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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킬로미터에 이르는 새만금 방조제. 이 방조제 오른쪽이 한창 매립이 진행중인 내해. 왼쪽은 외해로 군산 앞바다다.
 33킬로미터에 이르는 새만금 방조제. 이 방조제 오른쪽이 한창 매립이 진행중인 내해. 왼쪽은 외해로 군산 앞바다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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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매립이 진행중인 새만금 내해. 아직도 목표량의 50% 정도밖에 매립을 못 했다고 한다.
 여전히 매립이 진행중인 새만금 내해. 아직도 목표량의 50% 정도밖에 매립을 못 했다고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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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군산 새만금개발청 앞에서부터 차를 몰아 새만금으로 들어섰다. 새만금, '세계 최대의 매립지'란 수식어를 달고 있는 그곳. 그러나 이곳은 세계 최대의 갯벌이자 세계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명성이 드높았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길이 33km에 이르는 새만금 방조제가 2010년 4월 완공됐다. 1991년 착공 이후 공사기간만 19년, 면적이 자그만치 401㎢(1억2000만 평)에 이른다.

새만금 방조제는 전북 부안군 변산면 대흥리에서 군산시 비응도항에서 이르는 바다를 막은 것으로 세계 최장이다. 새만금 방조제로 4만100㏊(서울 면적의 3분의 2)의 땅이 생겨났다. 그중 2만8300㏊는 간척토지로, 1만1800㏊는 담수호로 조성된다고 한다.

그러나 새만금 매립지는 환경단체들로부터 '단군 이래 최악의 토건공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다. 왜냐하면 동진강과 만경강 두 강이 만나 빚은 천혜의 하구 갯벌인데 이곳을 매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새만금 민관공동조사단 경제성평가분과위 분석자료에 따르면 새만금 갯벌의 가치는 연간 3200억 원으로 환산됐다. 그런 와중에 이곳을 둘러싸고 애초 '농경지 조성'이란 목적은 안 보이고, 산단을 들이겠다, 비행장을 짓겠다는 등의 개발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영화 <수라>가 들려준 외침 
 
광활한 수라갯벌 갯벌과 염습지가 공존하고 있는 행태로 다양한 야생동물과 새들이 공존하고 있는 갯벌이다.
 광활한 수라갯벌 갯벌과 염습지가 공존하고 있는 행태로 다양한 야생동물과 새들이 공존하고 있는 갯벌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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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갯벌. 온전한 갯벌의 형태를 띄고 있다. 갯벌과 염습지가 공존하고 있는 공간이 이곳 수라갯벌이다.
 수라갯벌. 온전한 갯벌의 형태를 띄고 있다. 갯벌과 염습지가 공존하고 있는 공간이 이곳 수라갯벌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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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방조제가 완공되고 13년이 흐른 지금 새만금 갯벌이 아직 살아있다는 외침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황윤 감독의 영화 <수라>가 그 스피커 역할을 하면서 말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그 수라갯벌을 만나고 싶어 19일 군산을 찾았다. 기자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오동필 단장의 자문을 구하고 두 번의 수라갯벌 답사 경험이 있는 울산환경운동연합 이상범 처장과 함께 수라갯벌 속으로 들었다.

우선 방조제에서부터 수라갯벌을 찾았다. 수라갯벌은 염습지화가 진행돼 대부분 갈대밭으로 구성돼 있고 바닷물과 만나는 일부에 갯벌 형태의 뻘이 남아있었다. 그 뻘로 들어서자 우리를 반긴 것은 무수한 새 발자국들이 아니었다. 수달과 삵, 고라니와 맷돼지의 발자국이었다.
 
새 발자국과 함께 선명하게 찍힌 수달의 발자국. 수달이 수라갯벌에 살고 있다.
 새 발자국과 함께 선명하게 찍힌 수달의 발자국. 수달이 수라갯벌에 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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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수달의 선명한 발자국은 녀석이 이곳을 지나간 지 오래지 않았음을 알려줬다. 무수한 새 발자국만을 기대하고 들어선 뻘에서 야생동물 발자국들을 먼저 만나는 진기한 일이 벌어진 것. 그만큼 수라갯벌이 습지화가 진행됐고 이 습지에 야생동물들이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먼저 갈대밭을 둘러보니 거대한 초지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이곳이 뻘이었다는 증거들은 곳곳에 남아있었다. 게를 잡은 도구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곳곳에 굴껍질이 쌓여 있는 것으로 오래지 않은 시기 이곳에서 게와 굴 채집이 이뤄졌음을 짐작케 했다.
  
끝없이 펼지핀 굴껍질 무덤. 이곳에서 많은 양의 굴 채집이 이루어졌음이 짐작된다. 해수가 조금 더 유입되면 굴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한다.
 끝없이 펼지핀 굴껍질 무덤. 이곳에서 많은 양의 굴 채집이 이루어졌음이 짐작된다. 해수가 조금 더 유입되면 굴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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삵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갈대밭 속에는 고라니를 뜯어먹은 흔적이 남았다.
 삵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갈대밭 속에는 고라니를 뜯어먹은 흔적이 남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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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습지와 갯벌의 중간 형태로 두 생태계가 공존하고 있는 모양새다. 곳곳에 맷돼지가 뻘을 파놓은 흔적이 발견됐다. 또 삵이 어린 고라니를 잡아먹은 흔적도 목격됐다. 새로운 야생의 질서가 자리잡은 습지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였다.

야생동물들과 다양한 새들이 공존하는 수라갯벌

광활히 펼쳐진 갈대밭을 뒤로 하고 이번에는 뻘로 향했다. 뻘이라 해도 발이 푹푹 빠지는 뻘이 아니고 제법 딱딱한 뻘이라 걷기에 무리가 없었다.

갯벌을 향해 가자 저 멀리서 먼저 우리를 반겨주는 녀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흰물떼새들이었다. 낙동강의 지천 내성천에서 많이 만난 꼬마물떼새와 흰목물떼새의 사촌쯤에 해당하는 개체들이다. 제법 많은 수의 흰물떼새들이 분주히 오가면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을 가장 먼저 반겨준 흰물떼새 무리들. 수라갯벌의 터줏대감인 듯했다.
 우리 일행을 가장 먼저 반겨준 흰물떼새 무리들. 수라갯벌의 터줏대감인 듯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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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자 이내 날아가버리고 더 멀리엔 비슷한 크기의 새들이 눈에 다시 들어온다. 그리고 그 너머엔 제법 긴 붉은 부리의 낯선 새와 오리로 보이는 녀석들 그리고 나무젓가락을 달고 다니듯한 긴 부리의 새도 만났다.

오동필 단장에게 물었떠니 꼬마물떼새와 비슷한 크기의 새는 민물도요고, 오리들은 혹부리오리와 고방오리란다. 그리고 붉은색 부리의 검은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검은머리물떼새, 마지막으로 부리가 휘어진 젓가락마냥 긴 새는 마도요라고 설명해줬다. 
 
멸종위기 2급 조류인 검은머리물떼새. 이 녀석들도 제법 보인다.
 멸종위기 2급 조류인 검은머리물떼새. 이 녀석들도 제법 보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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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가 휘어진 젓가락같은 마도요.
 부리가 휘어진 젓가락같은 마도요.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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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새들이 깃든다는 건 갯벌이 아직 살아있다는 결정적 증거다. 아니나 다를까 오동필 단장은 "이곳에 갯지렁이와 실지렁이 그리고 재첩과 개화도조개까지 살고 있다"라고 들려줬다.

이들을 먹이로 이곳에도 다양한 새들이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 단장은 이곳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저어새의 도래지란 설명도 추가로 들려줬다.

전세계에 4500개체 정도만 남아있다는 멸종위기종 저어새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수라갯벌이란 이야기다. 수라갯벌에는 매년 약 50~150여 개체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은 아쉽게도 아직 때가 되지 않아 저어새는 만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다양한 새들이 평화롭게 먹이 활동을 하고 있는 수라갯벌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 갯벌이 아직까지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라갯벌의 또다른 터줏대감 민물도요가 날았다,.
 수라갯벌의 또다른 터줏대감 민물도요가 날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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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이곳은 갯벌 생태계와 습지 생태계가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 다양한 야생동물과 야생 조류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곳이 바로 수라갯벌인 셈이다. 방조제로 인해서 새로운 질서를 간직한 채 아직 그 명맥을 굳건히 이어가고 있었다.

수라마을과 남수라... 새만금 소생의 희망

우리 일행은 뻘밭을 뒤로 하고 이번엔 드넓은 갈대밭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곳에 들어가는 가장 손쉬운 길은 이른바 '남수라'로 드는 것으로, 군산비행장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드넓은 갈대밭 속으로 갈 수 있다.

이곳 수라갯벌의 이름은 오동필 단장이 수라마을의 이름에서 따와서 붙인 것이라 고 한다. 이곳에서 '비단에 놓은 수'라는 뜻을 지닌 수라라는 지명과도 어울리는 염습지 수라갯벌의 만날 수 있었다.
 
우리가 남수라에 도착하기 무섭게 큰말똥가리가 창공을 날기 시작했다.
 우리가 남수라에 도착하기 무섭게 큰말똥가리가 창공을 날기 시작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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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밭을 고라니가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곳은 고라니 천국이었다.
 갈대밭을 고라니가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곳은 고라니 천국이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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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도착하자 우릴 가장 먼저 반긴 건 큰말똥가리와 고라니였다. 멸종위기종 큰말똥가리 두 마리가 창공을 날고, 우리 소리에 놀란 고라니가 갈대밭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곳 생태계의 건강성과 생물다양성을 옅볼 수 있는 상징적 장면을 초입부터 만난 것이다.

즉 맹금류의 먹이가 되는 들쥐도 많고 고라니도 많이 살고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가는 곳마다 고라니들이 튀어나왔다. 이곳은 그야말로 고라니 천국이었다. 고라니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서식 환경이 어디있겠는가? 천적이 없고 몸을 숨길 곳이 있고, 먹이까지 풍부하니 말이다.

우리는 습지 한가운데 특이하게도 우뚝 선 은사시나무가 있는 곳까지 걸었다. 멀리서 보니 아까 날았던 큰말똥가리가 한 마리가 그 우뚝 선 나무에 앉아있다. 높다란 나무에서 넓게 펼쳐진 습지에서 먹이를 찾고 있을 것이다.
 
수라갯벌 갈대밭 한가운데 은사시나무 한 그루만 자라 있다.
 수라갯벌 갈대밭 한가운데 은사시나무 한 그루만 자라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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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도중 곳곳에 보이는 고리니와 삵의 배설물들이 이곳의 생태계가 건강히 지켜지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게 한다. 수라갯벌은 지금 갯벌과 습지 생태계가 연결된 특이한 구조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육상화의 전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걱정할 게 없다는 것이 오동필 단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곳은 경사도가 1이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새만금의 두 갑문을 열어 해수를 조금만 더 유통시키면 충분히 이곳 갈대밭까지도 바닷물이 들어와 갯벌이 복원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새만금이 다시 소생할 가능성은 아직 있다. 그의 주장대로 "담수호의 관리수위를 조금 더 올리고, 내부 준설만 하지 않는다면 새만금은 되살아날 수 있다"고 한다. 그 이야기는 부안 쪽 해창갯벌 소식과 아울러 두 번째 기사에서 소개하기로 한다. 
 
영화 수라 대구 시사회가 4월 11일 열린다. 많은 시민들이 이 영화를 보고 새만금을 다시 한번 생각해주시길 기원한다.
 영화 수라 대구 시사회가 4월 11일 열린다. 많은 시민들이 이 영화를 보고 새만금을 다시 한번 생각해주시길 기원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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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함께 답사에 동행한 울산환경운동연합 이상범 처장의 바람으로 수라갯벌 답사기를 마무리해본다.

"영화 <수라>를 계기로 이곳 광활하고 아름다운 수라갯벌로 많은 사람들이 찾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아직도 새만금이 죽지 않고 살아있음은 목격하고 그 사실을 널리 알려서, 세계 최대의 갯벌 새만금을 복원하는 역사를 우리도 만들어내보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15년간 낙동강과 우리강 자연성 회복운동을 벌여오고 있습니다. 이번엔 세계 최대의 철새도래지로서 안타깝게 매립되고 있는 새만금으로 달려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태그:#새만금, #수라갯벌, #영화 수라, #황윤 감독, #철새도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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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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