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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부러워 하지 않지만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되는 '어른의 종이접기'. [기자말]
마스크가 노란색이나 핑크색이 된 지 만 3년 정도 되었다. 찬 공기를 막아주거나, 병균을 가리거나, 먼지를 막아주는 마스크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삼삼오오 전 세계인이 마스크 사용자가 된 기간은 인류 역사상 최근 만 3년일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우리가 아는 보건용 마스크에는 '역사 중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 우리가 마스크를 쓰게 된 이유는 하나, 코와 입의 비말을 막아주는 '기능' 때문이었다. 그 전의 마스크는 새부리형이거나 파스텔톤일 필요가 없었다.

'기능에만 충실하면 될 것을'이라고 말하기에는 매일매일, '얼굴'에 써야 했다. 아마 발바닥에 마스크를 쓰기로 했더라면 결과는 좀 달랐을 것이다. 얼굴의 중요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고, 여기서 다룰 필요도 없다. 사람마다 얼굴은 크기만 다른 게 아니라 코와 입과 턱과 귀에 이르는 얼굴이 '입체적'으로 다르다는 데서 마스크의 다양함이, 취향이 비롯될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마스크 줄까지 가세해 마스크와 마스크 줄이 이루는 조합의 수는 인간의 셈을 벗어난다. 이제 거의 옷의 한 종류로 부를 수 있는데, 며칠 전 우리의 사철 옷이 다 된 마스크를 지하철과 버스에서 '벗어도 된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 이유는 마스크를 써야 했던 이유처럼 역시 하나, 기능 때문이다.

이 발표는 마스크 함께 쓰기의 기능이 마침내 대략 완수했다는 말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내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때가 되어, 마스크를 생각해 본다. 다양한 '접기'로 탄생해 우리의 얼굴을 이루었던 것에 대해서.

접기의 속성을 가장 잘 이해한 3단 주름 마스크

마스크야말로 접기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마스크는 어떤 식으로든 늘 접혀 있었으니까. 프로토 타입은 아마 종이로 만들지 않았을까? 종이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니까 무한히 실패를 감수할 수 있다. 더 나은 구조를 발견하기에 이보다 좋은 소재는 없을 것이다.
 
단순하지만 접고 펴지는 마스크
▲ 3단 주름 마스크 단순하지만 접고 펴지는 마스크
ⓒ 최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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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단순한 형태의 마스크는 직사각형의 형태로, 가운데 3개의 주름이 접힌 것이다. 코를 중심으로 중앙을 눌러 펼치면 가운데 주름이 다 펴지면서 면적을 확보하고, 양 끝은 여전히 접혀 있어 얼굴을 감싸는 형태가 된다. 그런데 얼굴이 이렇게 단순할 리가 없으므로 이 단순한 접기는 얼굴을 포대기처럼 감싼다. 어떤 일상에는 이 정도 접기의 마스크도 충분하다.
 
꽃봉오리 같은 오브제
▲ 펼쳐진 3단 주름 마스크 꽃봉오리 같은 오브제
ⓒ 최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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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접어서 펼친다는 '접기'의 속성을 가장 잘 이해한 마스크이나, 얼굴까지 이해한 것은 아니다. 애초에 접혔던 것을 펴야 하므로 이 마스크는 펼쳐졌을 때 주름을 간직한다. 그 주름이 하필 입 부분에 위치한다는 점이 이 마스크의 난제이다.

게다가 직사각형에 몇 개의 주름만 덧댄 마스크는 턱과 마스크 사이 불가피하게 공간을 만들면서 밀착하므로 턱이 둥글어지거나 좀 더 커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공정의 단순함이 가져오는 가격에서의 경쟁력 등으로 이 마스크를 응원해 볼 수 있다.

접고 펼치는 경계가 확실한 3단 접기 마스크

그래서는 아니겠으나, 다음으로 3단으로 접힌 마스크가 있다. 이 마스크는 입 주변이 주름지는 단점을 막기 위해 나온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관계는 확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유형'의 탄생은 3단 주름보다는 이후에 일어났을 것이라는 추측은 타당해 보인다. 전체적인 모양도 직사각형을 탈피해 양 끝은 좁아지는 유선형이다.
 
박음질처럼 보이는 공정이 섬세해 보인다.
▲ 3단 마스크 박음질처럼 보이는 공정이 섬세해 보인다.
ⓒ 최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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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3단 접기이다. 코에서 인중까지 1단, 입에서 턱까지 2단, 그리고 턱 아래를 감싸는 3단으로 접어, 이것을 펼치고 코를 중심으로 접어서 쓴다. 가운데 부분을 면으로 확보하기 때문에 매끄러운 입매와 턱선을 가질 수 있다.

접힌 부분은 변화가 일어난 장소이다. 새로운 각이나 선을 표현하는 동시에 약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접기의 약한 면을 충분히 이해한 공정이 그동안 우리의 반나절을 지켜줬으리라.

이 마스크의 3단은 콧대와 입을 분리해 이해한 것이 흥미롭다. 그 옛날 로봇의 입매를 연상하듯 광범위하게 입 주변을 확대한다는 효과가 있다. 얼굴 면적을 어쩐지 넓게 보이는 효과도 있는듯 한데 평소 하관이 작아 불만이었던 사람들이나 얼굴이 더이상 커 보일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 착용하면 얼굴과 마스크의 시너지를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형태를 유지하는 힘을 생각해본다.
▲ 3단 마스크의 안쪽 형태를 유지하는 힘을 생각해본다.
ⓒ 최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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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알려진 것처럼, 마스크는 코 이하를 가리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을 더 잘 생긴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마스크가 턱이나 입을 보정하지 않더라도 뇌가 상상으로 얼굴을 보정해서 인식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연구와 실제 그러한 인식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턱을 날렵하게 보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마스크가 나온다. 이름하여 새부리형 마스크. 새부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을 가져온 것이 재미있다. 

가장 단순한 접기, 새부리형 마스크

이것은 가장 단순한 접기로 만들어졌다. 코를 중심으로 한 번 접혀서 포장되어, 펼쳐서 착용하면 된다. 코를 중심으로 얼굴을 반 가르면서 산을 이루고, 코와 입의 공간을 확보한다. 접혀있을 때 왠지 하트 모양인데, 날카로운 각이 왠지 내 얼굴도 그렇게 만들어 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나들이 가기 좋은 모습이다
▲ 새부리형 마스크 노랑 나들이 가기 좋은 모습이다
ⓒ 최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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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접기라고 할 것도 없이 이건 '개기' 정도의 말이 어울린다. 언젠가 종이 인형을 반 접어 만들었던 것처럼 마스크를 세로로 접어버려 공정을 최대한 단순하게 했다. 3단의 마스크들과 얼굴을 인식하는 데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얼굴에 산을 만들면서 코와 입의 공간도 확보할 수 있었다. 피카소는 아니지만 얼굴의 면을 이해하려는 다양한 시도와 접기를 최소화하면서 공정을 단순하게 덜어가는 과정이 엿보인다.

우리의 얼굴을 보게 되기 전에, 만났던 마스크의 평면과 입체, 접기와 펼쳐짐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마스크에 깃들어 있는 접기를 유심히 보아도 별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을 테지만... 당신은 어떤 마스크를 펼치고 접으면서 가장 오래 얼굴을 맞대었나. 취향에 대해서 심심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새부리형 마스크 노랑
▲ 마스크가 양쪽 얼굴을 이해하는 모습 새부리형 마스크 노랑
ⓒ 최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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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이 마스크 모델을 하는 시절. 그건 그도, 마스크도 평생 짐작할 수 없었던 일일 것이다. 나 역시 종이접기를 하다가 마스크에 숨어있는 '접기'에 대한 무언가를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이것을 쓰면서 내가 살고 있는 시대를 다시금 느끼게 된다.

혹시 새로운 접기를 반영한 마스크를 발견한다면 알려주기를 바란다. 접는 사람으로서 동시대를 기록해야 할 모종의 의무를 이제 막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스크 써야 하는 이유는 '하나'를 넘어선 지 이미 오래되었고 마스크는 당분간 우리 곁에, 우리의 얼굴 곁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태그:#종이접기, #마스크,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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