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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처음 혼자 등교하는 길을 쫓으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아이가 처음 혼자 등교하는 길을 쫓으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 김성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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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아들이, 어제 갑자기 내일은 혼자 학교를 가보겠다고 말했다. 또래 친구들은 대부분 혼자 등교하는데 자기만 아빠나 엄마 손을 잡고 학교에 가는 게 조금은 부끄럽게 느껴졌나 보다. 오늘 아침에 아침 밥을 먹이고 다시 아이에게 확인하니 어제의 굳은 마음이 여전하다.

아이가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까지 보고 나서, 나도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아이 뒤를 몰래 따라나섰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아이 걸음으로 15분 거리, 그다지 가깝지 않은 거리에 횡단보도도 하나 건너야 해서 마음이 놓이지 않아 집에 편히 있을 수가 없었다. 아이가 무사히 교문을 들어서는 걸 확인하고 난 후,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웠다는 뿌듯한 마음을 안고 집에 돌아왔다.

초등학교 입학하고 가장 힘들다? 사실이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하나 둔 40대, 육아휴직 중인 아빠다. 작년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육아휴직을 하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아이가 2학년이 되고 나서야 쓸 수 있었다.

주변에 선배 부모들이 아이 초등학교 입학한 후가 맞벌이 부부에게 제일 힘들 때라고 겁주던 말은 사실이었다. 맞벌이 부모를 둔 아이는 수업을 마친 후에도 돌봄교실에 가야했고, 돌봄교실이 끝나면 엄마 아빠가 퇴근하는 시간까지 소위 말하는 '학원 뺑뺑이'를 돌아야 했다.

일 년 동안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더는 이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아이 엄마는 출산 후 바로 육아휴직을 써서 더는 쓸 수 없는 상황. 아빠가 나설 수밖에.

아빠가 매일 집에 있는 게 뭐가 그리 좋은지 아이는 항상 싱글벙글한다. 아내 또한 본인 퇴근 후에 자신이 좋아하는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하며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가정의 경제 사정은 녹록지 않다. 육아휴직 첫 달, 통장에 찍힌 월급 실수령액은 6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연금과 건강보험료 떼고 나니 남는 돈이다.

건강보험료가 생각보다 많이 공제되어 확인해 보니 휴직 개시일이 3월 2일이라, 하루라도 일한 날이 있으면 원래 떼던 금액 그대로 뗀단다. 요즘 물가가 계속 올라 이제 치킨 한 마리 배달시키는 데에도 3만 원이 든다고 하는데 육아휴직 하는 동안에는 우리 가족 좋아하는 치킨 시켜 먹는 것도 고민하게 생겼다. 그나마 이렇게 육아휴직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돈보다 아내, 아들이 행복한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이 셋 낳으면 병역 면제? 헛웃음이 나왔다

아내와 종종 이야기를 한다. "우리 아이 하나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마음이야 더 행복했겠지만, 몸은 더 힘들었겠지?" 아이가 나중에 의지할 형제도 없이 혼자 커가는 모습을 보면 조금 안타깝긴 하지만, 하나만 낳고 키우기로 했던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맞벌이 부부는 아이 하나 제대로 키우기도 벅차다.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계속 꼴찌란다. 정말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정부도 가만히 있지는 않고 이런저런 대책들을 내놓고 있는데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이러면 하나 더 낳아도 되겠네"란 정책은 뉴스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얼마 전에 나온 서른 전에 아이 셋을 낳으면, 아이들은 병역을 면제해 준다는 뉴스를 듣고는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서른 되기 전에 아이 셋 나으려면 도대체 얼마나 일찍 결혼해야 하는 건지? 애 낳고 키우는데 고생은 부모가 하는데 왜 아이들에게, 그것도 남자애한테만 혜택을 주는 건지? 딸 셋 낳은 부모들은 무슨 죄인지?

이런 정책을 내놓은 사람들에게 과연 애를 정말 키워보기는 한 건지 물어보고 싶다. 제발 많은 사람 의견도 듣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도 많이 해서 현실성 있는 대책들 좀 내놓았으면 좋겠다. 우리 세대야 상관없지만, 내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지금과 같은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게 하기 때문이다.

태그:#육아휴직, #맞벌이부부, #저출산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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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 글쓰기를 좋아해서 여기저기 제 글을 품어줄 소중한 장소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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