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한화 이글스의 시범경기. KT 이강철 감독이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16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한화 이글스의 시범경기. KT 이강철 감독이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1군 진입 2년째가 되던 2014년부터 가을야구에 진출한 NC다이노스와 달리 kt 위즈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며 값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 2018년 간신히 탈꼴찌에 성공한 kt는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2019년 5할 승률을 달성했고 2020년에는 창단 후 처음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그리고 2021년 kt는 정규리그에서 삼성 라이온즈,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를 제치고 드디어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여느 우승팀들처럼 한국시리즈 2연패를 노리고 작년 시즌을 시작한 kt는 외국인 원투펀치의 부상과 부진, 프로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낸 강백호의 추락 등이 겹치며 정규리그 4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그나마 2020년부터 이어온 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기록을 이어간 것이 위안이었지만 첫 우승을 시작으로 내심 2020년대의 새로운 왕조를 구축하려 했던 원대한 계획에는 차질이 생기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을 이끌었던 이강철 감독은 한국의 조기탈락으로 인해 명성에 큰 흠집이 생기고 말았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을 비롯해 대표팀에 출전했던 3명의 선수(고영표, 소형준, 강백호)는 우울했던 마음을 정리할 새도 없이 곧바로 새 시즌을 치러야 한다. 과연 kt는 올해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기록을 이어가며 2020년대의 새로운 명문구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투수] 든든한 선발진 속 필승 셋업맨 동반부상
 
 kt 위즈 2023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kt 위즈 2023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양형석

 
2020년 15승, 2021년 13승을 기록하며 kt의 1선발로 활약했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마리아치스 데 과달라하라)는 작년 8승 12패 평균자책점 4.53으로 주춤하면서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스런 부분은 2경기 만에 부상으로 퇴출된 윌리엄 쿠에바스(디아블로스 로호스 델 멕시코)의 대체 선수로 kt 유니폼을 입은 웨스 벤자민이 17경기에서 5승 4패 ERA 2.70을 기록하며 제 몫을 다해줬다는 점이다.

kt는 작년 후반기부터 kt 마운드의 에이스 역할을 해준 벤자민과 총액 130만 달러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이강철 감독은 일찌감치 벤자민을 2023 시즌 개막전 선발로 투입할 거라고 발표했다. 데스파이네의 자리에는 우완 보 슐서를 총액 74만 달러에 영입했는데 슐서는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3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지만 두 번째 등판에서 4이닝1실점으로 호투했다. kt는 두 외국인 투수가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줘야만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군 전역 후 2021 시즌 11승에 이어 작년 13승으로 명실상부한 리그 정상급 사이드암 선발로 자리 잡은 고영표는 올해도 kt의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해줄 투수다. 작년 13승 6패 ERA 3.05로 개인 성적만 보면 고영표를 능가했던 소형준도 더욱 성숙한 투구를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작년 11승을 기록하며 선발진의 깜짝스타로 떠올랐던 엄상백이 작년의 활약을 이어간다면 '리그 최강의 5선발'이 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지난 3년 간 86세이브를 기록하며 kt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켰던 마무리 김재윤은 올 시즌이 끝나면 FA자격을 얻는다. 확실한 동기부여를 가지고 시즌에 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작년 군복무를 마치고 6경기에서 2홀드 ERA 2.35를 기록했던 김민과 겨우내 감량에 성공하고 구속을 끌어올린 좌완 박세진이 불펜의 주요보직을 맡을 예정이다. 작년 가을야구에서 깜짝 활약을 했던 2년 차 박영현의 성장도 kt팬들이 기대하는 부분이다.

다만 작년 시즌 45개의 홀드를 합작하며 kt의 허리를 지켰던 '필승조 듀오' 김민수와 주권이 부상으로 시즌 개막을 함께 할 수 없는 것은 kt에게 커다란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작년 76경기에서 80.2이닝을 던진 김민수는 어깨 통증으로, 2019년부터 작년까지 불펜으로만 무려 354경기에 등판했던 주권은 팔꿈치 통증으로 나란히 2개월 휴식 진단을 받았다. 경기감각을 회복하고 실전에 투입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타선] '천재타자' 명성 회복하려는 강백호
 
 2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한국 강백호가 안타를 치고 있다. 2023.3.12

2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한국 강백호가 안타를 치고 있다. 2023.3.12 ⓒ 연합뉴스

 
작년 시즌을 함께 시작했던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는 18경기 만에 새끼발가락 골절 부상으로 일찌감치 팀을 떠났다. 다행히 대체 선수로 들어온 앤서니 알포드가 80경기에서 타율 .286 14홈런 50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총액 110만 달러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올해는 시즌 시작부터 함께 하게 될 알포드가 어떤 성적을 보일지 기대되는 가운데 26일 현재 시범경기에서는 타율 .206 2홈런 6타점으로 아직 타격감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았다.

올 시즌이 끝난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의 유일한 라이벌이라는 평가 받았던 강백호는 작년 타율 .245 6홈런 29타점으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여기에 WBC에서 보여준 '세리머니 주루사'로 인해 야구팬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kt팬들은 타고난 재능에 명예회복을 위한 노력까지 더해진 강백호가 올 시즌 다시금 리그 최고의 타자로 부활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kt는 작년 시즌 4위로 순위가 떨어진 와중에도 2020년의 멜 로하스 주니어(티그레스 델 리세이)에 이어 창단 후 두 번째로 홈런왕을 배출했다. 프로 데뷔 후 통산 6번째 홈런왕에 등극한 박병호였다. 작년 시즌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35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겼던 박병호는 올해도 강백호, 알포드와 함께 kt의 중심타선을 지키며 개인 통산 7번째 홈런왕에 도전할 예정이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kt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차지해 지난 5년 동안 688경기에 출전했던 심우준은 작년 시즌이 끝난 후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상무야구단에 입대했다. kt는 부동의 주전 유격수 심우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삼성 라이온즈 왕조시대의 주전 유격수 김상수를 4년 총액 29억 원에 영입했다. 김상수가 100경기 정도만 유격수로 출전해 준다면 kt의 내야는 훨씬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베테랑 박병호가 1루와 지명타자를 오갈 것이 유력하고 강백호가 올 시즌을 앞두고 외야 변신을 선언하면서 kt의 1루경쟁은 매우 치열해졌다. 작년 1군에서 112경기에 출전했던 오윤석과 kt의 창단 멤버이자 만년 유망주 문상철, NC와 LG트윈스에서 뛰다가 kt로 이적한 이상호 등 후보군은 제법 다양하다. 하지만 kt 팬들은 내심 2020년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홈런왕 출신 유망주 강민성의 성장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주목할 선수] 아름다운 마무리 준비하는 박경수

2021년 한국시리즈는 '박경수 시리즈'였다. 3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사라페로스 데 살티요)를 상대로 선제 솔로 홈런을 터트린 박경수는 경기 내내 견고한 수비를 선보이다가 8회 수비 도중 종아리 부상을 당하면서 병원으로 이송됐다. 검사결과 종아리 근육 부분파열 진단을 받은 박경수는 4차전에 결장하고도 프로 데뷔 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되는 겹경사를 누렸다.

2021 시즌을 끝으로 유한준(kt 2군 타격코치)이 은퇴를 하면서 팀 내 최고령 선수가 된 박경수는 작년 2018시즌 이후 4년 만에 다시 팀의 주장직을 맡았다. 하지만 정작 개인성적에서 제 역할을 전혀 해주지 못했다. 작년 100경기에 출전한 박경수는 타율 .120 3홈런 1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427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실제로 시즌 중반부터 2루 자리는 박경수가 아닌 오윤석과 신본기, 장준원 등이 맡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그렇게 박경수는 현역 생활을 이어가기엔 한계가 찾아온 듯 했지만 이강철 감독은 안정된 수비와 함께 '클럽하우스 리더'로서 박경수의 역할을 강조하며 2023 시즌에도 함께 할 것임을 밝혔다. 그렇게 2년 연속 1할 대 타율과 한 자리 수 홈런에 그쳤던 kt의 최고령 타자는 2023 시즌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2003년 LG에서 데뷔한 박경수가 kt에서 9번째, 프로에서 21번째 시즌을 맞는 것이다.

시즌이 개막하는 4월이 되면 만 40세가 되는 박경수는 10개 구단 최고령 주장으로 시즌을 시작하게 된다. 물론 이미 작년 시즌부터 한계를 보였던 만큼 박경수가 올해 1군에서 맡게 될 역할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박경수는 올 시즌 치열한 주전경쟁을 하게 될 kt의 2루수 후보들에게 좋은 멘토가 될 수 있다. kt 구단 역사상 최초의 한국시리즈 MVP 박경수가 선수생활의 아름다운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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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개막특집 10개 구단 전력분석 KT 위즈 강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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