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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나에게 필요이상으로 삶을 든든한 동아줄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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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서광도 아니며, 책수집가도 아니다. 사서인 나는 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 서가를 서성기리도 하고 다른 도서관에 가서도 구석진 서가에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직업병이거나 책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어릴 적 책을 읽지 못한 미련이 잠재돼 있기도 했다. 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도 개인적인 책을 구입하거나 어느 폐가에서도 책을 발견하면 가져오는 습관도 있다.

책욕심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나의 서재에는 사연을 엮은 채 꽉 찬 공간에서 주인장의 손에 닿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를 모른다. 버려야 할 것과 공존해야 할 것, 싶게 버리지 못한 책들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책욕심에서 비롯되었다.

책욕심의 책들은 서평으로 출판사에서 받은 책, 책방에 들러 의도적으로 구입했던 책, 눈 쇼핑하다 인터넷으로 사고 싶은 책,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책, 책모임 활동으로 받은 책 등 핑곗거리나 아니면 강제적이라도 구입하고자 하는 개인적 욕심이 현재 습관으로 만들어졌다.     

책이 많다고 욕심은 아니다. 책욕심은 나를 살찌운다. 보고만 있어도 배부른 느낌, 읽지 않아도 읽은 느낌, 심심할 때 책마다의 사연을 살펴보는 것은 옛 앨범을 추억하는 것과 같았다.     

지나칠 정도의 욕심이 아니지만 돈이 생기면 책은 꼭 구입한다. 그중에서 두꺼운 책들도 꽤 있어 나 자신도 놀랐다. 지금이야 아무 쓸데없는 책이라지만 나에겐 조금의 지식을 채우고자 하는 지적욕구는 끝이 없을 정도로 과하다. 언제 그 여유를 만끽할지 모르겠다. 책의 욕심은 언제부터일까?      

든든한 지원군

어려웠던 시절에도 책은 나에게 필요이상으로 삶을 든든한 동아줄로 만들었다. 하지만 삶이라는 것이 책으로 되는 것만 아니었다. 많은 책을 소유하고 나서야 행복감을 느낀 적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현실에서 그 책이 도움을 주거나 꿈을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다양하고 개성의 책이 쌓이고 쌓여 든든한 지원군을 얻는 것처럼 포만했었다. 이사 갈 때도 책은 하나의 전유물이었다. 버리는 것은 사회단체에 기부했었고 아직 쓸만한 책들은 나와 함께 새로운 집에서 동거했다.

가끔 서가를 보면 추억을 들여다볼 때가 있다. 한 권의 책의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옛 장소와 공간, 사람이 맞닿아 있었다. 나에게 책은 끊임없는 꿈을 주었고 위안을 받았으며 추억을 선사했다.

나에게 책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살아가는 이유를 주었고 나를 찾게 되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책 욕심은 직업병의 하나이며 계속 성장하는 힘을 주기에 늘 그래왔듯이 구입할 것이다. 끊임없이 성장하는 길은 독서밖에 없기 때문이다. 많은 책을 소유하고부터 그 책들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이 공존했었다.

예의를 다하다

읽지 않는 책과 읽은 책들에게 예의를 다하는 자세는 책 욕심이 지녀야 할 품격이다. 서가에서 느끼는 오래된 책 향기와 뜻밖의 책들에게 눈빛으로 닿을 때 옛 추억들이 스린다.

작은 시골마을의 헌 책방을 거닐 때면 책들의 고향이 떠올려진다, 책에서 풍기는 도도함의 시적 감수성이 피어오를 때 그 책과 인연은 그렇게 마음의 도리를 다하는 시간이 되었다.

서재를 둘러보면 책과의 인연을 하나둘씩 만들어가는 시간이야 말로 나를 만났고 고요한 이 시간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