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하는 양현종 1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1회에 투구하고 있다.

▲ 투구하는 양현종 1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1회에 투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야구위원회는 2015년 KBO리그가 10개 구단 체제가 되면서 와일드카드 제도를 신설했다. 정규리그 5위 팀에게 와일드카드 결정전 티켓을 주고 정규리그 4위와 1패를 떠안은 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는 것이다. 아직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위가 4위에게 연승을 거두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와일드카드 제도는 시즌 막판까지 중위권 순위경쟁을 치열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다 주고 있다.

LG 트윈스가 3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반면에 LG처럼 세 차례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렀지만 한 번도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내지 못한 팀이 있다. 바로 2016년과 2018년, 그리고 2022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했던 KIA 타이거즈다. KIA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전패를 당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번번이 정규리그 5위로 진출해 매우 불리한 상태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KIA는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한화 이글스, 키움 히어로즈와 두 건의 트레이드를 성사시켰을 뿐 주전 포수 박동원(LG트윈스)이 팀을 떠나는 동안 FA시장에서 외부보강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애리조나 투손에서 치른 1차 스프링캠프에서는 오락가락한 날씨 때문에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그럼에도 올 시즌 KIA는 부쩍 강해진 좌완 투수들을 앞세워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넘어 더 높은 성적을 바라보고 있다. 

[투수] '우완2-좌완2-잠수함1'의 이상적인 선발진
 
 KIA 타이거즈 2023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KIA 타이거즈 2023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양형석

 
KIA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던 시즌마다 아킬리노 로페즈와 릭 구톰슨(2009년), 헥터 노에시와 팻 딘(2017년) 같은 강력한 외국인 원투펀치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2022년 KIA는 3명의 외국인 투수가 한 시즌 내내 14승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물론 3명의 외국인 투수 중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는 아무도 없었다. 결국 KIA는 2022년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션 놀린과 토마스 파노니를 모두 보내고 새 외국인 투수들을 영입했다.

KIA가 1선발로 총액 100만 달러에 영입한 션 앤더슨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5개 팀을 오가며 빅리그에서 총 63경기에 등판했다. 빅리그에서는 주로 불펜으로 활약했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충분한 선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총액 63만6000달러에 영입한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아도니스 메디나는 KIA에서 오랜만에 공 들여 영입한 강속구 투수로 앤더슨과 원투펀치로 활약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통산 159승에 빛나는 '대투수' 양현종은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구위가 하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두 자리 승수와 3점대 평균자책점,17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KIA의 토종에이스로 활약했다. 프로 입단 2년 만에 10승 투수로 올라선 이의리도 올해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라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다. 여기에 사이드암 임기영이 선발 한 자리를 맡아주면 KIA는 '우완 둘, 좌완 둘, 잠수함 하나'로 이상적인 로테이션을 구축할 수 있다.

만 21세의 젊은 나이에 통산 67세이브를 챙긴 정해영은 올해도 변함없이 KIA의 뒷문을 지킬 것이다. 필승조 중 한 명인 장현식이 2022년 10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으면서 개막 엔트리 포함이 불투명하지만 전상현과 이준영, 김대유 등이 시즌 초반 필승조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여기에 좌완 루키 윤영철이 25일까지 시범경기에서 8.2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1군 데뷔를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다만 불펜에 믿을 만한 잠수함 투수가 없다는 점은 KIA 마운드의 약점으로 꼽힌다. 물론 KIA에는 2019년 5승 15홀드 평균자책점2.09, 2020년 7승 6세이브 11홀드 1.57을 기록했던 박준표가 있지만 박준표는 지난 2년 동안 5점대 평균자책점에 머물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도 KIA 불펜의 유일한 잠수함 박준표가 허리에서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한다면 김종국 감독의 불펜운용은 그만큼 단순해질 수밖에 없다.

[타선] 팀 타율 1위 타선, 최원준도 돌아온다

KIA는 2022년 시즌 팀 타율 1위(.272), 팀 득점 공동 1위(720점)를 기록했을 정도로 뛰어난 타선을 자랑했다. 150억 원을 투자해 FA 대어 나성범을 영입한 효과를 톡톡히 누렸고 소크라테스 브리또는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를 제외하면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외국인 타자였다. KIA가 공수주를 겸비한 소크라테스와 총액 110만 달러에 재계약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었다.

올 시즌 KIA의 최대약점으로 꼽히는 포지션은 바로 박동원(LG트윈스)이 떠난 안방이다. KIA는 2022년 11월 키움 히어로즈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2016년 1차 지명 출신의 젊은 포수 주효상을 영입했지만 주효상 역시 풀타임 주전 경험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선발 투수와의 호흡이나 상대선발 유형에 따라 기존의 한승택과 이적생 주효상이 번갈아 출전할 확률이 높지만 전력의 안정을 위해선 확실한 주전포수를 정하는 게 좋다.

2022년 시범경기 타율 1위를 기록하며 기대치를 한껏 끌어 올렸던 김도영은 시즌 개막 후 103경기에 출전해 타율 .237 53안타 3홈런 37득점 13도루로 다소 아쉬운 성적에 머물렀다. 김도영은 올해도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며 주전 기회를 엿볼 예정인데 유격수에는 도루왕 출신의 박찬호, 3루수에는 2022년 시즌 프로 데뷔 11년 만에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운 류지혁이 있어 쉽지 않은 경쟁이 예상된다.

KIA는 주효상을 데려오기 하루 전, 한화 이글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애증의 광속구투수' 한승혁을 내주고 군복무를 마친 우타거포 유망주 변우혁을 데려왔다. 물론 아직은 프로 통산 홈런이 4개에 불과한 유망주지만 1루수와 3루수를 두루 소화할 수 있고 리그에서 귀한 우타거포라는 점에서 KIA팬들의 기대가 매우 높다. 변우혁이 더욱 성장한다면 2022년 주전 1루수 황대인과 지명타자 최형우도 결코 주전자리를 안심할 수 없다.

나성범과 소크라테스가 외야 두 자리를 예약한 가운데 나머지 한 자리를 두고 이창진, 김호령, 이우성 등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정작 김종국 감독과 KIA팬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선수는 따로 있다. 바로 오는 6월 전역 예정인 최원준이다. 물론 최원준이 전역하자마자 주전으로 활약할 몸 상태를 보일지는 알 수 없지만 최원준이 170안타 40도루를 기록했던 2021년의 기량을 유지한다면 KIA는 그야말로 전군만마를 얻는 셈이다.

[주목할 선수] 유망주 딱지 떼고 싶은 김기훈

2021년 이의리라는 대형 유망주가 등장하기 전, KIA팬들이 이의리보다 먼저 기대했던 양현종의 후계자는 바로 양현종의 광주동성고 직속후배 김기훈이었다. 고교시절부터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리며 동성고는 물론 청소년대표팀에서도 주력투수로 활약한 김기훈은 1차지명으로 KIA에 입단했다. KIA에서도 팀의 차세대 에이스로 성장할 재목인 김기훈에게 3억 5000만 원의 많은 계약금을 안겼다.

루키시즌부터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9경기에 등판한 김기훈은 79.1이닝을 소화하며 3승 6패 5.56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22경기에 등판했던 2년 차 시즌에는 승리 없이 4패 1홀드 5.37에 그치며 성장세가 멈추고 말았다. 2001년 또 한 명의 좌완 유망주 이의리의 입단이 예정돼 있던 KIA는 김기훈의 병역의무를 일찍 해결해 주기로 결정했고 김기훈은 프로 입단 2년 만에 상무에 입대했다.

결과적으로 군입대는 김기훈에게 전화위복이 됐다. 2021년 구속이 나오지 않아 다소 고전하던 김기훈은 2022년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회복하며 퓨처스리그에서 6승 2패 2.95의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김기훈은 전역 후에도 불펜투수로 활약하며 5경기에 등판해 8.2이닝 1실점(평균자책점1.04)으로 호투했다. 2년 만에 KIA가 자랑하던 좌완 유망주의 지위를 회복한 것이다.

하지만 KIA의 마운드는 입대 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선발에는 이의리가 신인왕에 이어 10승 투수로 성장했고 불펜에는 2022년 17홀드를 기록했던 이준영과 박동원의 보상선수로 합류한 경험 많은 좌완 김대유가 있다. 여기에 루키 윤영철 역시 1군에서 활약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불펜으로 등판하고 있는 김기훈은 올 시즌 KIA 마운드의 주요보직을 차지해 팬들에게 4년 전 특급 유망주의 귀환을 알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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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개막특집 10개 구단 전력분석 KIA 타이거즈 나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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