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방영된 SBS '모범택시2'의 한 장면

지난 24일 방영된 SBS '모범택시2'의 한 장면 ⓒ SBS

 
악행을 일삼는 집단을 통쾌하게 응징하며 시청자를 사로잡은 SBS <모범택시2>가 이번엔 의료 사고 의혹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지난 24일 방영된 <모범택시2> 9회는 대형 병원에서 빚어진 의료사고로 딸을 잃은 아버지의 한맺힌 의뢰를 요청받은 무지개운수 사람들의 활약상이 그려졌다. ​그동안 부동산 사기, 사이비 종교 등 시의적절한 소재로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 <모범택시2>가 꾸준히 언급돼 온 의료 사고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눈길을 끈다.

특히 이번 9회에선 색다른 인물이 등장했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천원짜리 변호사> 남궁민이 천지훈 변호사 캐릭터 그대로 카메오 출연한 것. 고급 선글라스와 슈트로 멋을 낸 천 변호사는 무지개 운수 건물로 찾아와 김도기(이제훈 분)와 깜짝 만남을 갖는다. 억울한 사람들을 대변하고 악과 맞서 싸운다는 공통점을 지닌 두 캐릭터의 조우는 그야말로 명장면이었다. 

의료사고로 딸 잃은 아버지... 의문을 품게 된 김도기
 
 지난 24일 방영된 SBS '모범택시2'의 한 장면

지난 24일 방영된 SBS '모범택시2'의 한 장면 ⓒ SBS

 
​평소처럼 손님을 싣고 택시를 몰던 김도기 기사는 어느 유명 병원에 이르게 된다. 그곳에서 의료 사고를 주장하며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는 사람을 목격하는데, 때마침 그곳에 도착한 안영숙 병원장(이항나 분)은 식사라도 하라며 돈을 건네지만 농성자는 이를 뿌리치고 결국 직원들과 시비가 벌어진다.  

​안 원장은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쳐 '달동네의 슈바이처'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유명인사였고 의료사고는 특성상 잘잘못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무지개 운수의 식구들조차 이번 일을 맡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하지만 김도기는 포기할 수 없다. 

자판기 앞에서 커피를 뽑으려는 김도기 앞에 한 남자가 들어서며 말을 건냈다. "실례합니다만 동전 하나 빌릴 수 있을까요"라며 인사한 사람은 바로  <천원짜리 변호사> 속 천지훈 변호사였다. 분실물을 찾기 위해 들렀다는 천 변호사는 김도기가 들고 있던 서류를 보고 "소송 기록이네요. 본인 것이냐. 제가 봐드려도 되겠냐"라며 "답을 찾고 그 쪽 입장에서도 손해는 아닐 것"이라고 언급한다. 

본색을 드러내는 금사회 온하준
 
 지난 24일 방영된 SBS '모범택시2'의 한 장면

지난 24일 방영된 SBS '모범택시2'의 한 장면 ⓒ SBS

 
천 변호사의 조언을 들은 후 김도기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의료사고 의혹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의사로 위장해 병원에 잠입해 비밀 서류를 찾아나선 김도기는 어렵게 해당 사고의 기록지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피로 물든 것 마냥 심하게 오염되어 의구심을 자아낸 데다 도저히 알아볼 수 없는 필체로 적혀 있어 더욱 궁금증을 자아냈다.  

​게다가 병원 내부에는 카메라 탐지기가 곳곳에 부착되어 좀처럼 각종 자료 수집도 여의치 않았다. 이에 김도기는 가짜 자동차 사고를 내 이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기로 하는 다소 위험한 시도를 한다. 특수 카메라로 현장을 감시하던 안고은(표예진 분)은 수술을 집도하는 인물이 병원장이 아니라 공선생이라는 제3의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바로 이곳에선 대리 수술이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던 것.  

한편 신분을 숨긴 채 무지개운수 사람들의 동향을 파악하던 온하준(신재하 분)은 점차 어두운 기운을 밖으로 내뿜기 시작했다. 비밀조직 금사회의 핵심 간부라는 사실이 시청자들에게 드러난 이후 그의 행동은 더욱 대담해졌다. 같은 조직원으로 활동중인 경찰간부까지 위협하면서 결말을 행해 달리는 드라마의 핵심 빌런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사람에 대한 섣부른 판단 꼬집는 천 변호사의 한마디
 
 지난 24일 방영된 SBS '모범택시2'의 한 장면

지난 24일 방영된 SBS '모범택시2'의 한 장면 ⓒ SBS

 
​이날 방영분이 화제를 모은 건 단언컨대 <천원짜리 변호사> 남궁민의 깜짝 출연이었다.

특히 해당 소송 자료를 읽어본 천 변호사는 의뢰인의 불리한 사항을 일목요연하게 꼬집어내면서 "시작부터 아주 불리한 게임이죠. 불리한 게 하나 더 있네요. '이 사람은 처음부터 자기 편이 단 한 명도 없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지적한다. 뒤이어 건낸 한마디는 제법 강한 울림을 전달해줬다. 

"깔끔하고 착해 보이고 지저분하면 못돼 보이죠. 하지만 일상이 고단하고 전쟁터인 사람들에게 세련된 언어를 구사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들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거 잘못된 거 아니겠습니까." 

​천 변호사는 의료 분쟁에서 패소한 의뢰인의 안타까운 상황을 에둘러 언급하면서 공사장에서 오랜 기간 일해온 당사자의 말투, 외모 등이 사람들에게 편견을 심어줬음을 꼬집은 것이다. 이 사건을 맡아야 할지 주저하던 김도기는 천 변호사의 한 마디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지난 24일 방영된 SBS '모범택시2'의 한 장면

지난 24일 방영된 SBS '모범택시2'의 한 장면 ⓒ SBS

 
SBS 금토드라마는 그동안 주요 배우들의 작품을 넘나드는 카메오 등장으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곤 했다.   

​코믹, 액션, 스릴러가 적절히 배합된 <열혈신부>, <원더우먼>, <천원짜리 변호사>, <모범택시> 등은 정의의 구현-악에 대한 심판이라는 일관된 주제 의식을 담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이들 작품 속 캐릭터가 타 작품에 나오더라도 큰 이질감 없이 녹아들 수 있었다.

특히 천 변호사와 김도기의 조우는 SBS 금토드라마에 일종의 '유니버스'가 형성되었음을 짐작게 한다. 단 몇 분 남짓한 등장이었지만 큰 울림을 줬다는 점에서 SBS의 시도는 재미 이상의 선물을 시청자들에게 안겨준 셈이 됐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모범택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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