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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한가득 그려진 치마 사진이 단톡방에 올라왔다. 봄에 입으면 기운이 한껏 샘솟을 것 같은 화사한 치마였다. 사진 한 장으로 무릇 봄의 한가운데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낮에 들른 식당의 마당 한쪽에 샛노란 꽃이 눈부신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고즈넉한 한옥과 대비되는, 쨍하게 눈에 띄는 꽃이었다. 이름 모를 그 꽃은 '봄의 전령 복수초'라고 했다.

내 경험으로 미루었을 때 봄의 전령은 매화다. 겨울이 가시기도 전에 화단에서 가장 먼저 피는 매화는 옷을 여미는 날씨 속에서도 봄기운을 감지하는 신기한 꽃이다. 먼저 꽃피우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질 급한 매화. 매화꽃의 향기는 진하고도 향기로워 그냥 지나치기 아깝다. 엄마를 따라 두 딸도 벚꽃을 닮은 하얀 매화꽃을 향해 발끝을 세운다. 나뭇가지를 마주보며 코를 킁킁대는 다은, 다연 두 딸이 자연의 향기에 사로 잡힌다.

동백꽃이 빨간 봉오리의 속을 꽉꽉 채우며 개화를 준비하는 동안 노란 산수유나무가 선수 치며 꽃망울을 틔운다. 작고 노란 눈송이 같은 꽃들이 퍼져 있는 산수유나무는 생강나무와 닮았다.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꽃자루가 길어서 톡톡 터지는 팝핑캔디 같아 보이는 것이 산수유고, 나뭇가지에 다닥다닥 달라붙은 것이 생강나무다. 비슷한 나무의 차이점을 발견해내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봄이 성큼 다가오자 봄을 따라 내려온 노란 별들도 학교 담벼락에 우수수 내려앉았다. 매일 걸어서 등하교하지만 좁은 시야에 갇혀 보지 못한 개나리꽃의 샛노란 자태를 주말에야 발견한 다은이가 예쁘다 난리다. 가까이서는 보지 못한 것들을 물러나서야 비로소 발견하는 9세 어린이.

해가 쨍하게 내리쬐는 길가에 성질 급해 혼자 만개한 벚나무도 보인다. 가지를 붙잡고 흔들면 하얀 팝콘이 우두둑 떨어질 것만 같다. 빠른 아이, 늦된 아이가 있듯이 같은 장소에 있어도 먼저 꽃 피우는 나무가 있다. 남들 필 때 같이 피면 눈에는 덜 띄어도 나중이 외롭지 않을 텐데....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처럼 순백의 환한 빛을 발하는 목련도 봄을 알린다. 주변을 밝히는 커다란 꽃송이를 한순간에 툭 떨어뜨리고 마는 목련, 뽀얗게 아름답던 자태는 온데간데 없이 땅에 닿는 순간부터 가련해지는 꽃이다.

봄꽃 중에서도 유독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진달래다. 우리나라 어느 산에서건 군데군데 수줍게 피어있는 진달래. 쨍한 빛깔로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 도시미인 철쭉과 달리 수수한 한복을 입고 수줍어하는 시골 처녀 같다.

꽃나무 외에도 봄이 내려앉은 길가를 자세히 살펴보면 하나둘 존재를 드러내는 제비꽃이 있다. 하늘색 눈이 내린 듯한 봄까치꽃, 거친 땅이나 좁은 틈에서도 꿋꿋이 피어나는 민들레꽃도 있다. 그들이 불쑥 얼굴을 내민다. 봄을 데려왔으니 거기 좀 내다 보라고.

덧붙이는 글 | 주간지 [서산시대] 동시기고합니다.


태그:#봄, #봄꽃, #매화, #산수유,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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