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그아웃 들어가며 인사하는 이대호 9월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9회초 2사 1루 롯데 이대호가 안타를 쳐낸 뒤 더그아웃에 들어가며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 더그아웃 들어가며 인사하는 이대호 9월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9회초 2사 1루 롯데 이대호가 안타를 쳐낸 뒤 더그아웃에 들어가며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 2006년 타격 트리플 크라운과 2010년 타격 7관왕 및 9경기 연속 홈런, 2015년 일본시리즈 MVP,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과 지명타자 부문 BEST12 선정. 개인성적만 보면 이대호는 분명 한국야구 역대 최고의 타자를 논할 때 반드시 들어가야 할 이름이다. 하지만 이대호는 끝내 자신의 고향팀 롯데 자이언츠를 한 번도 한국시리즈로 이끌지 못 하고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이제 롯데는 구단 역사상 최고의 타자 이대호 없이 시즌을 치러야 한다. 물론 롯데는 이대호와 함께 했던 마지막 5시즌 동안에도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 했지만 팀의 정신적 지주인 이대호가 라인업에 있고 없고의 차이는 대단히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롯데는 이대호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FA시장에서 무려 170억 원의 거액을 투자해 약점으로 지적되던 포수 유강남과 유격수 노진혁, 그리고 잠수함 투수 한현희를 보강했다.

롯데는 구단의 체질개선을 위해 유학파 성민규 단장과 외국인 사령탑 래리 서튼 감독을 선임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만약 서튼 감독의 계약 마지막 시즌이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올 시즌에도 눈에 보이는 확실한 성과를 올리지 못한다면 서튼 감독은 물론이고 성민규 단장 역시 롯데에서의 미래를 보장하기 힘들다. 과연 롯데는 반드시 성적을 내야 하는 올해 다시금 부산의 야구팬들을 열광시킬 수 있을까.

[투수] 동기부여 강한 투수들 즐비한 마운드
 
 롯데 자이언츠 2023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롯데 자이언츠 2023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양형석

 
롯데는 2022년 12승 12패 평균자책점3.62의 찰리 반즈와 10승 11패 3.89의 박세웅, 9승 9패 4.19의 이인복 같은 좋은 성적을 올린 선발투수들이 많았다. 글렌 스파크맨의 대체 선수로 컴백한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도 11경기에서 4승 2패 2.31의 눈부신 성적을 기록했다. 4.45의 팀 평균자책점으로 전체 9위에 머물렀던 롯데가 올 시즌 외국인 투수를 비롯한 마운드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은 이유다.

스트레일리와 반즈로 구성된 외국인 원투펀치와 재계약하고 박세웅과 5년 90억 원의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한 롯데는 지난 1월 잠수함 투수 한현희를 4년 총액 40억 원에 영입했다. 롯데는 2022년 6승 4패 4.75로 기대에 미치지 못 했던 한현희와 보장금액(18억 원)보다 4억 원이 많은 22억 원의 옵션이 포함된 계약을 체결했다. 한현희 입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하는 동기부여를 가질 수 있는 계약이다.

토종 선발진 중에서는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위해 군입대까지 포기한 '안경 에이스' 박세웅이 토종에이스로서 마운드를 이끌고 키움 히어로즈 시절 선발투수로 두 번의 10승을 기록했던 한현희가 4선발로 활약할 예정이다. 2022년 9승 투수이자 유력한 4, 5선발 후보였던 이인복이 팔꿈치 뼛조각 수술로 시즌 초반 결장이 불가피하지만 나균안과 김진욱, 서준원 등 롯데의 선발 후보군은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WBC 대표팀에 선발됐던 마무리 김원중을 중심으로 프로 4년 차 최준용과 2022년 26홀드를 기록했던 구승민으로 이어지는 우완 필승조 트로이카는 롯데 불펜의 자랑이다. 여기에 짧게나마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활약한 적이 있는 문경찬이 올 시즌 부활을 노리고 있다. 이 밖에도 홀드왕 출신의 베테랑 김상수를 비롯해 신정락, 윤명준, 현도훈 등 방출 영입 선수들이 힘을 보탠다면 롯데의 불펜은 양적으로 훨씬 풍성해질 수 있다. 

다만 외국인 선발 반즈를 제외하면 믿을 만한 좌완투수가 없다는 점은 롯데 마운드의 최대약점이다. 2022년 불펜에서 68경기에 등판했던 김유영은 유강남의 보상선수로 LG트윈스 유니폼을 입었고 FA자격을 얻었던 강리호와의 계약은 불발됐다. 3년 차 유망주 김진욱은 아직 선발과 불펜 중 확실한 보직이 정해지지도 않았으며 통산 112승 투수 차우찬은 아직 복귀시점조차 장담하기 힘들다.

[타선] 거액 투자해 FA 유강남-노진혁 영입

롯데는 2022년 아쉬운 팀 성적 속에서도 팀 타율 4위(.267)와 팀 홈런 5위(106개)를 기록했을 정도로 타격은 썩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은 타격 성적에도 팀 득점은 한화 이글스(564점) 다음으로 적은 9위(605개)에 머물렀다. 그만큼 롯데 타선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효율'이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설상가상으로 롯데는 2022년 타율 .331 179안타 23홈런 101타점을 기록했던 팀 내 최고타자 이대호가 올해부터 타선에서 제외된다.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이적 후 수 년 동안 지적되던 안방의 약점에도 포수 외부수혈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롯데는 2022년 11월 4년 총액 80억 원을 투자해 지난 8년 동안 1014경기에 출전했던 '금강불괴' 포수 유강남을 영입했다.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장타력도 뛰어나지만 유강남이 가세하면서 서튼 감독은 이제 매 경기 선발포수에 어떤 이름을 써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지난 5년 동안 4번의 두 자리 수 홈런과 두 번의 70타점 이상을 기록한 데다가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갈 수 있는 노진혁은 리그에서 과소평가 받는 대표적인 내야 자원이다. 물론 롯데의 핫코너에는 구단에서 차세대 간판타자로 키우고 있는 한동희가 있어 노진혁은 롯데에서 주로 유격수로 출전할 확률이 높다. 만약 노진혁이 롯데에서도 NC다이노스 시절의 활약을 이어간다면 그에게 투자한 4년 50억 원은 결코 아까운 금액이 아닐 것이다.

2015년 타율 .314 28홈런 106타점을 기록했던 짐 아두치 이후 뛰어난 타격 성적을 기록한 외국인 타자를 거느린 적이 없는 롯데는 2022년 DJ피터스의 대체 선수로 들어온 잭 렉스와 총액 13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2022년 56경기에 출전해 타율 .330 8홈런 3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905 득점권 타율 .449(49타수 22안타)를 기록했던 렉스의 실력이 우연이 아니라면 롯데는 중심타선 한 자리에 대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노진혁이라는 검증된 유격수가 가세하면서 2022년 롯데의 주전 유격수였던 이학주는 졸지에 자리를 잃었다. 이에 이학주는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3루수와 2루수 수비 연습을 병행했고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선 3루수, 시범경기에선 2루수로 출전하며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만약 이학주가 2루와 3루, 유격수 백업을 오가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한다면 올 시즌 롯데의 내야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주목할 선수] 이대호가 점 찍은 차세대 간판타자

천악 북일고 출신의 고승민은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롯데에 지명됐을 정도로 촉망 받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프로 2년 차 시즌을 앞둔 2020년 3월 사생활 논란이 터지면서 팬들의 비난을 받았고 그해 7월 군에 입대해 현역으로 병역의무를 마쳤다. 물론 전역 후 팀에 복귀했을 때만 해도 사생활 문제로 팬들에게 이미지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고승민에게 거는 기대도 많이 줄어든 상황이었다.

고승민은 2022년 시즌 손아섭(NC)의 이적으로 외야가 허전해진 롯데에서 기회를 얻었지만 5월까지 타율 .160에 그치며 다시 한 번 팬들을 실망시켰다. 하지만 허리통증으로 인해 한 차례 2군에 다녀온 고승민은 7월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재능을 펼치기 시작했다. 실제로 전반기 42경기에서 타율 .198(106타수 21안타)에 그쳤던 고승민은 후반기 50경기에서 타율 .414(128타수 53안타)를 기록하며 그야말로 무섭게 맹타를 휘둘렀다.

2022년 전반기 부진을 극복하고 후반기 최고의 타자로 거듭난 고승민은 이대호의 은퇴식에서 대선배로부터 "너의 성공에 한 치의 의심도 없다. 노력하자"는 덕담을 들었다. 그리고 2022년 손아섭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우익수로 출전했던 고승민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이대호의 자리인 1루 수비 연습을 시작했다. 외국인 타자 렉스 역시 코너 외야수비에 익숙한 만큼 고승민이 1루수로 자리 잡으면 롯데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포지션 정리가 이뤄진다.

관건은 고승민이 올 시즌을 통해 2022년 후반기의 대활약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만약 고승민이 올 시즌 2022년 후반기를 연상케 하는 활약을 이어간다면 고승민은 자연스럽게 이대호와 손아섭을 잇는 롯데의 새로운 간판타자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상대 배터리에게 습관이 파악되면서 성적이 하락한다면 2022년 후반기에 보여준 놀라운 활약은 롯데팬들의 기억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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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개막특집 10개 구단 전력분석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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