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20년째 소통이 되지 않아 부부싸움조차 하지 못하는 '철벽부부'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3월 20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서는 무능력하고 소심한 극내향형 남편과, 그로 인하여 혼자서 가장의 역할까지 모두 감당해야 했던 아내의 갈등이 그려졌다.
 
경주에서 온 이재용-김옥경 부부는 19세가 된 아들을 두고 있는 결혼 20년 차 커플이었다. 부부는 첫 만남부터 아내의 적극적인 구애로 일주일 만에 동거에 돌입했고 초스피드로 결혼까지 골인했다. 아내는 남편의 훤칠한 외모에 마음이 끌렸고, 남편은 아내의 귀여운 모습과 적극적인 면모가 좋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좋았던 시절도 잠시, 현재 부부는 이혼을 고민할 만큼 심각한 위기에 놓여있었다. 사연을 신청한 아내는 "남편과 20년간 결혼생활을 하면서 상처를 엄청나게 많이 받았다"고 고백하며 "남편과 대화를 시도하면 말없이 가만히 있기만 한다"라고 답답함을 털어놨다. 남편은 "아내가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마음의 상처가 그렇게 심했나 생각이 들더라. 결혼생활을 지키고 싶어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아내에게 모든 걸 의지하는 남편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부부의 일상이 공개됐다. 남편은 자동차 부품 제조 회사에서 현장 관리자로, 아내는 보험회사에서 설계사이자 채용담당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었다. 부부는 맞벌이를 하는 상황에서도 매달 부족한 생활비를 지인에게 빌려서 해결해야 할 만큼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었다. 돈을 빌리는 것은 주로 아내의 몫이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이야기를 해도 뒤돌아서면 모른 척한다. 그러니까 서로 이야기해도 상의가 안 된 것처럼 느껴진다"며 남편의 무책임한 태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아내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채무 문제를 상의했지만 남편은 뾰족한 대답을 내놓지 못 하고 난처해하기만 했다. 남편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그런 상황이 너무 싫다. 돈 문제로 전화가 오면 해결방법이 없다. 솔직히"라고 고백하며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스스로를 자책했다.
 
부부는 동거를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한정된 수입 속에 부족한 생활비를 메꾸기 위하여 신용카드를 여러 개 만들어 카드 돌려막기를 하면서 빚이 계속해 불어나게 됐다. 돈을 더 많이 주는 곳으로 이직을 생각해보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남편은 "이직하느라 한 달 월급이 늦어지면 바로 생활이 안 되니까"라면서 한편으로는 "다른 곳에 가면 또 적응을 잘 못 할 것 같다"는 두려움을 고백했다.
 
알고보니 남편은 극도로 내성적인 성격으로 가족 외에는 지인들이 거의 없었고 직장생활에서도 항상 혼자 식사를 할 만큼 사람들과의 교류 자체를 굉장히 어려워하는 인물이었다. 아내는 남편이 30대 때 더 큰 회사에 구직 기회를 마련해줬으나, 남편이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게 불편하다는 이유로 회피했던 사실도 밝혔다.
 
지켜보던 오은영은 "아내가 남편의 수입 상태와 경제적 무능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몰아붙이는 데는, 돈보다 남편에게 전달하고 싶은 다른 메시지가 있는 것 같다"라고 짚었다. 아내는 "남편과 대화를 많이 하고 싶고, 그러면서 뭔가 방법을 찾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저도 자꾸 쪼는 식으로 말하게 된다"라고 털어놨다.
 
현재 부부는 한집에서도 각자의 공간을 분리하여 따로 생활하고 있었다. 남편의 자리는 항상 거실 TV 앞이었다. 남편은 거실에 이부자리를 깔고 자신의 공간을 거의 벗어나는 일이 없었고, 살림을 하는 아내를 돕거나 식사 중에도 가족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거의 없었다. 남편은 아내와 아들이 친구처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내심 부러워하면서도 먼저 다가가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아내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 짠한 웃음을 자아냈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남편은 일상생활의 거의 대부분을 아내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남편은 귤을 까는 것이나 생선을 발라주는 것도 아내가 다 해준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혔다. 이유는 단지 "아내가 해주는 것이 더 맛있게 느껴져서"라고. 남편 나름대로는 아내에 대한 애정표현이었지만, 정작 입밖으로 낸 적이 없기에 아내는 지금까지 게으르고 손이 많이 가는 남편이라고만 생각해왔다고.
 
또한 남편은 아내에게 주유, 담배 등 필요한 일이 생길 때마다 그때그때 소액의 용돈을 받아쓰고 있었다. 경제적인 문제로 아내의 눈치를 봐야하는 남편으로서는 매달 일정액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불편한 상황. 한번은 바깥에서 부부가 용돈 문제로 다투다가 남편이 짜증을 내며 주저앉아버린 일도 있었다고한다. 아내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남편이 보여준 미성숙한 행동에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가족 외식 자리에서 아내는 남편과 대화를 시도하며 "당신은 왜 항상 내가 이야기를 했는데도 모른다는 식이냐"라고 쌓였던 불만을 털어놨다. 남편은 아내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묵묵히 듣기는 했지만 여전히 별다른 말이 없었다. 아내는 "대화 자체가 안 되니까 그게 가장 답답하다"면서 힘들어했다. 아내는 아들의 군입대 통지서가 나온 상황에서 아들마저 없으면 남편과의 결혼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회의적인 속내를 밝혔다.
 
어렵게 말을 꺼낸 남편은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아내를 달래려고 했지만 오히려 아내의 반응은 더욱 냉랭해졌다. 아내는 "잘못했다. 미안하다. 고치겠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 이게 20년째 해오던 말이다"라며 그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공허한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남편은 "능력이 안 되는 남자를 만나서 힘들게 살고 있으니까. 그리고 싸우다보면 이혼 이야기가 나올까봐 그 상황을 빨리 해결하고 싶은 것도 있다"는 두려움을 드러냈다. 오은영은 남편의 성향에 대하여 말하는 게 싫은 것보다 '힘들어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내를 가족으로 인정 안 하는 시댁
 
부부의 또다른 문제는 시댁과의 심각한 갈등이었다. 시댁 측에서는 동거와 임신을 했을 때도 아내를 반대하고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아내는 맏며느리로서 시댁에 인정받기 위하여 노력을 다했지만, 시댁은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을 안 올렸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아내를 무시하고 비인격적인 대우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사돈인 아내의 친정엄마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장례식에 오지도 않고 부조조차도 거부했다고.
 
아내에게 더 큰 상처가 된 것은 남편의 무책임한 태도였다. 남편은 아내가 시댁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을 보고서도 나서서 감싸주기는 커녕 말 한마디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일관했다고. 남편은 "집안의 기대를 받고 자란 장손이었는데 형편과 처지가 어렵다보니, 제 잘못인데 그 원망이 다 아내에게 간 것 같다"고 고백하며 미안함을 드러냈다.
 
남편은 서운함을 드러내는 아내를 달래기 위하여 "앞으로 시댁과 연락하지 말고 지내도 괜찮다"라고 제안했지만, 아내는 "안 보고 4년 만에 갔다가 무슨 소리를 들었냐? 결국은 내가 가서 먼저 미안하다, 잘못했다 빌어야하지 않았냐"는 일화를 언급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오은영은 아내의 행동을 주시하다가 "마음의 '결핍' 때문에 비인격적인 대우에도 불구하고 시부모의 인정을 받는 데 집착하는 게 과도한 면이 있다"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알고보니 아내는 친정에서 오빠에 비하여 차별대우를 받으며 부친의 폭력과 아동학대에 시달리며 사랑받지 못 하고 자란 상처가 있었다.
 
오은영은 "친정아버지의 행동은 가정폭력이자 아동학대가 맞다. 아내 입장에서는 나를 사랑하고 보호해줘야 할 사람이 '가만히' 있는 것도 역시 폭력이자 학대처럼 느껴진다"고 분석했다. 소극적인 성향 때문에 시부모의 잘못된 행동을 제지하지 못 하는 남편 역시 아내의 입장에서는 똑같이 느껴질 수 있다는 것.
 
아내는 남편과 다투고 난 다음날 말없이 외출해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지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퇴근한 남편은 아내가 없는 것을 확인하자 몹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혼잣말을 되뇌이며 괴로워하다가, 아내에게 계속해서 전화통화를 시도하는가하면, 급기야 자신의 머리를 때리며 자학하기도 했다. 남편은 아내가 이혼을 이야기할까봐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굳게 닫힌 아내는 거듭된 남편의 대화 제안에도 "지쳐서 이제 그만하고 싶다"며 대화를 거부했고, 귀가 후에도 남편을 외면하고 방문을 굳게 잠궈버렸다. 남편이 장문의 문자를 보내 아내의 마음을 달래려고 했으나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심리검사 결과, 부부 모두 우울감이 대단히 높게 나타났다. 아내는 인정과 애정 욕구가 높게 나타났고 남편과 시댁으로부터 존중받지 못 한다는 소외감과 외로움이 강했다. 남편은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낮았고 난관에 부딪히면 스스로 해결하기보다는 누군가가 대신 해주거나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수동적인 성향으로 나타났다.
 
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아내와 같이 상의를 해서 방법을 찾지 않느냐는 질문에, 남편은 "저에게 해결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결국 이는 아내에 대한 의존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에 오은영은 "죄송하지만 남편은 이런 문제를 절대 해결 못 한다"고 일침을 놓으며 "자꾸 해결을 못 하니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해결이라는 단어 자체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의논'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를 남편과 같이 상의하고 방법을 찾아가는 데 있었다.
 
또한 오은영은 남편의 성향에 대하여 "극내향-극내성-새가슴"이라는 팩폭에 가까운 진단을 내렸다. 남편은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책읽기를 시키는 것도 두려웠고 부모님과도 별로 대화가 없었던 데가 말을 더듬는 습관까지 있었을 만큼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을 견디지 못 하는 성격이었다.
 
오은영은 남편에 대하여 "사회적 불안(대인-대면관계), 수행불안(익숙하지 않은 업무)을 모두 가지고 있다.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회피하는 성향도 강하다"고 지적하며, 반면 "아내는 극외향이다. 남편과는 정반대로 결단력-추진력이 있고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해주는 모습에 더 매력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은영은 "아내의 존재가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동아줄과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남편에게 아내와 아들을 잃는다는 것은 곧 세상을 잃는 것"이라고 의미를 분석했다.
 
오은영은 부부를 위한 솔루션을 제안했다. 남편에게는 혼잣말로 하던 이야기를 아내과의 대면 상황에서 할 수 있도록 평소에 거울을 보고 연습하는 습관을 기를 것을 주문했다. 또한 아내에게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남편 본연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차이를 좁혀나갈 것을 당부했다. 한편으로는 "시부모의 사랑과 인정을 받는 것에 매달리지 마시라. 시댁에서 그렇게 대한다고 해서 아내가 귀한 사람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들의 평가나 아내를 대하는 방식에, 본인의 가치를 맞추지 말라"고 진심어린 조언을 전했다.
 
오은영은 앞으로 부부 공통의 과제로 경제적인 문제에 대하여 편안하게 의논을 해볼 것을 제안했다. 덧붙여 김응수는 남편에게 거실 생활을 정리하고 앞으로 아내와 한공간을 이용할 것을 당부했다.
 
솔루션을 마치고 남편은 "이제 같이 상의하고, 잘살아봐요"라고 다짐하며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아내 역시 "서로 많이 노력해서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대기실로 돌아온 부부는 그동안 서로에 대하여 모르거나 오해했던 부분들이 많았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새로운 시작을 약속했다.
결혼지옥 오은영리포트 내향형 부부상담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