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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찾은 신사동 봉산의 모습. 인부들이 나무를 베고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정민구 기자)
 13일 찾은 신사동 봉산의 모습. 인부들이 나무를 베고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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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베네?"

지난 13일 숭실고등학교 뒤편 봉산에서 인부들이 전기톱으로 나무를 베고 있었다. 전기톱 소리가 산 전체에 울려 퍼지자 봉산을 등산 하던 시민들은 "나무를 베어도 되는 건가?"라며 현장을 지나갔다. 

기자가 찾은 현장은 서울시 은평구 서편을 감싸고 있는 봉산이다. 은평구청은 2014년부터 꾸준히 신사동 산 93-8번지 일대에 편백나무 숲 조성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숲을 파괴하는 행위'라며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곳은 기존에 조성된 편백나무 치유의 숲에 더해 확대조성에 나선 구역이다. 

올해 은평구청은 편백나무 숲 확대를 위해 약 7000㎡(1ha 미만)면적에 해당하는 나무를 베었고 여기에 편백나무 500그루를 식재할 예정이다. 은평구청은 편백나무 숲 조성 이외에도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 고령 나무를 베어내는 영급 구조개선, 고사목 제거, 가지치기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숲을 베어내는 행위에 대해 생태보전시민모임 등 시민단체에서는 숲을 파괴하는 행위라며 '편백나무 숲 조성을 중단하고 참나무류와 팥배나무 중심의 낙엽활엽수림으로 복원하라'며 비판에 나섰다. 

시민단체 "숲 조성 위해 기존 숲 생태계 파괴는 문제"
 
베어진 나무들이 쌓여있다. (사진: 정민구 기자)
 베어진 나무들이 쌓여있다. (사진: 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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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봉산은 팥배나무 군락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봉산 은평터널 방면은 팥배나무 순림(한 개 수종으로 구성된 숲)으로 유지되어 서울시로부터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팥배나무는 중부지방의 마사토양에서 생육하는 대표적인 자생수목으로 내한성, 내공해성이 강해 척박지에서도 견딘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붉은 열매는 조류의 먹이로 제공되기도 한다. 

생태보전시민모임은 지난 3월 1일과 3일 이틀에 걸쳐 봉산을 모니터링 한 결과 "참나무류 100여 그루, 팥배나무 80여 그루, 아까시나무 72여 그루, 기타 소나무·일본잎갈나무·벚나무류·밤나무·단풍나무류·리기다소나무 55여 그루 등이 베어진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작은 관목류까지 포함한다면 훨씬 더 많은 나무가 한꺼번에 죽임을 당했다. 나무 수령은 10년생에서 56년생까지 다양했고 특히 우점하고 있던 참나무와 팥배나무는 평균 30년 이상의 큰 나무들이 다수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온대중부지역에서 자생하지 않는 편백나무를 인위적으로 심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생태보전시민모임은 "▲1ha면적의 숲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했고 ▲봉산의 생물다양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으며 ▲주요한 탄소흡수원을 없애버려 오히려 온실가스를 배출시켰고 ▲중부지방에 자생하는 참나무림을 없애고 온대중부지역에서 자생하지 않는 편백나무를 식재하는 것은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편백나무 1개 나무로 구성하는 단순림은 산불 가능성을 높인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이번에 시민단체가 생태파괴라며 문제를 제기한 곳은 생태경관보전지역은 아니고 이보다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편백나무 힐링숲 조성을 위한 벌목 과정에서 팥배나무 80여 그루가 함께 베어진 점은 문제 소지가 있어 보인다. 

어제오늘일 아닌 은평구청의 편백숲 조성
 
2017년 4월 5일 식목일 행사때 실시한 봉산 편백나무 식재 행사. 은평구청은 2014년부터 기존 나무를 베고 편백나무 숲 조성 사업을 실시했다. 2023년 1월부터 갑자기 기존 나무를 베고 편백나무 식재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민선 5기 때부터 이 사업을 실시해오고 있다.
 2017년 4월 5일 식목일 행사때 실시한 봉산 편백나무 식재 행사. 은평구청은 2014년부터 기존 나무를 베고 편백나무 숲 조성 사업을 실시했다. 2023년 1월부터 갑자기 기존 나무를 베고 편백나무 식재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민선 5기 때부터 이 사업을 실시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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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청이 편백나무 숲 조성에 나선 건 지난 2014년부터다. 은평구청 민선 5기였던 2014년에 시작한 편백나무 숲 조성 사업은 2018년 12월까지 5년간 진행되었다. 이 사업으로 신사동 산 93-8번지 일대엔 2014년 1500주, 2015년 3000주, 2016년 2700주, 2017년 2800주, 2018년 2400주 등 총 1만 2400주의 편백나무가 식재됐다. 2020년엔 본격적인 편백숲 조성에 나서 총 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무장애산책길, 전망대, 포토존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추가로 설치했다. 

편백나무는 아토피를 개선하고 천연향균물질인 피톤치드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백나무가 비교적 춥지 않은 남부지방에서 식생한다는 특징으로 인해 편백나무를 보기 위해서는 남부지방의 자연휴양림을 찾아야만 했는데 구민들이 멀리가지 않아도 가까운 도심에서 산림휴양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숲을 조성했다는 게 은평구청의 취지다. 

하지만 문제는 편백나무가 온화하고 강수가 많은 해양성 기후 지대인 남부지방에서 자라야 생존에 용이하다는 점이다. 영하 20도 밑으로 내려가거나 투수성, 통기성, 토양습도가 높고 겨울철 건조한 찬바람이 있는 곳이라면 편백나무가 고사할 확률도 높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2020년 발표한 편백 조림가능 지역 지도. 서울 지역은 편백 조림지 생존율이 40%~5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은평구 봉산에 식재한 편백나무 생존율은 96%에 달한다고 은평구청은 밝혔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2020년 발표한 편백 조림가능 지역 지도. 서울 지역은 편백 조림지 생존율이 40%~5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은평구 봉산에 식재한 편백나무 생존율은 96%에 달한다고 은평구청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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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2018년까지 산림청의 국립산림과학원은 편백나무가 식재되어 추위로 인한 피해를 입은 지역과 생존하고 있는 지역 2,358곳을 대상으로 전국적인 대규모 조사를 시행했는데 서울지역의 편백 조림지 생존율은 40%~5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산림과학원은 "40% 미만의 생존율을 보이는 지역은 편백 조림을 지양할 것과 서울과 같은 생존율을 보이는 곳은 입지 등을 고려한 편백 적지 조림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견도 있다. 최근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인해 편백나무가 서울보다 비교적 더 추운 경기 북부 포천에서도 재배가 성공했다는 사례가 나오는 만큼 봉산 편백나무 식재가 무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은평구청 "편백나무 병해충에 강하고 탄소흡수량 높아"
 
편백나무 식재를 위해 기존 나무가 베어진 봉산 (사진:정민구 기자)
 편백나무 식재를 위해 기존 나무가 베어진 봉산 (사진: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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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청은 다른 지역에서 생존하지 못한 편백나무가 봉산에선 안착이 되었고 그 생존율은 96%에 달한다고 밝혔다. 산술적으로만 살펴보면 식재한 1만 2400주 중 1만 1904주가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다. 물론 활착을 위해 예산을 투입해 지속적인 관리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은평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편백나무 숲 조성에 실패하는 곳이 많지만 서울에선 대표적으로 은평과 구로가 성공했다"며 "온난화 영향도 있지만 은평구의 경우 어린나무를 식재를 해서 봉산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고 기간제근로자를 고용해 꾸준히 관리했기 때문에 성공한 게 아닌가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봉산 숲 훼손이라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생태계 보전적 측면에서의 문제제기로 파악하고 있다. 물론 생태계 보전도 중요하지만 산림의 고령화 문제로 나무의 탄소흡수량이 줄어들고 있는 문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영급구조 개선으로 산림의 탄소흡수량을 늘리기 위한 취지도 담고 있으며 편백나무보다 탄소흡수량이 많다고 알려진 소나무나 잣나무에 비해 편백은 병해충에 강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단일림 조성은 문제있다는 지적에 대해 은평구청 관계자는 "편백숲 일부만 보면 단일림으로 볼 수 있지만 봉산은 전반적으로 활엽수림이 많아 오히려 편백나무를 심으면서 혼합림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은평구, #편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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