이상 이념이 상처를 헤집지 않기를"
 
문재인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문재인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 페이스북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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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제주 4.3을 앞두고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다"면서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주는 듯한 이야기를 들으며 4.3의 상실과 아픔을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는 글을 올렸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신작 소설로 제주 4·3사건을 소재로 다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작가의 말을 언급하며 "억울한 죽음과 상실의 삶을 견디는 가족의 사랑이 너무나 아프고 간절하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 아픔을 드러내는 것이 문학적 감수성이라면, 그 위에 치유를 위한 정치적 감수성이 더해져야 한다"면서 "더 이상 이념이 상처를 헤집지 말기를 바라며 4.3의 완전한 치유와 안식을 빈다"고 했다. 

도민들은 이에 댓글 등을 통해, 문재인 전 대통령의 글이 4·3희생자 추념일을 앞두고 상처받은 제주 도민에게 깊은 위로와 감동을 줬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덧붙이는 글 | 독립 미디어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제주 4,3사건, #문재인, #작별하지 않는다, #서북청년단,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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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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