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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이의 학교 책상을 사진으로 남겨보았습니다.
▲ 아이의 책상 제 아이의 학교 책상을 사진으로 남겨보았습니다.
ⓒ 박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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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은 코로나로 인해 학부모들을 모아서 큰 행사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올해부터는 여러 보육기관을 비롯해 학교 또한 오프라인 설명회가 활발하게 개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빠른 학교는 지난주부터 교육과정설명회, 학부모 총회, 학부모 상담 등의 이름으로 학교 관련 행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도 첫째가 올해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한 터라 '학부모회 총회 및 학교교육활동 설명회'라는 이름의 가정통신문을 받았어요.

학부모의 입장에서 고민한 학부모 총회

가정통신문을 한 자 한 자 유심히 살펴보면서 이 행사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며칠간 고민을 했습니다. 그동안 중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한 저는 사실 학교교육과정설명회라는 용어가 너무나도 익숙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특별하게도 교사의 입장이 아니라 학부모의 입장이어서 더더욱 고민되었어요.

- 함께 갈 엄마가 없다. 심심해. 
-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 피곤해.
- 뭘 입고 가지? 옷이 없는데. 
- 중요한 내용이 있을까?


제가 참석할지 말지 고민하면서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참 웃기죠. 교사로서 학교교육과정설명회를 준비할 때는 학부모님들이 이런 마음으로 참석을 고민할 줄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학부모님들께 어떤 말씀을 전해야 할까? 교실을 깨끗하게 해야겠다. 아이들 이름 한 번 더 살펴봐야지. 내 교육철학을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했었는데 학부모인 저의 고민은 이렇게 평범하고 일상적이라니. 저 스스로도 달라진 입장과 생각에 웃음이 나더라고요.

그렇지만 고민 끝에 참석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유는 단 한 가지였습니다. 내 아이가 머무는 환경이 어떤지, 내 아이가 만나는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참석의 유일한 이유는 바로 '내 아이'였습니다.

학교를 들어가 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아이의 초등학교 생활 적응을 위해 육아 휴직을 하고 있어서 3월 초에 했던 입학식에도 참석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입학식 날 학부모님들은 아이의 교실에 가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시더라고요. 교육활동에 혹여나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학교의 방침을 최대한 따르고자 하는 저는 아이의 교실 위치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어요. 그래서 아쉬운 마음도 컸습니다. 보지 못했기에 더 궁금했어요. 아이의 교실은 어디인지, 어떤 구조인지, 우리 아이는 어느 자리에 앉는지도요.

마찬가지로 담임선생님 또한 궁금했습니다. 초등학교는 담임선생님의 영향력이 특히 큰 것 같아요. 교실에서 함께 지내는 담임선생님이 차분하신 분인지 활발한 분인지, 구체적인 규칙과 질서를 강조하시는 분인지 최대한 자율을 허용하시는 분인지, 목소리가 큰 편이신지 작은 편이신지. 내 아이에게 가르침을 주시는 분이기에 많이 궁금했어요.

학부모 총회, 잘 다녀왔습니다

저희 아이는 초등학교를 가고나서부터 표정이 참 많이 바뀌었어요. 유치원 하원 때는 무뚝뚝, 무표정했던 딸이 요즘 하교할 때는 함박웃음을 짓고 나온다거나 촐랑거리며 폴짝폴짝 뛰는 모습일 때가 많아요. 학교의 어떤 부분이 이 아이의 마음을 밝고 즐겁게 만들었는지가 정말 궁금했습니다. 아마도 담임선생님의 영향이 가장 크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 궁금했습니다. 

집에 있는 옷들 중 가장 단정하고 깔끔해 보이는 옷을 입고 지난 17일 학교로 갔습니다. '학교교육활동 설명회'는 다수가 모인 자리에서 진행되는 거라 편안한 마음으로 들었습니다. 학부모회 임원을 선출하는 학부모회 총회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진짜 기다렸던 시간은 바로 교실에서 진행되는 '담임선생님과의 대화'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부모님께 본인 아이의 자리에 앉으시면 된다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어요. 제 아이의 자리에 앉으니 기분이 좀 묘했습니다. '우리 아이가 진짜 초등학생이 되었구나.', '내가 진짜 학부모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공간이 참 아늑하고 예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이가 예쁘게 꾸민 책상 위의 이름표를 보는 것도 즐거웠고 담임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아이의 사물함을 살펴보는 제 모습도 신기했습니다.

집에서는 마냥 정리정돈에 서툰 산만한 어린이었는데 학교 사물함은 그리고 책상 서랍 안은 어찌나 깔끔하게 정리를 해두었는지 기특하더라고요. 선생님께서는 지금까지의 아이들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뒤 짧은 동영상으로 편집해서 보여주셨어요. 그리고 주요 학사일정, 선생님의 학급 운영 방침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셨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참 잘 다녀왔다고 생각해요. 하교한 아이를 만나서 "엄마가 ○○이 사물함을 봤는데!!!!!! 정말 깔끔하게 정리했더라!!!!"며 쌍따봉을 날려주니 아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어요. 그리고 차분하게 안내사항을 잘 전달해 주시는 선생님을 직접 뵙고 나니 우리 아이에게도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시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생겼습니다.

담임선생님 너무 좋으시더라고 이야기를 하니 아이 입장에서 느끼는 선생님의 좋은 점 또한 저에게 쫑알쫑알 이야기해 주더라고요. 아이와 함께 담임선생님에 대해 이야기할 거리가 더 늘어나니 오늘의 참석은 이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가 학교에서 가장 많이 머무는 공간인 교실을 세세하게 봤기에 이제는 아이가 교실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하는 말도 허투루 듣지 않고 더 집중해서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또한 선생님이 보내주시는 알림장만으로는 알 수 없는 앞으로의 자리변경 계획, 체육 관련 활동 안내, 필기구 관리 등 참석하지 않았다면 부모로서 놓치기 쉬웠을 내용도 콕 집어 알려주시니 학부모로서 제 아이를 가르치는 데 도움되는 내용도 많았어요.

주변의 엄마들이 학부모 총회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토로한다면 저는 "(여건이 허락된다면) 꼭! 한 번은 다녀와 보세요"라고 이야기할 거예요. 혹여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참석을 못 하신다면 담임선생님과의 전화상담 때라도 가정에서 특별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는지 물어보시면 담임선생님께서 잘 안내해주실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블로그나 브런치에 게재될 수 있습니다.


태그:#학부모총회, #학부모, #담임과의대화, #교육과정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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