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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신사동 봉산의 모습. 은평구청은 봉산에 편백나무 숲 조성에 한창이다. (사진: 정민구 기자)
 은평구 신사동 봉산의 모습. 은평구청은 봉산에 편백나무 숲 조성에 한창이다. (사진: 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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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청이 편백나무 치유의 숲 조성 취지로 내세우는 것 중 하나는 '탄소 저감을 위한 산림경영'이다.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진 고령화된 숲을 개선해 젊은 숲으로 재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은평구 전체 산림은 744ha이며 이중 고령화된 산림이 96%에 달하고 있다. 은평구청이 추진하는 편백나무 숲 조성은 면적이 12ha 규모로 전체 산림면적 대비 2% 미만으로 '젊은 숲'으로 개선이 극적으로 이루어지기엔 한계점이 있어 보인다. 

2008년 이후 산림의 탄소 흡수 양 줄어들어
 
산림자원 순환경제 모식도. (출처: 국립산림과학원의 2020 산림자원 순환경제 중기연구계획)
 산림자원 순환경제 모식도. (출처: 국립산림과학원의 2020 산림자원 순환경제 중기연구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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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베거나 숲을 해치는 행위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산림청이 공개한 2020년 벌채인식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정 28.3%, 긍정 25.7%, 보통 40.5%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과정에서 나무가 베어지거나 아름다운 경관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는 입장에서는 부정적 인식이 높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분별하게 나무를 베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마냥 나무를 방치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미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바로 '산림 고령화' 문제다.

1960년대 박정희 정부가 실시한 산림녹화사업이 성공하면서 민둥산이었던 한국의 산은 나무가 빽빽한 지금의 모습이 될 수 있었다. 정부는 산림녹화사업의 성공을 위해 석탄개발사업을 실시했고 사람들이 나무를 땔감으로 쓰지 않으면서 목재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산에 인공적으로 심은 나무들이 생존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그린벨트로 개발제한구역을 지정하거나 벌목행위를 엄격하게 단속하면서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나무를 베어선 안 된다는 심리가 강하게 남게 됐다. 

문제는 당시 심은 나무들이 지금은 고령화되었다는 점이다. 고령화된 나무는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진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나무는 점차 성장하면서 탄소흡수량이 늘어나다가 3영급에 가장 활발히 탄소를 흡수하고 그이후인 4영급부터 흡수량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생태계 다양성과는 별개로 오로지 탄소흡수량만을 살펴봤을 때 그 기능이 크게 저하된다는 의미다.

'영급'이란 나무의 나이를 말할 때 쓰는 용어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나무 영급은 10살 단위로 정하는데 1영급은 1살에서 10살, 2영급은 11살에서 20살, 3영급은 21살에서 30살, 4영급은 31살에서 40살, 5영급은 41살에서 50살 등으로 끊는다.
 
우리나라 산림의 이산화탄소 저장량 및 순흡수량 추이(자료:2020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
 우리나라 산림의 이산화탄소 저장량 및 순흡수량 추이(자료:2020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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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우리나라 산림의 탄소 흡수 양은 6150만 톤을 기록했지만 이후로 꾸준히 감소해 2019년엔 흡수량이 4323만 톤으로 내려앉았다. 이 원인으로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은 우리나라 산림의 영급 불균형 구조를 꼽았다. 산림 방치가 아닌 관리가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나무를 심고 가꾸고 베어 내고 쓰는 모든 행위인 산림 경영을 해야 한다.

2020년 산림기본통계를 확인해본 결과 서울의 4영급 이상 산림은 84%를 차지했고, 은평의 경우 96%가 4영급 이상의 산림이었다. 그나마 은평구에선 2014년부터 조성한 봉산 편백나무 힐링 숲이 1영급인 상황이다.

하지만 은평구청이 봉산 편백나무 숲을 조성의 목적으로 영급 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은평구 산림면적 744ha(744만㎡) 대비 편백나무숲은 12ha(12만㎡)로 1.6% 수준이기 때문이다.
 
산림청 산림공간정보서비스를 통해 확인한 신사동 일대 영급 분포. 숭실중?고교 뒤편 봉산 편백나무숲이 1영급인 것 외에 나머지 산림은 대부분 4영급~6영급 산림이 분포해 있다.
 산림청 산림공간정보서비스를 통해 확인한 신사동 일대 영급 분포. 숭실중?고교 뒤편 봉산 편백나무숲이 1영급인 것 외에 나머지 산림은 대부분 4영급~6영급 산림이 분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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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톤치드 높은 편백나무, 탄소흡수량은 낮은 편

은평구청은 편백나무가 피톤치드가 많이 발생하면서 탄소 저감 능력이 높은 나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림에 주요하게 서식하는 나무 8개 수종을 비교해본 결과 편백나무는 탄소 흡수량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산림청의 국립산림과학원은 주요 산림 수종의 '표준탄소흡수량'을 발표했다. 여기서 비교한 우리나라 주요 산림 수종 나무는 강원지방 소나무, 중부지방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 리기다 소나무, 편백나무,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등이다.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 탄소흡수량. 위 표는 주요 수종별 연간 탄소 흡수량(tCO2/ha/년) (자료: 산림과학연구원 산림정책 이슈)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 탄소흡수량. 위 표는 주요 수종별 연간 탄소 흡수량(tCO2/ha/년) (자료: 산림과학연구원 산림정책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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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수종별 한 그루당 연간 탄소 흡수량을 살펴보면 탄소 흡수량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3영급 기준으로 상수리나무가 연간 14.1kg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낙엽송이 13.6kg, 잣나무가 12.5kg으로 뒤를 이었다. 편백나무의 경우 5.9kg으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톤의 탄소를 상쇄하기 위해 필요한 나무 그루수로는 편백나무와 중부지방소나무가 8그루로 가장 높았으며 강원지방소나무∙잣나무∙낙엽송 등은 6그루, 신갈나무는 5그루, 상수리나무는 4그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은평구청 관계자는 "8개 수종 대비 탄소 흡수량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편백나무는 비교적 병해충으로부터 강하기 때문에 기후 조건만 적정하다면 생존율이 더 높다. 봉산에 편백나무가 잘 안착된 만큼 잘 가꿔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산림경영, #봉산, #편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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