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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어설픈 글쓰기의 시작이었다

세상에 태어나 유일한 자랑거리, 여행을 많이 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보여주려 곳곳을 누볐다. 여행은 배낭여행으로 이어지며 피할 수 없는 삶이 되었고, 일 년에 두어 번 배낭을 메고 인천공항을 드나들었다. 30여 년 이어진 여행은 행복한 추억거리다.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사진을 찍으며, 마치 사진이 여행의 목적인양 사진기를 들이밀었다. 큰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여행, 사진만으론 많이 아쉬웠다. 오로지 컴퓨터 용량이나 채우며 잠자는 기록물이었다. 여행의 온갖 사연과 감정을 남겨둘 수는 없을까? 고민 끝에 떠오른 것이 블로그였다. 블로그에 기행문을 쓰는 것이었다. 나에겐 소중한 기록이었고 누구에겐 읽을거리였다.           

기행문을 위해 시작한 블로그가 은퇴 후 삶의 밑천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기행문을 올리고 개인사를 기록하려던 블로그였다. 오랜 기간의 수많은 기행문과 사연들, 추억 속의 사연들은 생생하고 세월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글 쓰는 재능도, 공부도 없었던 사람의 어설픈 기록물이었다.

가끔 열어보는 기행문은 평생을 봐도 즐겁다. 평생 수학을 가르친 사람이다. 세월의 변화 속에 가르침이 필요 없는 아이들, 수없이 버티려 했지만 기력이 모자랐다. 어떻게 이런 현실이 되었을까? 명예스럽지 못한 명예퇴직은 가슴 아픈 현실이었다. 기어이 현직을 떠나야만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브런치라는 글쓰기플랫폼을 만났다
전원은 살아서 움직인다. 계절 따라 꽃이 피고, 바람이 불며 햇살이 찾아 온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삶이 쉬울리야 없지만, 오가는 발길따라 베풀어주는 자연에 늘 감사해하며 살아가고 있다.
▲ 전원에 피어난 아름다운 꽃들 전원은 살아서 움직인다. 계절 따라 꽃이 피고, 바람이 불며 햇살이 찾아 온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삶이 쉬울리야 없지만, 오가는 발길따라 베풀어주는 자연에 늘 감사해하며 살아가고 있다.
ⓒ 박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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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하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수많은 고민 속에 새 삶을 설계했다. 삶의 중심에는 음악과 미술이 있었고, 친구들과 산을 오르며 자전거에 몸을 얹고 자연을 누볐다. 세월을 보내면서 삶을 운동과 예능만으론 채우기엔 너무 아쉬웠다. 번뜩 떠오른 것이 글 쓰는 일이었다.

글을 어떻게 쓸까? 오랜 세월 가까이 한 블로그가 있었지만, 우연히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 도전은 거부당했고 두 번째 시도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영광을 얻었다. 여러 작가와 소통하며 글을 쓰는 어설픈 작가가 되었다. 블로그가 있어 가능했다. 하지만 브런치 작가, 어울리지 않는 어설픔이었다. 서툴고도 어설픈 글쓰기는 남 모르게 공부를 해야만 했다.

글 쓰기는 관심만 있는 무모한 도전이었고, 글 쓰는 공부를 한 사람도 아니다. 어떻게 글을 쓸까? 여러 작가들의 글을 열심히 읽고, 책으로 배워가며 글을 발행했다. 밤낮으로 읽고 쓰기를 반복했다. 여러 작가님들의 도움은 큰 재산이다. 브런치 작가들이 읽어주고, 따스한 격려에 무모한 도전은 계속되었다.

하나, 둘씩 발행하는 숫자가 많아졌지만 글이라고 하기엔 부족했다. 이것도 글이라고 할 수 있을까?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가끔 좌절도 했다. 어느덧 세월이 지나면서 브런치와 어울림이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글을 쓰려니 책을 읽어야 하고, 작가들과 소통을 해야 했다. 수시로 책을 사서 읽어야 하는 이유다.               

전원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브런치 작가들이 소개해주는 책은 언제나 소중했다. 책을 읽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즐거움이 되었다. 머리맡에 책이 없으면 불안했고 읽을 책이 있어야 든든했다. 내가 책을 읽으니 아내가 책을 읽는다. 책을 읽는 곳은 어렵게 마련한 전원이다.

몇 해 전에 준비한 전원주택, 자연과 함께 하는 골짜기에 있다. 바람이 찾아오고 햇살이 비춰준다. 계절 따라 자연을 데려와 주고 온갖 새들이 북적이는 곳이다. 밝은 햇살이 찾아온 거실, 여기에 진한 커피향이 가득하다. 맑은 햇살 아래 책을 읽는 한 나절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글 쓰는 2층 서재는 녹음 속에 앉아 있다. 
       
서재에 앉아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가느다란 소프라노 색소폰이 자리하고 있다. 계절 따라 울려 퍼지는 산골의 음악시간이다. 봄날이면 새들이 집을 짓느라 소란하다. 창문을 열고 손사래 치는 광경,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고요한 달빛에 앉아 글을 읽는다. 가끔 찾아오는 소쩍새와 친구가 되고, 은은한 달빛에 젖어 산다. 좋아하는 책을 읽고, 나만의 글을 쓰는 이런 호사를 어디서 누릴 수 있다던가? 

삶의 중심, 글을 쓰고 또 책을 읽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브런치, 다양한 글을 읽을 수 있다. 어설픈 블로그가 브런치로 발전했고, 글쓰기는 다양해졌다. 방송국에 절절한 사연을 써 보내고, 신문사에도 기사를 기고한다.

내 글이 가끔은 방송을 타기도 하며, 신문사에 게재되기도 한다. 어설픈 글이지만 방송을 듣고, 또 신문에서 보았다며 지인들이 물어 온다. 언제부터 글을 썼느냐고. 은퇴를 생각해 보지도 못한 사람이 누리는 호사다. 노년의 허전함은 끝없는 도전과 노력을 요구했으며, 책을 읽고 글 쓰기의 도전이 삶의 중심이 되었다. 

글이라고는 쓸 것 같지 않은 사람, 평생 수학과 함께 한 사람이 글을 쓴단다.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머리로 글을 쓴다.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이유다. 늙을 줄 몰랐던 사람, 운동으로 근육을 단련한다. 색소폰과 수채화로 감정을 표현하며, 글을 읽고 쓰면서 가슴을 채워 나간다. 맑은 햇살 아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전원주택의 삶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덧붙이는 글 | 전원에서 어떻게 책을 읽고 글을 쓰게 되었는지, 은퇴 후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를 기록한 글이다.


태그:#글쓰기, #책읽기, #블로그, #브런치, #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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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무렵의 늙어가는 청춘, 준비없는 은퇴 후에 전원에서 취미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가끔 색소폰연주와 수채화를 그리며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세월따라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고 싶어 '늙어가는 청춘'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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