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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의 청년 조직, 노조 등 12개 단체가 27일 부산시청 광장을 찾아 주 69시간 노동 논란에 대한 공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노동시간 개편안 전면 폐기"를 외치는 참가자들.
 부산지역의 청년 조직, 노조 등 12개 단체가 27일 부산시청 광장을 찾아 주 69시간 노동 논란에 대한 공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노동시간 개편안 전면 폐기"를 외치는 참가자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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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지시로 (오전) 9시가 되기 전부터 일해도, 처리해야 할 업무로 점심시간 30분을 반납해도, 퇴근시간 훌쩍 지나 더 일해도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닙니다. 근로계약서에 위약금 등의 불이익 조항을 두는 게 근로기준법상 불법이어도, 여전히 급여 보류까지 명시된 협박이 가득합니다. 노동강도는 날로 늘어나지만, 만연한 하도급 구조로 인해 (중략) 우리는 대체 누구에게 따져 물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다"라던 한 청년단체 대표의 말소리가 점점 커졌다. 마이크를 잡은 30대 노동자인 김명신 청년노동센터 센터장은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대통령을 향해 "일하며 수당, 휴가, 안전 등 제대로 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서 억울해 본 적 있느냐"고 되물었다. 김 센터장은 현재 한 하도급업체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주 최대 69시간제'로 불리는 노동시간 개편에 나섰지만, 청년 노동자들은 "정부가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라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27일 부산시청 광장을 찾은 지역 청년단체의 태도에선 '현장 몰이해' 노동정책에 대한 분노가 묻어났다.

지난 6일 고용노동부는 일주일에 52시간까지 일하도록 한 현행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겠다고 발표했다. 11시간 휴식 의무를 지킬 경우 한 주에 최장 69시간을 일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총량제를 도입해 다음 주는 시간을 줄여 일하거나 초과한 시간을 휴가로 적립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정식 장관은 "낡은 틀을 깬, 새로운 근로시간 패러다임 구축"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국민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바짝 일하고 몰아서 쉬라는 정부의 계획이 전혀 현실성 없다는 비판이 고조됐다. 지난 16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전국지표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4%는 '노동자가 과도한 연장근로를 강요받을 수 있어 반대한다'라고 답했다. 노동시간 개편에 대한 찬성 의견은 40%에 그쳤다.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중앙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이날 김 센터장의 발언도 이러한 여론을 담은 셈이다. 다른 청년노동자는 "장시간 노동 논란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며 선거 시기 나온 대통령의 발언을 소환했다. 대선 예비후보 시절인 2021년 7월 <매일경제>와 만나 주 52시간제도를 비난하며 인터뷰한 것을 말한다. 윤 대통령은 당시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승준 부산일반노조 청년위원장은 "산재 공화국 불명예 현실 속에 노동자를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 똑똑히 보여주는 발언이었다"며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사태로 평가했다. 그는 "(대통령이) 이후 반노동 정책을 거침없이 내세우며 자본의 하수인 역할을 똑똑히 하고 있다"라면서 "지겨운 MZ팔이를 그만하고 퇴진하라"라고 '심판'을 외쳤다.

이날 행사에는 두 단체뿐만 아니라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청년위원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본부 2030청년위원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 청년위원회, 부산청년유니온 등 노동조합과 부산청년겨레하나, 청년가치협동조합, 부산스러운청년들, 청년문화로협동조합 등 지역 청년조직이 함께했다. 정치권에서는 청년정의당 부산시당, 진보당 부산청년진보당이 이름을 올렸다.

함께 마련한 공동성명을 통해선 개편안의 전면적 폐기를 내세웠다. 이들 단체는 오락가락 정책을 비판하면서 "말끝마다 MZ세대, 2030이 좋아한다며 밀어붙이더니 이젠 60시간을 꺼내들며 간을 보고 있다. 다 똑같다. 청년들은 더 이상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싶지 않다"라고 선언했다. 

내달 초 참가 단체 중 일부는 MZ세대가 직접 모이는 도심 집회를 열기로 했다. 청년노동센터 관계자는 "앞으로 더 많은 청년과 목소리를 높이겠다"라고 말했다.

주 69시간 노동시간 논란은 온라인 공간으로도 번지는 중이다. 일상의 코믹한 콩트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너덜트'에 올라온 <야근, 야근, 야근, 야근, 야근, 병원, 기절(https://youtu.be/Ct-9YyEQpeg)> 제목 동영상은 현재 조회수가 163만 회를 넘어섰다. 7천여 개에 달하는 댓글에는 '현재 시점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작품', '진짜 리얼이다' 등 "현실을 제대로 풍자했다"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자 정부도 연일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및 유연화 법안' 재검토를 지시했고, 15일에는 "노동 약자의 여론을 더 세밀하게 청취한 후 방향을 잡을 것"이라는 대통령실 입장까지 나왔다. 27일에도 윤 대통령은 "국민 여론의 충분한 반영"을 주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3.1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3.1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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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69시간 노동시간, #윤석열 대통령, #청년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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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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