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3.21 21:27최종 업데이트 23.03.2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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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검증대상] "노무현, 징용 피해자 보상금 대위 지급 법률 제정" 김기현 대표 발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0일 오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에 국민세금으로 조성된 국가재정으로 징용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대위 지급하도록 법률까지 제정했다"면서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의 하수인이라도 되는가"라고 주장했다(발언 전문).


이에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기시다 한일 정상회담 분석 및 평가 긴급좌담회'에서 "제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있던 2019년 7월 17일 당시 <조선일보>는 김기현 대표가 말하신 내용 그대로 보도했다"면서 "민관 공동위 보도자료의 일부 내용만 왜곡 발췌한 것이라며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 바 있었다"라고 지적했다(고민정 의원 페이스북).
  
윤석열 정부는 지난 6일 우리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가해 기업이 내야 할 강제동원(강제징용) 피해 배상금을 한국 기업이 낸 돈으로 대신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양금덕 할머니를 비롯한 생존 피해자들은 수령 거부 의사를 밝혔고 야당과 시민사회에서도 '대일 굴욕 외교'라고 비판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금을 일본기업 대신 지급(대위변제)하는 법을 만들었다는 김기현 대표 주장이 사실인지 따져봤다.

[검증내용] 2007년 희생자지원법은 '도의적 차원 위로금'... '대위변제법' 아냐

김기현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2005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 민관합동조사위를 구성해 일본에 대해 (강제동원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그 결과에 따라 국가 재정으로 보상하자는 차원에서 2007년 법이 만들어진 걸로 안다"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8월 26일 '한일회담 문서공개 후속대책 관련 민관공동위원회(아래 민관공동위)' 결과에 따라, 2007년 12월 10일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희생자지원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당시 민관공동위가 '강제동원 피해자가 일본 기업에 손배배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거나, 2007년 희생자지원법이 '국가 재정으로 손해배상금을 대신 보상하자는 차원에서 만든 법'이라는 김 대표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실제 <조선일보>가 2019년 7월 17일 김기현 대표 발언과 비슷한 취지로 보도하자,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고민정 의원은 "당시 민관공동위는 강제징용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발표한 바 없다"면서 "당시 민관공동위는 '한일 청구권협정은 한일 양국 간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 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분명히 밝혔다"고 반박했다.(<연합뉴스> 보도 : 靑 "조선일보, 강제징용 민관委 결론 왜곡…日기업과 동일주장")

강제동원 피해자 법률대리인인 임재성(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도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07년 법률은 '인도적 차원'에서 위로금 등을 지원하는 것"이라면서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소송의 근거인 손해배상채권을 소멸시키는 대위변제와 전혀 관련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임 변호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애초에 김 대표가 말한 '대위 지급'이란 법률적 표현은 없고 '대위 변제'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2007년에 만든 법은 한국 정부가 피해자에게 인도적 지원을 한다는 것이지, 일본 기업을 대위해서 지급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률에 '배상금'이나 '보상금'이 아닌 '인도적 차원에서 위로금'이라고 표현한 것도 일본 기업을 대신해서 돈을 지급하거나 피해자의 불법행위 손해배상 채권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는 걸 명시적으로 규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실제 2007년 희생자지원법 제1조(목적)에는 "이 법은 1965년에 체결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과 관련하여 국가가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희생자와 그 유족 등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위로금 등을 지원함으로써 이들의 고통을 치유하고 국민화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했다.

2005년 민관공동위 보도자료에도 "오랜 기간 고통을 겪어 온 강제동원 피해자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 도의적·원호적 차원과 국민통합 측면에서 정부 지원 대책을 마련하기로 하였음"이라면서 '도의적 차원'의 지원임을 분명히 했다(2005년 8월 26일 보도자료 : 한일회담 문서공개 후속대책 관련 민관공동위원회 개최).

대법원도 2018년 10월 30일 신일본제철 강제동원 손해배상 판결문에서 "2005년 민관공동위원회는, 청구권협정 당시 정부가 수령한 무상자금 중 상당금액을 강제동원 피해자의 구제에 사용하여야 할 '도의적 책임'이 있었다고 하면서, 1975년 청구권보상법 등에 의한 보상이 '도의적 차원'에서 볼 때 불충분하였다고 평가하였다. 그리고 그 이후 제정된 2007년 희생자지원법 및 2010년 희생자지원법 모두 강제동원 관련 피해자에 대한 위로금이나 지원금의 성격이 '인도적 차원'의 것임을 명시하였다"고 밝혔다.

[전문가 의견] "노무현 정부, 일본기업 대신 배상한 것 아냐"

김제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강제동원희생자지원법은 강제동원 희생자들에게 우리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소정의 위로금이나 의료지원금 등 재정적 지원을 하는 제도"라면서 "강제동원으로 인한 인권침해에 대해 가해자인 일본정부나 일본기업을 대신해 우리 정부가 배상이나 대위변제하는 취지는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비유하자면, 강도 등 범죄피해를 당한 국민에 대해 국가에서 범죄피해자보호법에 따른 각종 지원(행정적·심리적·경제적 지원 등)을 하지만, 이것을 두고 정부가 가해자의 손해배상금을 대위변제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면서 "우리 정부로부터 범죄피해자지원을 받았다고 해서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청구권이 소멸되는 것도 아니다. 손해배상금의 대위지원과 정부의 지원금은 법적 성격이 전혀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날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2007년 지원은 한일청구권협정에서 해결된 부분에 대해 한국 정부가 조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2018년 대법원 판결은 한일청구권협정에서 해결되지 않은 것에 대한 건인데, 윤석열 정부 해법은 대법 판결을 전면 부정하면서 정부가 일본기업 책임을 면제해 주겠다는 것이어서 양자는 명백히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은 강제동원 피해 위자료가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된 적이 없기 때문에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고 선언했다"면서 "그걸 한국 정부가 대신 떠맡겠다는 것 자체가 법적인 근거가 전혀 없고, 대법원 판결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검증결과] "노무현도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금 대신 지급" 김기현 주장은 '거짓'

김기현 대표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금을 대신 지급하는 법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문과 법학자 의견을 종합하면, 2007년에 만든 희생자지원법은 강제동원 희생자에게 우리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위로금 등을 지원'한 것이지, 가해자인 일본 정부나 일본 기업 대신 보상금을 지급한 것이 아니다.

또한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피해 배상 책임이 발생한 일본기업 대신 우리 정부가 변제하는 윤석열 정부의 '대위변제' 방안과도 전혀 성격이 다르다. 따라서 김기현 대표 발언은 '거짓'으로 판정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징용 피해자 보상금 대위 지급하는 법률 만들었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거짓
  • 주장일
    2023.03.20
  • 출처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출처링크
  • 근거자료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2007.12.10.)자료링크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과 ‘윤석열-기시다 한일 정상회담 분석 및 평가 긴급좌담회’ 발언(2023.3.20)자료링크 민관공동위 보도자료, '한일회담 문서공개 후속대책 관련 민관공동위원회 개최'(2005.8.26.))자료링크 조선일보 보도, '"강제징용 보상은 1965년 청구권 협정에 포함" 노무현 정부 당시 민관 공동委서 결론낸 사안'(2019.7.17.)자료링크 연합뉴스 보도, '靑 "조선일보, 강제징용 민관委 결론 왜곡…日기업과 동일주장"'(2019.7.17.)자료링크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 페이스북과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3.3.20.)자료링크 대법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사건' 판결문(2018. 10. 30.) 선고 전원합의체 판결]자료링크 김제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마이뉴스 인터뷰(2023.3.20.)자료링크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마이뉴스 인터뷰(2023.3.20.)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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