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정규리그 144경기를 치를 때까지 76승9무59패로 kt 위즈와 우열을 가리지 못한 삼성 라이온즈는 그 해 10월31일 kt와 정규리그 우승을 가리기 위한 145번째 경기를 치렀다. 삼성은 이 경기에서 접전 끝에 kt에게 0-1로 패했고 플레이오프에서도 두산 베어스에게 2연패를 당하면서 최종순위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리고 삼성은 작년 시즌 7위로 순위가 하락하며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흔히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구단은 다음 시즌 포스트시즌 복귀를 위해 스토브리그에서 과감한 투자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하위 4개 구단들이 부지런한 스토브리그를 보내는 사이 삼성은 단 한 명도 외부수혈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FA를 신청한 김상수(kt)와 오선진(한화 이글스)이 팀을 떠났고 외국인 선수 교체도 없었다. 적지 않은 야구팬들이 7위를 했던 작년보다 삼성의 전력이 더욱 약해졌다는 평가를 내리는 이유다.

올 시즌을 앞두고 대구야구의 상징과도 같았던 슈퍼스타 이승엽 감독이 두산과 계약하자 삼성은 작년 8월부터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었던 박진만 감독대행을 정식감독으로 선임했다. 그리고 박진만 감독은 LG 트윈스의 레전드 이병규 코치와 SK 와이번스 출신의 박희수 코치 등을 영입하며 '순혈주의'를 깨고 있다. 과연 작년 9월 이후 승률 1위(.621)를 이끌었던 박진만 감독은 올해 삼성을 다시 가을야구로 견인할 수 있을까.

[투수] 막강 외국인 원투펀치와 42세 마무리
 
 삼성 라이온즈 2023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삼성 라이온즈 2023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양형석

 
KBO리그에서 외국인 원투펀치의 '최소기대승수'는 20승이다. 만약 KBO리그 3년 차의 1선발이 11승, KBO리그 초년생 2선발이 6승에 머물렀다고 하면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그 팀의 외국인 농사가 실패했다고 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작년 삼성의 경우는 예외다. 작년 11승10패를 기록했던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의 평균자책점은 3.04(9위)에 불과했고 2선발 알버트 수아레스는 무려 2.49의 평균자책점(4위)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뷰캐넌은 총액 160만 달러에 재계약하면서 삼성 구단 역사상 최장수 외국인 선수로 등극했고 수아레스 역시 총액 130만 달러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만약 뷰캐넌과 수아레스가 작년 정도의 구위를 유지하면서 더 많은 타선의 지원을 받는다면 20승이 아니라 25승 이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불운한 원투펀치였던 뷰캐넌과 수아레스가 올해는 얼마나 많은 승수를 챙길 수 있을지 삼성팬들의 기대가 매우 높다.

2021년 14승7패3.06으로 삼성의 토종에이스로 떠올랐던 원태인은 작년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이 3.92로 상승했다. 하지만 2021년 도쿄 올림픽에 이어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까지 출전하면서 경험이 쌓인 만큼 올해는 더욱 성숙한 투구가 기대된다. 작년 상무에서 7승 무패 1.79를 기록했던 좌완 최채흥의 전역이 오는 6월로 예정된 가운데 삼성은 백정현과 양창섭, 허윤동 등이 시즌 초반 선발 마운드를 지켜줘야 한다.

KBO리그 최고령 투수 오승환이 올해도 변함 없이 뒷문을 지킬 것이 유력한 가운데 삼성은 왼손과 오른손을 사용하는 동명이인 투수 이승현들(?)이 불펜에서 큰 역할을 해줘야 한다. 작년 불펜으로만 42경기에 등판해 3승2패7홀드5.94로 궂은 일을 해줬던 이재익도 올해는 더욱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여기에 '베테랑 잠수함 듀오' 우규민과 김대우도 여전히 필승조 또는 중간계투로 중요한 보직을 맡을 예정이다.

KBO리그 역대 최고의 마무리 오승환은 작년 풀타임을 치른 시즌을 기준으로 프로 데뷔 후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3.32)을 기록했다. 2012년 9이닝당 평균 13.1개의 삼진을 잡아냈던 오승환은 작년 시즌 9이닝당 삼진이 8.1개로 줄었고 피홈런은 한 시즌 최다인 8개를 허용했다. 이는 이제 더 이상 상대 타자들이 오승환의 속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삼성 뒷문의 수호신 오승환이 올해 반등하지 못하면 삼성의 성적 향상은 기대하기 힘들다.

[타선] 중심타선 강하지만 센터라인 불안
 
 정식 감독 취임 후 첫 시즌을 치르는 삼성 박진만 감독

정식 감독 취임 후 첫 시즌을 치르는 삼성 박진만 감독 ⓒ 삼성라이온즈

 
2021년 29홈런97타점을 기록했지만 타율 .286로 완성형 외국인 타자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호세 피렐라는 작년 타율을 무려 .342로 끌어 올리면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의 정규리그 MVP에 맞설 유일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순식간에 삼성 최고의 타자가 된 피렐라는 작년 12월 총액 120만 달러에 삼성과 계약을 체결하며 올해도 삼성 유니폼을 입고 라이온즈 파크를 누빌 예정이다.

FA를 1년 앞둔 작년 2월 삼성과 5년 총액 120억 원의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한 구자욱은 삼성 타선의 간판으로 활약해 달라는 기대와 달리 작년 홈런숫자가 급락하면서 5홈런38타점으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작년 시즌이 끝나고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 자진 참가했을 정도로 부활의 의지를 내보인 구자욱이 살아난다면 삼성은 구자욱-피렐라-오재일로 이어지는 강한 중심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

작년 시즌에도 주전 마스크를 쓴 경기가 83경기였던 강민호는 어느덧 만37세가 된 올 시즌에도 풀타임 포수로 활약하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삼성이 트레이드와 FA 보상선수로 영입한 김태군과 김재성이라는 좋은 백업 포수를 둘이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강민호가 건재한 기량을 보여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어쩌면 올해 박진만 감독은 강민호를 잇는 삼성의 새로운 주전포수를 결정해야 할 수도 있다.

오랜 기간 김상수가 지켰던 자리이자 박진만 감독이 현역 시절 5번의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던 유격수 포지션 역시 경쟁이 대단히 치열하다(유격수와 2루수를 오갈 수 있는 김지찬은 햄스트링 부상 복귀 후 상대적으로 수비부담이 적은 2루수로 활약할 확률이 높다). 프로 입단 후 지난 수 년간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했던 강한울과 장타력을 갖춘 프로 2년 차 이재현이 유격수 자리를 두고 박진만 감독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작년 118경기에서 타율 .275 100안타57득점6도루를 기록하며 느슨했던 외야에 긴장을 가져왔던 '깜짝스타' 김현준이 유구골 부상으로 3개월 정도 결장이 예상된다. 삼성은 시범경기에서 홈런 3개를 때린 이성규와 이미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만23세 유망주 윤정빈을 경쟁시켜 김현준의 공백을 메울 예정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약한 센터라인은 올 시즌 삼성의 최대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주목할 선수] 필승조 복귀 노리는 최충연

지난 2016년 삼성의 1차지명을 받고 입단한 최충연은 3년 차가 되던 2018년 70경기에 등판해 2승6패8세이브16홀드3.60의 성적을 기록하며 삼성의 필승조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풍부한 가능성을 인정 받아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돼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일찌감치 병역혜택도 받았다. 20대 초반에 군문제까지 해결한 최충연의 야구인생에는 탄탄대로가 열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충연은 2019년 34경기에서 2패1세이브4홀드7.36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고 급기야 2020년1월 면허정지 수준인 혈중알코올 농도 0.036%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결국 최충연은 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50경기, 구단 자체징계로 10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고 2020년 11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까지 받으면서 2021시즌 징계가 끝난 후에도 실전경기를 전혀 소화하지 못했다.

그렇게 2년의 공백을 가진 최충연은 작년 시즌 마운드로 돌아와 1군에서 38경기에 등판했다. 하지만 승리와 세이브, 홀드 기록 없이 1패 평균자책점4.70으로 평범하다 못해 초라한 시즌을 보냈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작년 고전을 면치 못했던 삼성의 불펜에서 최충연은 크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 다만 팔꿈치 수술 후 복귀 시즌이었음을 고려하면 2년의 공백을 가진 최충연이 투구감각을 되찾기에는 나쁘지 않은 시즌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징계와 수술로 인한 2년의 공백과 투구감각을 찾기 위한 1년의 시간을 보낸 최충연은 어느덧 프로 8년 차의 중견선수가 됐다. 올해도 불펜 투수로 활약이 예상되는 최충연은 복귀 2년 차가 되는 올해 불펜에서 팀에 기여해야 하는 시기다. 경북고 시절 190cm에 달하는 신장으로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며 한국야구의 미래를 이끌 유망주로 평가 받았던 최충연은 3년의 방황을 끝내고 삼성 불펜의 중심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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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개막특집 10개 구단 전력분석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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