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피프티 피프티

그룹 피프티 피프티 ⓒ 어트랙트

 
아직 국내 음악팬들에겐 이름조차 생소한 데뷔 4개월 신인 그룹이 케이팝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주인공은 지난해 11월 데뷔한 4인조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 키나, 새나, 시오, 아란)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음악 잡지 빌보드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피프티 피프티의 첫번째 싱글 < The Biginning:Cupid > 타이틀 곡 '큐피드'(Cupid)가 4월 1일자 빌보드 Hot 100 순위에 100위로 첫 진입했다고 알려왔다. 

​이는 '디토'(Ditto)로 데뷔 6개월 만에 이 순위에 등장한 뉴진스를 제친 것으로 케이팝 아티스트 데뷔 이후 최단 기간 진입 신기록이다. 또한 원더걸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트와이스, 뉴진스에 이어 Hot 100 순위 진입한 6번째 케이팝 그룹에도 등극했다.  

그동안 빌보드 하면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음악인들의 전유물처럼 받아들여졌지만 방탄소년단의 대성공과 더불어 케이팝 장르가 정착했고, 수많은 팀들이 해당 잡지가 집계하는 각종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피프티 피프티는 특이한 사례에 속한다. 기존 빌보드 진입 국내 가수들은 대부분 하이브, SM, JYP, YG 등 초대형 기획사 소속인데 반해 피프티 피프티는 신생 중소 업체(어트랙트)에서 탄생시킨 팀이기 때문이다. 자본, 인력 등에서 초대형 기획사에 밀리는데 어떻게 빌보드 입성이라는 꿈을 실현했을까. 

해외 SNS에 주목한 마케팅 전략 성공
 
 피프티 피프티의 'Cupid' 뮤직비디오

피프티 피프티의 'Cupid' 뮤직비디오 ⓒ 어트랙트

 
앞선 선배 케이팝 그룹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일정기간 활동하면서 인지도 올리고 팬덤을 확장한다. 이후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일관된 흐름이 존재한다. 혹은 뉴진스처럼 초대형 레이블에서 데뷔해 등장과 함께 화제를 일으키는 방식이 병행되곤 했다. 

​반면 피프티 피프티는 이와는 전혀 다른 과정을 거쳐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눈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여타 팀처럼 해외 작곡가들로부터 곡을 수급받아 음반, 음원을 제작하는 건 동일하지만 프로모션에서 차이점을 드러냈다. 국내 음악방송, 라디오 출연 비중을 높여 이름을 알리는 게 아니라 해외 사용자들이 많은 글로벌 숏폼 SNS(틱톡)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빌보드를 석권하는 많은 인기 팝송 상당수는 틱톡을 활용해 유행을 선도했다. 피프티 피프티의 소속사는 이점에 주목했던 모양이다. 국내 시장 대신 과감히 해외 쪽에 눈을 돌렸고 그 결과 다양한 형태로 신곡 'Cupid'가 활용된 영상물을 틱톡에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방향성이 감지된 사운드
 
 피프티 피프티의 'Cupid' 뮤직비디오

피프티 피프티의 'Cupid' 뮤직비디오 ⓒ 어트랙트

 
피프티 피프티 역시 세계관을 강조하는 콘셉트를 갖고 있다. 2월 발표된 싱글  < The Biginning:Cupid >는 제목처럼 사랑의 전달자인 큐피드를 활용해 소녀들의 순수한 사랑과 설렘, 감정 등을 표현했다. 이것만 보면 여타 팀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음악이라는 관점을 접근해보면 의외로 차별화된 이들의 개성이 드러난다.  

​빠른 속도감과 강렬한 비트는 살짝 배제한 대신 중간 템포 리듬과 1990-2000년대 인디 팝을 자양분 삼은 것 마냥 보컬이 강조된 노래를 선보인다. 톡톡 끊어 치거나 내뱉듯이 소리를 내는 요즘 그룹들의 보컬 대신 수려하면서 여유로움이 담긴 긴 호흡을 지닌 아란, 시오의 목소리가 피프티 피프티 음악의 뼈대를 유지한다. 뒤이어 등장하는 키나, 새나의 랩으로 감칠맛을 더해준다. 

​이질감 없는 영어 발음은 해외 음악팬들에겐 "이게 한국 그룹 음악이었어?"라는 반응도 일으켰다(기자 주주- 해외 시장에선 우리말 가사가 담긴 버전 대신 영어 가사 구성의 'TWIN' 버전이 더 많은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역수입(?) 케이팝의 모범사례 만들까?
 
 그룹 피프티 피프티

그룹 피프티 피프티 ⓒ 어트랙트

 
​이번 피프티 피프티의 빌보드 Hot 100 진입은 지난해 발표한 데뷔 EP < THE FIFTY> 부터 일관성이 담긴 프로듀싱의 결과물로 거론할 만하다. 'CUPID'뿐만 아니라 지난해말 일부 음악팬들 사이에서 주목할만한 곡으로 선택되기도 했던 'HIGHER', 'TELL ME' 또한 화려한 퍼포먼스가 케이팝의 의무 사항이 아님을 증명해준 바 있다. 

​이와 더불어 데뷔 이래 피프티 피프티의 음반을 프로듀싱한 안성일(SIAHN) PD가 2000년대 초반 은지원, 제이워크, 럼블피쉬 등을 담당했던 인물임을 감안하면 해외 작곡진과의 협업을 통한 복고풍 사운드로의 방향 설정이 현재로선 성공적인 결과로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싱글 'CUPID'을 위한 음악 방송 출연은 얼마전 종료되었지만 지난주 SBS<배성재의 텐>, 금주 MBC <아이돌 라디오> 등을 시작으로 피프티 피프티는 점차 라디오 방송 출연을 늘려가면서 국내 활동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올해 전무후무한 '역수입 케이팝'의 성공 사례를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피프티피프티 빌보드 C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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