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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학교조차 도박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지난해 12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2022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학 중 청소년 도박 문제 위험집단은 4.8%로, 100명 중 5명은 도박문제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2020년 조사와 비교하여 2.4%P 증가한 수치다.

이에 더불어 청소년의 온라인 불법도박 상담 건수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503건이었던 청소년 온라인 불법도박 상담건수는 2021년에 1242건을 기록해 2.5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 또한 청소년 도박 문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효강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강원센터장은 "학생들에게 있어 도박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부정적이고 어두운 것이라기보다는 유희적 성격을 지닌 재미난 놀이"라며 "스마트폰만 있으면 온라인 도박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 있어서 학교에서 통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소년은 피시방, 게임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 도박을 접하고 있었다. 위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이 주로 돈내기 게임을 한 장소는 '피시방/오락실/게임장' 등이 47.3%로 1위, '본인 집'이 24%로 그 뒤를 이었다.

사교적 동기, 즉 주변 친구들에 의해 도박을 접하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19살에 기숙사 친구들에 의해 온라인 불법도박을 시작하게 된 남아무개씨(22)는 약 10개월 동안 도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남씨는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도박을 시작했다. 그러나 돈을 딸수록 베팅 금액을 키우게 됐고 따는 돈보다 잃는 돈이 많아지고 나서야 그만둘 수 있었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남씨에게 성인인증 등의 복잡한 절차 없이 가입할 수 있는 불법도박 사이트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창구였다. 그는 5~6개의 불법 사이트에서 아이디를 만들어 사이트에서 지급하는 공짜 머니로 도박 자금을 확보했다. 남씨의 개인정보가 이들 사이트에 개인정보가 노출됐고 하루에 한 번 이상 '오늘은 안 하실 건가요'와 같은 도박 스팸 문자에 시달리는 일도 발생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발행한 청소년 도박 문제 실태조사에서 불법도박으로 검거된 만 14~19세 청소년은 2017년부터 2022년 6월까지 268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도박 청소년 평균 연령 또한 2017년 18.2세에서 2022년 7월 17.6세로 어려지고 있었다.

청소년이 도박을 처음 접하는 나이는 평균 11.3세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조차 도박 문제에서 방심할 수 없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청소년의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의지와 가족의 지지가 중요하다. 장 센터장은 "청소년에게 도박은 게임과 잘 구별되지 않기 때문에 부모의 지식과 관심이 필요하다"라며 "(부모의) 채무 대리 변제보다는 초기 대처와 인식 전환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청소년이라고 해서 피해 금액이 적은 것은 아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불법도박으로 인한 피해금액도 수십 만 원(20만 원)에서 수천 만 원(2500만 원)까지 편차가 컸다. 도박으로 생긴 빚을 갚기 위해 도박모집책(재력가 등을 도박으로 유인하는 사람) 역할을 하기도 했다.

청소년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원도교육청에서는 2019년 '학생 도박 예방 교육 조례'를 신설했다. 해당 조례에 따라 도내 17개 교육지원청과 강원센터가 업무 협약을 체결해 초중고 학생들 약 25% 이상이 매년 예방 교육을 수료하고 있다.

청년들의 도박중독 또한 오랜 시간 지적된 사회의 고질병이다. 지난 2022년 한국도박 관리센터 강원센터를 찾은 사람은 상담자와 가족을 포함해 360명이다. 20년도에는 288명, 21년도에는 350명으로 그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연령대로는 20대의 비율이 38%, 30대의 비율이 31%, 10대의 비율이 6.3%로, 2030 세대의 비율만 70%에 육박했다. 청년도박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수치다. 이들의 평균 도박 기간은 5년이다. 센터장은 "청년들에게 도박은 신분 상승의 통로"라며 "단순히 놀이 개념을 넘어 내 인생의 목표가 도박을 유지하는 동기가 된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불법도박은 다른 여러 문제들과 연결된다. 가장 흔한 문제는 채무 문제다. 강원센터 내담자들의 채무조정 기간은 짧으면 3년, 길게는 5년에서 10년이다. 액수도 문제이지만 벌어들이는 수익이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쌓인 채무는 도박 중독 재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파생 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강원센터에서 내담자 상담을 담당하는 송웅기 사원은 "중고 사이트에서 허위 매물을 올려서 사기 행위를 하는 경우, 절도, 술 취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갈취 범죄 등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의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범죄자 범행동기' 통계를 보면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범죄는 총 2110건이 발생했다. 이 중 '사기'는 1671건이다.

온라인 불법도박 중독 근절을 위해서는 온라인 불법도박 사이트 유입을 막아야 하는데, 이조차 쉽지 않다. 불법도박 사이트들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국내법을 통해 사법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선은 접속창을 가려 접속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법도박 사이트는 청소년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태그:#청년도박, #도박, #사회문제, #생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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