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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9월 27일 오후 5시 15분]

자율형사립고인 민족사관고(민사고)에 다니던 정순신 변호사(전 검사, 국가수사본부장 낙마자) 아들의 학교폭력 사태 후폭풍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오는 31일엔 국회 청문회까지 열린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오는 4월 초 '학폭근절대책' 발표를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식 학폭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예로 들며 강력 대응을 주문한 뒤 한 달여 만에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정부가 추진하는 엄벌주의식 학폭 대책이 '제2의 정순신 사태'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인지 따져보기 위해 각계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을 모아 긴급좌담회를 열었다.

이번 좌담회는 지난 24일 오후 6시 30분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참석자는 혁신학교에서 평교사로서 학생들을 만났던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학폭 사건을 많이 다뤄온 교사 출신 박은선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유), 회복적 생활교육에 앞장 서온 좋은교사운동의 한성준 공동대표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박은선 변호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순신 아들 학폭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박은선 변호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순신 아들 학폭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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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은 "현행 학폭 문제 처리 체계는 유사 사법체계"라면서 "이런 체계는 피해자의 회복이 없고, 가해자의 반성이 없고, 학교 교육공동체의 재건 등 세 가지가 없다"는 데 동의했다. "현행 학폭 처리 방식의 결과가 바로 정순신 아들 사태"라는 것이다.

교육부가 내놓을 학폭근절대책에 대해서도 참석자들은 "엄벌주의, 원스트라이크 아웃식으로 학생들을 겁주는 대책은 제2, 제3의 정순신을 만들 것"이라면서 "검사식 해결 방식과 정치적 해법으로 학폭을 단칼에 해결하겠다는 것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정순신 아들 학폭 사태 처리, 세 가지가 없다"

- 이번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민사고 학폭 사건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강민정 : "이번 사건은 학폭도 '계급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봅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교육세계 안에서도 어떻게 차이를 보이는가를 드러낸 거죠.

권력과 돈을 많이 가진 부모의 자녀는 어떻게 해서든지 그 돈과 권력을 활용해서 빠져나가려고 하잖아요. 실제 그렇게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들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대신 돈과 권력을 가지지 못한 부모의 학생 자녀는 피해를 온통 다 떠안으면서 고통을 감내하는 길 말고는 다른 삶의 방법이 없어요."

한성준 : "저는 현행 학폭 처리 체계가 유사 사법체계라고 생각합니다. 정순신 아들 학폭 사건은 유사 사법체계로 학폭을 처리할 때 어떤 부작용이 일어나는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끝판왕' 사건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번 사건은 크게 세 가지가 없죠. 피해자의 회복이 없고, 가해자의 반성이 없고, 학교 교육공동체의 회복과 재건이 없습니다. 지금의 학폭 처리 방식이 초래하는 부작용들이 이번 사건을 통해서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강민정 :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건이야말로 학폭 징계 사안을 학생부에 기재하면 안 되는 이유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박은선 : "지금 언론보도가 '학생부 기재를 강화해야 된다, 학생부로 불합격시켜야 했는데 왜 서울대를 가게 놔뒀느냐' 이런 식으로 접근하잖아요. '입학 취소를 시켜야 된다'는 말도 나옵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접근할 문제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학폭 사건은 '더 글로리' 같은 드라마가 아닙니다. 복수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이죠. 학폭 처분 내용을 학생부에 기재하게 되면서 오히려 법적으로 더 강하게 대응하고 더 반성할 걸 못하게 되잖아요. 아이가 잘못했으면 교육적인 방법으로 그 학생을 어떻게 깨우치게 하고 아이들의 관계를 어떻게 잘 만들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봅니다."

- 그러면 정순신 아들 사태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한성준 : "학교 폭력의 근본 원인은 개인적인 요인보다는 사회 구조적인 요인들이 큽니다. 그런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첫 번째입니다. 그래야 그 원인 분석에 따라 예방책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두 번째는 이 사건 보면서 우리 사회가 학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해도 너무너무 부족하다'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 같아요."

- 우리나라도 오랜 기간 학폭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는데요.

한성준 : "2004년부터 20년 가까이 노력해왔지만, 우리 학교나 그 학교를 둘러싼 이 생태계는 학교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아요. (가해 학생들을) 사회봉사 보낸다고 하지만 현실은 사회봉사 보낼 기관도 없어요.

실제 병리적인 문제가 있는 아이는 소아청소년 정신과 의사 만나게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학교에서 전화하면 3개월 뒤에 오라고 해요.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의 학폭 해결 역량을 점검해 줄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 다음 유사 사법체계와 같은 학폭 처리 방식이 문제 해결에 타당성이 부족했는지를 좀 반성적으로 봤으면 좋겠어요."

"행정심판 처리 기간 앞당기고 피해 학생 참여 보장돼야"

- 학생부에 학폭 처분 내용 기재가 본격화된 2013년 이후 학폭 심의는 2배, 행정심판은 4배가 늘어났습니다. 정순신 아들 학폭 건은 재심으로 시작해서 행정심판, 행정소송, 민사와 집행정치 청구까지 하면 10번에 걸쳐 불복행동을 벌인 것이거든요.

박은선 : "그래도 '정순신도 못 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어쨌든 지금 법원에서 다 졌잖아요. 행정소송 1심이 소송 제기 2개월이 안 된 9월 4일에 판결이 나왔어요. 그러니까 1~3심이 9개월 만에 끝나고 집행정지도 모조리 기각이 됐습니다.

우선 판사들이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또 학폭 사건을 집어내서 신고하게 하고, 강력한 처분을 내린 민사고 선생님들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가해자 아버지의 권력에 위축되지 않은 것이거든요. 반면 당시 민사고 교장은 가해학생을 전학 보낼 기회가 있었는데도 집행하지 않았고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진행 당사자인 강원도는 그 결과 통보를 민사고에 공문으로 안 했잖아요. 앞으로 나올 학폭 대책에서는 통지시스템을 명확히 해서 문서로 하도록 해야 합니다."

"가해자 불복 절차에서 피해자 참여 절차 통지해야"

-그런데 피해 학생이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것은 문제 아닌가요?

박은선 : "맞습니다. 피해 학생이 참여한 기록이 없거든요. 행정심판, 행정소송 어디에도 참여를 안 해요. 보조참가제도가 있는데 이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는 교육청이 있어요. 최근에도 한 교육청의 경우 가해 학생 쪽이 행정심판을 걸어서 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 전화해서, 저 피해 학생 측 대리인인데 왜 '우리 학부모한테 보조 참가라는 제도를 안 알려주셨느냐' 그랬더니 '제가 그걸 알릴 의무가 있나요?' 이러세요. 정말 진짜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피해 학생의 참여권 보장, 이를 안내하는 의무규정이 없는 게 문제에요."

강민정 : "그런 사안이 발생했으면 피해 학생에게도 의무적으로 통지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성준 : "아까 제가 유사 사법체제 이런 말을 썼는데 결국 학교는 절차적으로 정당했느냐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돼요. '왜 이걸 안 했느냐, 이걸 왜 늦게 했느냐' 이런 것만 계속 추궁하는 분위기나 흐름들이 자꾸 많아지니까 교사들이 방어적이 되고, 그러니까 최소한의 것만 하려고 하게 됩니다.

이게 학교 폭력을 사법적으로 다루기 때문인 거죠. 피해자의 회복을 도울 수 있는 그런 절차들도 이번에 허점이 드러났으니까 보완책을 내놔야 합니다. 지금 가장 심각한 점은 교사가 학폭을 처음 접했을 때 해야 할 일이 교육이 아니고 신고라는 것입니다."

- 행정심판 문제는 어땠나요? 정순신 아들 건을 보면 행정심판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 1심 행정소송 결과를 잡아먹은 꼴이 된 거예요. 2018년 9월 4일 1심에서 '전학 취소'가 기각됐지만 행정심판이 나온 12월까지는 학교가 전학 보낼 생각도 못한 것이죠.

박은선 : "이번 사건의 경우 행정심판이 너무 길었어요. 5개월이나 끈 행정심판, 이런 경우는 진짜 드물거든요. 왜냐하면 행정심판은 대부분의 행정소송이 최소 6개월 정도 걸리니까 심판을 먼저 하는 거거든요.

근데 행정심판이 5개월이나 걸린 것은 행정심판위에서 운영을 잘하지 못한 탓이라고 봅니다. 9월 4일 행정소송 판결이 나왔으면 강원도가 '우리가 이겼다'라면서 행정심판위에 알리는 것이 기본이죠. 물론 의무는 아니지만요. 피해 학생의 변호사가 있었거나 아니면 강원도의 변호사가 있었으면 법원 기각 판결문을 행정심판위에 제출했어야죠. '행정소송 판결 내용에 따라 행정심판 빨리 결정해 달라'고 했어야 되는데 그걸 안 한 것으로 보입니다."

- 정작 절박한 피해 학생은 행정소송은 물론 행정심판에서도 소외돼 있어요.

박은선 : "피해학생 쪽이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에 적극적으로 들어가서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는데 기회 자체를 얻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던 거죠."

한성준 : "피해 학생에게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에 참여할 기회 전체를 박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박은선 : "피해 학생에게 보조 참가할 것인지를 물어보고, 보조참가 제도가 뭔지도 알려주고 그랬어야죠. 경남도교육청이 최근 제안한 방안을 보면 행정소송 처리 기간의 특례를 지정하자는 건데 좋은 방안으로 보입니다. 교사징계소청의 경우 30일로 돼 있는 등 다른 법규 사례도 있어요. 학폭 처분에 대해서도 같은 방안이 적용돼야 한다고 봅니다.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처리 기간을 앞당기는 방안을 법으로 정하자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제도를 섬세하게 고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가해학생 전학 조치가 집행되지 못해 피해학생이 힘들어 했잖아요? 이렇게 된 데에는 행심위 잘못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법부는 1심 판결이 2개월도 안되어 나오는 등 신속하게 진행되어 단 9개월 만에 1~3심이 모두 끝났고, 본안과 집행정지 모두 기각시켰습니다. 하지만 행심위는 집행정지를 인용시키고 무려 5개월이나 끌었습니다. 행정심판은 60일 내로 결정해야 하고 30일 추가할 수 있을 뿐인데 말이죠."

"아이들 겁 줘서 학폭 해결? 교육당국 책임 회피"

- 이것 말고도 정순신 아들 학폭 사태에서 교육부가 뭘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순신 아들 학폭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주제로 긴급좌담을 하고 있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순신 아들 학폭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주제로 긴급좌담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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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정 : "학폭 처분 학생부 기재 보존 기간 연장이 지금 교육부가 내놓은 가장 손에 잡히는 대책이잖아요. 여기에는 두 개가 빠져 있어요.

하나는 학폭의 원인과 책임을 학생에게 떠넘기고 어른들, 특히 교육당국의 책임이 빠져 있다는 점입니다. 가해 학생을 징벌하기만 하면 마치 학폭 문제에 대해서 교육당국이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보고 있다는 것이죠. 아이들에게 겁을 줘서 학폭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입니다. 교육적인 관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거죠.

그리고 두 번째는 피해 학생을 우리가 어떻게 보호하고 치유할 것인가에 대한 관점이 없다는 거예요. 교육부의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어요. 이 때문에 교육당국이 꼭 해야할 더 중요한 일들을 놓치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피해자의 고통을 치료하는 방법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강민정 : "가해자·피해자 분리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어쨌든 갈등과 충돌이 생긴 두 당사자 각각에 맞는 교육적 행위가 들어가야 됩니다. 피해 학생에 대해서는 그때부터 상담과 치유가 들어가고, 가해 학생한테도 상담과 교정이 들어가고... 이게 사실 시스템으로 돼야 하는데 그냥 물리적인 분리만 법으로 의무화 해 놓으니까 둘 중에 하나가 학교를 못 나오게 되는 것이지요.

대부분 이런 경우에는 가해자의 학부모들 목소리가 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순신 아들 사건처럼 피해자가 학교를 안 나오게 되는 겁니다. 교육부는 가해·피해 학생들에 대한 치유와 상담과 교정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국 교육청별로 이걸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기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학교 안에 존중과 상호 소통의 이런 민주적인 문화가 없다는 게 문제잖아요. 제가 혁신학교 교사 시절 생생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학교 문화가 민주적으로 바뀌니까, 소위 말하는 문제 학생들 일진 학생들조차 눈빛이 달라지는 겁니다. 또 충돌 빈도도 줄어들 뿐 아니라 충돌의 강도도 되게 약해지는 거예요."

- 이번 민사고 사태도 그랬지만, 여느 학교도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과정에서 학교가 제대로 안내받지 못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강민정 : "교육청이 학폭을 다루는 데 법리적인 문제에 대한 도움 등 을 학교에 제대로 제공하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민사고의 경우에도 강원도교육청 학폭 담당 변호사가 '절차상 하자가 없어야 된다'는 것만 강조했다는 게 당시 학폭 담당교사들의 증언이에요. 이런 게 교육청이 해야 하는 법률 자문이 아니잖아요."

-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최근 국회에 보고한 학폭근절대책 주요 내용은 딱 두 가지인데요. 학폭 처분 학생부 보존 기간을 늘리고, 이 결과를 대입에도 더욱 강하게 반영하겠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엄벌주의인데요. 이 좌담회 분위기는 다르지만, 현실은 이 엄벌주의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예요. 어떤 학폭 대책이 필요할까요?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순신 아들 학폭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주제로 긴급좌담을 하고 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순신 아들 학폭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주제로 긴급좌담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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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준 : "엄벌주의 방식의 징계 강화는 국민적 공분을 잠재우는 일시적 방편일 뿐이에요. 교육당국은 학교 폭력 문제가 이슈화되면 늘 엄벌주의를 내세웠어요. 그게 가장 쉽고 빠른 방식이니까요. 그 결과가 지금의 정순신 아들 사건이잖아요. 엄벌주의식 대책을 재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학생부 기록 보존을 연장하고 대입에 더 강하게 반영하겠다는 방안은 이번 사태를 잘못 해석한 결과입니다. 왜 정순신 변호사가 그렇게 집착했겠어요? '학교 폭력은 학생부에 기록이 되는 순간 내 아들의 대학 진학에 문제가 있다'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계속 문제 제기했던 겁니다. 그런데 학폭 기록을 더 오래 보존하고 대입에 강하게 연계시키는 방향으로 간다는 건 올바른 해결책이 아닙니다."

"엄벌주의 학폭 대책의 결과가 바로 정순신 사태"

- 교육부의 '원스트라이크 아웃' 식 학폭근절대책은 오히려 제2, 제3의 정순신을 만드는 대책이라는 것이죠?

한성준 : "그렇죠. 대입에 더 강하게 연계하면 더 치열하게 법적인 다툼을 이어갈 거고 법적인 다툼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학교는 절차적으로 하나의 틈도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절차들은 까다로워질 겁니다. 그 절차에 대해서 교사가 잘못 이해하고 있으면 책임을 져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그럼 언제 교사가 피해자의 피해에 대해서 돌봄을 할 수 있겠습니까?

현재 교육부가 준비하고 있는 대책은 가해자를 어떻게 처벌해야 할 것인가를 중심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바 가해자 중심주의에요. 그런데 국민적 공분은 피해자가 온전히 피해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도 분명히 반영이 돼 있는 거거든요.

교육부가 피해자의 회복을 어떻게 하면 온전히 이룰 수 있는지에 조금 더 방점을 둬야지, 계속 가해자 처벌 강화로 가서는 안됩니다. 저희가 회복적 생활교육을 2011년부터 계속 이야기해 왔는데, 교육부가 학교 안에 있는 그런 관계 회복 프로그램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 예를 들면 교사들의 역량을 높여준다거나 또는 학교 밖 전문가들과 연결해 준다거나, 이런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교사들을 더 양성해낸다든가 해서 총체적으로 갈등을 다루는 역량을 높여주는 방안이 나와야 합니다."

박은선 : "옷을 어떻게 벗길까? 계속 세게 바람을 불면 더 끼워 입잖아요. 그거랑 비슷할 거 같아요. 정순신 아들은 왜 반성을 안 했을까? 검사 아빠와 판사 출신 변호사가 학폭 사건을 몰랐던 거예요. 학폭은 처벌이 목적이 아니잖아요. 가해 학생이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해야 학교폭력대책기구나 재판부에서 기회를 줍니다.

'어떻게 해야 아이가 변화하고 화해할까'에 초점을 맞춰야 되는데, 실제 현재 학폭위원회들도 그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거든요. 이 위원회를 법정으로 오해를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죠. 궁극적인 목적이 처벌이 되면 안 될 것 같아요."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박은선 변호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순신 아들 학폭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박은선 변호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순신 아들 학폭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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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대통령이 '미국식 학폭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예로 들면서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박은선 : "저는 이런 태도야말로 검사식 해결 방식이라고 봐요. 교육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것 같습니다."

한성준 : "저는 교육의 문제는 복잡한데 이걸 단칼에 해결하겠다, 단기간에 해결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은 믿지 않아요. 의원님이시든 대통령님이시든 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겠다? 이것은 교육을 모르는 상황에서 하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강민정 : "윤석열 대통령과 이주호 장관식 해법은 학폭 관련 소송을 더 악착같이, 더 오랜 기간, 더 많이 일어나게 만들 수밖에 없는 방안입니다. 그 다음에 학교 현장에서 학폭은 훨씬 더 학부모와 교사 어른들의 눈으로부터 멀어지고 숨어들어서 음성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순신 변호사는 자기 아들 입시에는 성공했지만 자기 아들 인생에는 실패한 겁니다. 결국은 그런 식의 실패한 인생과 실패한 부모를 양산해내는 게 지금 정부가 앞장서서 하려는 근절대책이란 것입니다."

"검사식 학폭 해결 방안, 실패하는 부모 양산할 것"

- 학폭근절대책을 지금의 정부처럼 전쟁 치르듯이 한 달 만에 뚝딱 내놓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나요?

강민정 : "종합적인 교육 처방들을 전문가들과 현장 교사들이 함께 충분하게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방법이 유일한 답이라고 봅니다. 이런 방식은 시간이 많이 걸려서 천천히 가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아요.

학폭 문제의 복잡성에 비춰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다양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진짜 해법을 만들 수 있는 원인 진단과 대안 마련의 과정을 참을성 있게 해나가야 합니다. 한두 개 대안을 만들어서 치고 빠지는 무책임하고 정치적인 방식의 대응은 안됩니다."

박은선 :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통보시스템 정비 정도야 지금 해도 됩니다. 하지만 강 의원 말씀대로 '원스트라이크 아웃' 같은 방향은 진짜 위험합니다."

강민정 : "교육적인 단계를 넘어서서 해결 안 되는 학폭 문제에 대해 때로는 징계 자체가 교육적 의미가 있을 수도 있지요. 그런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입시에 대한 협박 수단으로 삼아서 아이들을 대학도 못 가게, 취직도 못하게 하는 건데 이는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를 더 일으키는 방식입니다."

태그:#정순신 아들 학폭, #학폭근절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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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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