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단양장학회가 공지한 '2023년도 대학생 입학축하금 지원 공고'.
 단양장학회가 공지한 '2023년도 대학생 입학축하금 지원 공고'.
ⓒ 단양장학회

관련사진보기

 
충북 단양군장학회(아래 단양장학회)가 지역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는 모든 학생에게 1인당 100만 원의 축하금을 주기로 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고교 졸업생들은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다는 지적이다. 

'모든 대학 입학생'에게 입학축하금을 주기로 한 것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한 김문근 단양군수가 새로 장학회 이사장에 취임하면서부터다. 이 제도는 지난해 말 이사회를 통해 확정·신설됐다. 단양장학회는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대학교 2년제 이상 전체 신입생'(재수생 포함)을 대상으로 선발신청서를 교부·접수했고, 13일부터 31일까지 선발자격을 심의한다. 입학축하금 수령 대상은 4월 중 결정된다. 참고로 단양군엔 단양고와 한국호텔관광고, 2개 고등학교가 있다.

형평성 논란에 단양군 "다음에 대학 진학하면 받을 수 있다"

이를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학교 진학자에게만 축하금을 주기보다는 단양 지역 내 다양한 꿈을 좇는 고교 졸업생 모두에게 장학금을 주는 게 합당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에 가는 졸업생과 대학생이 아닌 졸업생이 '100만 원 축하금'으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올해 단양장학회의 '입학 축하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는 133명가량으로 올해 단양 관내 고교 졸업생 187명의 71%다. 동시에 29%의 졸업생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셈이다. 

가입자 수가 6800명에 이르는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대학에 안 가고 부사관으로 가거나, 취직을 하는 아이들은 단양 학생이 아닌가?"라며 "대학에 가야만 입학금을 주는 차별을 지켜보는 학부모로서 화가 난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 단양군 관계자는 "누구에게나 기회는 있다. 올해가 아니더라도 다음에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 입학축하금을 받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 (재)단양장학회에서 대학에 입학한 모든 학생에게 1인당 100만 원의 축하금 지급을 발표하자 온라인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 (재)단양장학회에서 대학에 입학한 모든 학생에게 1인당 100만 원의 축하금 지급을 발표하자 온라인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 네이버 카페

관련사진보기

  
인서울 대학만 장학금 또 받는다? 

단양장학회의 장학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또 있다. 단양장학회는 올해 부모와 대상자 모두 단양군 관내에 1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자를 대상으로 일반장학생·특별장학생을 선발한다. 총 지급 대상은 90명으로 관내 고교를 졸업한 대학 신입·재학생 80명(일반 65명, 특별 15명), 관외 고교를 졸업한 대학 신입·재학생 10명(일반 7명, 특별 3명)이다. 이중 관내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입·재학생에겐 1인당 연 300만 원씩 총 2억1750만 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대목은 선발기준이다. 단양장학회는 선발공고에서 "중앙일보 공개발표(2022.11.14.) 39위권 대학순위 종합표 적용"이라고 밝혀놨다. 별도의 세부 기준 적용 설명에선 "그 외의 대학에 대하여는 이사회에서 정하는 점수를 적용"한다고 적시했다. 

이를 두고 소위 '인서울 대학' 등 명문대 대학생에게만 특혜를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양장학회가 예시로 든 2022년 11월 14일 중앙일보 대학평가 종합순위 39위 중 수도권 소재 대학은 26개교(66%)다. 지역 고교생 사이에서는 '인서울 대학에 입학하면 무조건 장학금을 받는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단양장학회가 공지한 '단양장학회 장학생 선발 공고'.
 단양장학회가 공지한 '단양장학회 장학생 선발 공고'.
ⓒ 단양장학회

관련사진보기

  
공공성이 짙은 군장학회가 대학 서열화에 동참하는 데 문제를 제기하는 주민들도 있다. '지역을 이끌 차세대 인재를 지원해야 하는데, 특정 언론이 내놓는 평가 순위를 반영해 장학금을 주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또한 '단양을 떠나지 않고 이근 제천이나 충주, 경북 영주 등에 있는 대학에 통학하는 학생들에게 혜택을 더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단양시장에서 30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K씨(53)는 "모든 학생들에게 공정성과 평등한 기회를 줘야 한다. 필요하다면 규정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 다니고 싶어도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없어야 한다. 명문대에 진학해 단양을 떠난 학생들이 단양으로 돌아오는 경우를 거의 못 봤다. 그들은 다른 도시에 정착한다. 학업을 마치고 지역에서 지역을 이끌어갈 청년들에게 장학금을 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매년 단양장학회에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는 건설업자 B씨는 "지역 대학에서 철도, 호텔 등 특수학과에 진학하는, 발전 가능성 있는 지역 인재가 학업을 마치고 지역 경제와 사회에서 핵심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단양군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청권 대학에 다니는 자녀를 둔 그는 "단양장학회는 장학생 선발과 지급 정책을 재검토하고 학생들이 대학 서열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차별 없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지역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학생들이 실질적 혜택을 받아야 한다"라고 짚었다.

단양군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학순위는 선발 과정에서 고려되는 몇 가지의 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며 "장학회는 공정하게 장학생을 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 정가에 밝은 한 관계자는 "문제는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결하는지 지켜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학금 중복 지원'도 논란

다른 기관에서 장학금을 받고 있는데, 단양장학회에서 일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중복 지원하는 것도 논란이다. 단양군에 사업장이 있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가운데는 임직원 자녀들에게 학자금을 지급하는 회사가 여럿 있다. 단양장학회는 회사로부터 학자금 지원을 받더라도 장학금을 지급한다.

이에 대해 단양군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타 장학금 수혜자에게는 장학금이 아닌 '생활안정자금'으로 지급한다"고 말했다. 일반·특별장학금 선발공고 문서에도 "타 장학금 수혜자의 용도는 '생활안정자금' 등으로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중복 수혜를 받는 학생보다 경제적 지원이 더 절실한 학생들을 장학회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3 학생을 둔 한 학부모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찾아내 장학금을 지급하는 게 더 좋을 텐데, 지원이 편중되는 것 같아 아쉽다"라고 말했다.

단양장학회는 1996년 지역의 우수 인재 양성과 명문학교 육성을 목표로 설립됐다. 공개자료에 따르면 , 단양장학회는 현재 100억 원의 기본재산을 포함해 총 114억4550만 원의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단양장학회는 기본재산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매년 접수되는 기탁금을 합친 금액을 예산으로 매년 약 5억 원 규모의 장학 사업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 개인과 각종 단체에서 장학회에 기탁한 금액은 총 120건으로 1억9859만 원이다.
 
단양장학회가 올려 놓은 '장학금 기탁' 관련 사진.
 단양장학회가 올려 놓은 '장학금 기탁' 관련 사진.
ⓒ 단양장학회 홈페이지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단비뉴스 홈페이지( http://www.danbinews.com )에도 게재됩니다.


태그:#단양, #단양군, #단양군수, #단양장학회, #단양군장학금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분 좋은 상상은 현실이 된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