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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입장해 앉아있다.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입장해 앉아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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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4.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판단'이 전체 결과를 갈랐다.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검사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았으며 개정 법률은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3일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검사 6명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각하했다. 

9명의 헌재 재판관 중 4인이 인용, 또 다른 4인이 각하 입장을 고수한 가운데 이미선 재판관이 각하 의견을 내면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셈이 됐다.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선고일인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헌법재판관들과 함께 법정으로 입장, 자리에 앉아 있다.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선고일인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헌법재판관들과 함께 법정으로 입장, 자리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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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사이에 권한 다툼이 있을 때 헌재가 이를 가리는 절차다. 권한쟁의 심판은 헌법 재판관 9명 중 5명 이상 찬성으로 인용 및 기각, 각하 결정을 내린다. 

지난해 4월 30일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검찰청법을, 5월 3일 형사소송법을 본회의에서 가결시켰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5월 3일 국무회의를 열고 두 법안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두 법안은 지난해 9월 10일부터 시행됐다. 

개정 검찰청법은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개 범죄에서 부패·경제 2개 범죄로 축소하고 수사 개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경찰에서 송치받은 사건은 해당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수사할 수 있도록 보완수사 범위가 축소됐다. 별건 사건 수사 금지, 고발인 이의신청권 배제 조항도 포함됐다.

하지만 법무부와 검찰은 영장 신청의 주체를 검사로 규정한 헌법 12조 3항과 16조를 근거로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에 보장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날 각하 판단을 내린 헌법재판관 다수 의견(유남석 소장·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은 "개정안은 국회가 입법사항인 수사권·소추권의 일부를 행정부에 속하는 국가기관 사이에서 조정·배분하도록 개정한 것"이라며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 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헌재는 또 한동훈 법무무장관의 권한쟁의심판 청구 자격도 없다고 봤다. 헌재는 "이 사건 법률개정행위는 검사의 권한을 일부 제한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으므로 수사권·소추권을 직접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법무부장관은 청구인 적격이 없다"라고 판단했다.

헌재,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 권한침해는 '인용'

이날 헌재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제기한 권한침해확인 청구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토론할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민의힘 측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법사위 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인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하여 미리 가결의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하였다.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이는 국회법과 헌법상 다수결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지난해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의 국회 통과 과정에서 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검찰 수사권 축소 개정안에 부정적 의견으로 입장문을 준비하자, 4월 20일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탈당했다. 양 의원 대신 야당몫으로 안건조정위에 참여,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민 의원이 조정위원으로 선임되면서 조정안은 통과됐다. 

이에 대해 이은애 재판관은 "민형배 의원이 의결정족수를 충족시킬 의도로 민주당을 탈당한 점, 같은 당 소속으로 민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에 찬성자로 참여한 법사위원장이 이런 사정을 알고도 검사 수사권을 폐지 또는 축소하는 법이 신속 추진될 수 있도록 민 의원을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한 것임을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며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에서 벗어나 헌법을 위반했다"라고 봤다.

이종석 재판관도 "법사위원장의 가결·선포 행위를 무효로 선언하면 다수당이 당론에 기반해 개정을 일방 추진하는 정치 상황을 반복하는 걸 방지해 손상된 헌법질서를 회복할 수 있다"고 인용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헌재는 해당 법률안의 가결 선포행위에 관한 무효확인 청구 및 국회의장에 대한 심판 청구에 대해서는 5대 4의 의견으로 모두 기각했다. 

기각 의견을 낸 유남석,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재판관은 "법사위 위원장의 가결선포행위에 헌법 및 국회법 위반이 없어 법률안 심의 및 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권한침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무효확인 청구는 이유가 없다"라고 판단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이미선 재판관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 침해가 인정되나 그 정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전면 차단돼 의회주의 이념에 입각한 국회의 기능을 형해화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며 "국회의 형성권을 존중해 무효확인청구를 기각한다"라고 밝혔다.

"이 사건 개정법률안은 국회의장 여야 합의문을 기초로 한 것이다. 이 합의문은 밀실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각 당의 의원총회를 거쳐 작성된 것이다. 심사 과정에서 각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진술하는 등 실질적인 토론이 있었다. 따라서 위원회 심사보고와 수정안 제안설명, 무제한토론 등 적법하게 의사 절차가 진행돼 자유로운 토론의 기회를 보장받은 이상, 법사위에서의 절차상 하자만으로 본회의에서도 법률안 심의 및 표결권을 침해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국민의힘 전주혜, 재판관 '출신' 따지며 불만 제기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 관련 권한쟁의심판 선고 결과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 관련 권한쟁의심판 선고 결과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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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이 끝난 뒤 어두운 표정으로 취재진을 만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저희들이 바랐던 무효확인은 기각 선고가 났다"며 "헌재에서 무효 확인을 함으로써 법치주의 국가의 자정적인 기능을 해야 했다. 하지만 헌재는 스스로의 기능을 방기하고 비겁한 결정을 했다"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주 의원은 "결국 국회의장 손을 들어준 5명의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의 편파적 인사"라며 "편향적 시각을 가진 5명이 법치와 민주주의보다 자신의 편향적 시각에 따라 결정했기 때문에 의회 독재에 손을 들어준 결정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뤄지는 헌재 재판관들의 구성은 매우 중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문형배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고, 김기영 재판관과 이미선 재판관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었다. 이석태 재판관은 민변 출신이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 관련 권한쟁의심판 선고 결과가 나온 뒤 대심판정을 나오고 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 관련 권한쟁의심판 선고 결과가 나온 뒤 대심판정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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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개정안 입법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박범계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행정 작용과 수사 작용들이 이뤄졌는데, 무효로 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사의 영장 신청권을 인권보호적 통제라고 한 다수의견에 대해 높은 신뢰와 경의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그:#전주혜, #검찰, #국민의힘, #헌법재판소, #이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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