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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응급차. 자료사진.
 119 응급차. 자료사진.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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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자정 무렵 복통이 심해 응급실에 가야 할 상황이었다. 보통의 비장애인이라면 119를 부르고 가족이 동행할 것이다. 시각장애인이자 홀로 생활하는 기자는 119는 부를 수 있지만, 응급실에서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120 다산콜센터에 이런 내용을 문의하자 상담원은 매우 난처해했다.

그러다 찾은 대안이 거주지인 서울 영등포구청 당직실로 연결하는 것이었다. 영등포구청 당직실은 119를 부르란 말과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고 재차 '혼자이고 응급실 내 간호가 필요하니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구청 직원은 집으로 방문하겠다며 119에 전화하라고 했다.

119 구급대가 먼저 도착했고 이후 구청 직원이 도착했다.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입원하게 되었고 간단한 처치를 받은 후 밤늦게 장애인 콜택시(복지콜)를 호출해 퇴원했다. 구청 직원을 찾았으나 병원 간호사는 모른다고 했다. 그 이후 구청 당직실로 전화해서 전날 일어난 사항을 문의했을 때 별도의 행동 양식이 없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독거 중증장애인이 갑자기 집안에서 사고를 당한다면 난처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119야 부르면 오겠지만 그 후가 문제다. 응급실을 간다 해도 밤늦게 장애인을 돌봐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 활동 지원을 24시간 충분히 받는 사람은 문제없지만, 중증장애인 대부분은 12~11구간(월 150~180시간 지원)에 해당한다. 이렇듯 야간이 되면 중증장애인은 무방비 상태에 놓인다.

사각지대에 대한 보완책 시급

다른 중증장애인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한 번도 이런 일을 겪어보지 않은 이들은 별 반응이 없었지만, 한 명은 밤 9시가 넘어 유리컵을 깨트려 손에 피가 났을 때의 상황을 들려줬다. 그때 몹시 당황했고 유리컵 잔해를 치울 사람도 없어 어려운 일을 겪었다고 했다.

보안요원에게 유리컵 잔해를 수거해달라고 부탁해 해결하고 119를 불러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병원에서는 보호자가 없는 시각장애인 받기를 꺼리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당직 교수의 허락을 받은 후 진료를 받고 간신히 집으로 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만일 교수가 응급실 입원을 거부했다면 난처했을 상황이었다. 응급실 간호사들이 보호자에 대해 여러 차례 물어왔고 그때마다 없다고 하고 여러 번 미안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기자는 직접 전화를 걸어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어려운 사람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장애인을 돌보는 곳은 장애인자립센터, 장애인가족지원센터가 있다. 평일 낮시간에는 서비스가 가능하겠지만 야간에는 딱히 방법이 없다.

이런 사각지대에 대한 보완책이 시급하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등은 야간에 일어날 수 있는 중증장애인의 안전사고나 응급상황에 대한 안전망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무슨 일이 터져야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문제점이 드러났으니 조속한 해결 방안을 기대한다. 그래야만 혼자 사는 중증장애인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마땅한 책무다.

태그:#장애인, #119, #응급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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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둠 속에서도 색채있는 삶을 살아온 시각장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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