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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시청 조형물 앞 도로변에 걸린 4·3 왜곡 현수막?
 제주 시청 조형물 앞 도로변에 걸린 4·3 왜곡 현수막?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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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부터 제주 전역에 "제주 4.3 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며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 수십 장이 게시됐다. 

우리공화당, 자유당, 자유민주당, 자유통일당 이름으로 게시된 현수막은 제주 80여 곳은 물론이고 초등학교 인근에도 게시됐다. 

분노로 들끓고 있는 제주도민들 

4.3 희생자 추념일을 앞두고 게시된 이들의 현수막에 대해 도민사회가 공분을 쏟아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를 비롯한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연구소, 제주민예총,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등 도내 4.3관련 단체들은 23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4.3의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의힘 최고의원으로 출마한 태영호 국회의원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제주4.3을 김일성 지시설로 덮어씌우더니, 우리공화당 등 극우보수정당과 단체에서 제주 전 지역에 제주4.3을 악의적으로 왜곡선동하는 현수막을 설치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분노하고 비통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다"라고 밝혔다.
 
23일 제주도청에서 개최된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준비상황 최종보고회
 23일 제주도청에서 개최된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준비상황 최종보고회
ⓒ 제주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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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도 "4.3을 다시 통한의 과거로 끌어내리는 '역사 왜곡 현수막'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공동입장문을 통해 "4.3의 역사와 가치를 세계와 공유하는 제75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을 앞둔 시기에 4.3이 맹목적인 이념 사냥의 표적이 되고 있어 매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지역사회의 반목과 갈등을 일으키고, 역사를 왜곡하는 현수막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제주 선관위 "정당 현수막이라 문제없다"

도민 사회가 분노로 들끓고 있지만, 4.3 왜곡 현수막을 마땅히 철거할 방법은 없다.  이 현수막들이 '정당 명의'로 게시됐기 때문이다. 제주도선관위는 이를 '통상적 정당활동'이라고 보고 있다.

옥외광고물법 제8조 8항을 보면 정당법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하여 표시·설치하는 경우는 현수막을 금지하거나 제한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정당법 37조는 특정 정당이나 공직선거 후보자에 대한 비방이나 허위사실만 아니라면 그 어떤 내용도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인정한다. 

제주도선관위는 현수막 내용의 진위 여부는 고려하지 않고 공직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정당 현수막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4.3 특별법에 나온 내용을 부정하는 거짓 현수막을 정당 현수막이라 철거를 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이 나온다.

김한규 의원, "그 입 다물라" 맞불 현수막 게시 
 
제주 4·3 왜곡 현수막 위에 김한규 의원이 게시한 현수막
 제주 4·3 왜곡 현수막 위에 김한규 의원이 게시한 현수막
ⓒ 김한규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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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제주시에는 4.3 왜곡 현수막 위에 "4.3 영령이여, 저들을 용서치 마소서. 진실을 왜곡하는 낡은 색깔론, 그 입 다물라"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게시됐다. 이 현수막은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게시한 현수막이다.

김한규 의원은 "제주4.3을 폄하하고 왜곡하는 망발을 해도 여당 최고위원으로 선출되는 국민의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국민의힘이 책임져야 한다"면서 "정당 현수막이라 철거를 못 한다는 선관위 해석을 듣고 분노를 담은 현수막을 설치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제주 4.3 왜곡 현수막까지 옥외광고물법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관한 현수막으로 보호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과 함께 향후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옥외광고물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4.3 왜곡 현수막을 계기로 제주4.3희생자와 유족, 단체를 모욕·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4.3특별법 개정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송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갑)이 9일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는 제주4.3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거나 헐뜯으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벌칙 규정이 담겼다. 기존 특별법에는 비방하거나 훼손하면 안 된다는 내용만 있고 벌칙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지난 8일 국민의힘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태영호 국회의원은 지난 2월 13일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제주4.3사건은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된 사건"이라고 말해 유가족과 도민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덧붙이는 글 | 독립 미디어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제주 4.3 사건, #현수막, #태영호, #김한규,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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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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