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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갓생'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인터넷과 SNS 상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로, 바쁜 일상 속에서도 부지런하게 규칙적인 성취를 이루는 '좋은 삶'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 포털 검색에서는, 신을 의미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의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하는 신조어라고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진 갓생이 아닌 '욜로'이자 '플렉스'였다.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라는 표현의 줄임말로 '인생은 한 번 뿐이니 충분히 즐기라'는 뜻을 담고 있다. 플렉스(FLEX)는 힙합 문화에서 온 단어로 부를 과시하는 것이나 비싼 재화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욜로가 현재와 지금을 중시하는 삶의 태도나 가치관이라면, 플렉스는 그런 가치관으로 지금 실현하는 '화끈한 소비'를 의미하는 것이다. 욜로와 플렉스는 한때 유행이 되며 소비 경향으로까지 자리 잡은 바 있다.
 
갓생, 욜로, 플렉스 언급량 추이 그래프
 갓생, 욜로, 플렉스 언급량 추이 그래프
ⓒ 서울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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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20년 무렵부터 갓생이 등장하며 욜로와 플렉스의 시대는 가고, 갓생의 시대가 된 듯하다. 서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뉴스와 블로그 및 SNS 등 모든 콘텐츠에서 갓생의 언급량을 측정한 결과, 2020년부터 갓생이 유행어로 등장하며 1년여 만에 욜로와 플렉스의 언급량을 초월해 2020년에는 27만여 건이 언급되었고, 2022년에는 무려 64만여 건의 언급량을 기록했다.

욜로의 경우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꾸준히 2만여 건의 언급량을 기록했지만, 2020년 갓생이 새로운 유행어로 등장하며 언급량이 서서히 줄어 2022년에는 10만여 건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플렉스의 경우, 욜로와 비교해 비교적 늦게 유행어가 되며 그 언급량이 2019년에 14만여 건까지 증가한 후 2020년엔 34만여 건에 이르렀다. 하지만 플렉스도 욜로와 마찬가지로 2020년 갓생이 등장한 이후 언급량이 서서히 줄어 2022년에는 20만여 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갓생 관련 네이버 블로그 네트워크 분석 및 워드클라우드
 갓생 관련 네이버 블로그 네트워크 분석 및 워드클라우드
ⓒ 서울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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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생은 왜 온 걸까?

갓생이 유행어로 등장한 시기를 보게 되면 2020년이다. 분명 코로나19의 영향이 있었던 걸로 추측된다. 각종 모임과 외출이 제한되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부쩍 많아지면서 커지는 무기력함과 불확실함 속에서 혼자 조금씩 성취해나갈 수 있는 것들을 찾게 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욜로의 대표격인 여행은 코로나19로 제한되고, 플렉스한 소비는 경제 상황이 점차 어려워지면서 역시 어려워졌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답답함 속에 이들은 무기력과 불안을 달래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통제된 삶을 선택한 것이다. 자신만의 규칙을 루틴으로 만들어, 일상 속에서 소소한 목표를 달성하고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일, 갓생이 점차 보이기 시작한다.
 
갓생 인스타그램 검색 결과
 갓생 인스타그램 검색 결과
ⓒ 김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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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갓생을 검색하면 함께 따라오는 검색어로 '갓생살기', '갓생기획', '갓생하루', '갓생챌린지' 등이 붙게 된다. MZ세대에게 갓생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삶의 양식으로 받아들여지는 듯 하다.

어떻게 사는 게 '갓생'인데?

각각 분야도 사는 지역도 다른 2030 청년 여섯에게 '갓생'을 물었다. 가나다 순으로 뭉치(1997년생, 서울시 은평구 거주, 프리랜서), 빵이누나(1991년생, 서울시 은평구 거주, 자영업자), 아이스티(1997년생, 충청북도 청주시 거주, 직장인), 오즈(1993년생, 서울시 광진구 거주, 직장인), 테다(1995년생, 경기도 고양시 거주, 직장인), 한스(1998년생, 서울시 은평구 거주, 미술 강사)라는 닉네임의 여섯 사람은 갓생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 이들도 갓생을 살고 있는 걸까. 2030 청년 여섯이 생각하는 갓생에 대해 들어보았다.
 
- 갓생들어보셨나요? 어떻게 알고 계세요?

테다: "들어봤어요. '일과 학업, 운동, 문화생활 등을 열심히 실천하고 일상을 잘 가꾸자'는 라이프스타일로 알고 있어요."

빵이누나: "들어는 봤는데 정확하게는 몰라요. 성공한 삶과 그를 위한 노력을 말하는 것 같아요."

아이스티: "멋진 인생을 뜻하는 거 아닌가요?"

뭉치: "저는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어요. '갓생'에 관심이 많아요."
 
- 갓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한스: "미라클모닝."

빵이누나: "미라클모닝."

아이스티: "자아실현!"

오즈: "하루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테다: "헬스장, 식단 관리, 풀-타임 잡, 여행, 디지털 기기, 뮤지컬"

뭉치: "규칙적인 일상과 타이트한 시간 쓰임"
 
 
갓생 관련 단어 언급량 추이 도표
 갓생 관련 단어 언급량 추이 도표
ⓒ 서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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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생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운동과 공부다. 서울연구원은 조사 결과 2022년을 달군 가장 뜨거운 SNS 키워드로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을 제시했는데, 그 뒤를 이어 바디프로필, 미라클모닝, 카공(카페에서 공부) 등도 많은 언급량을 기록했다.

운동이나 공부처럼 생산적이면서도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을 추구하며, 자신의 일상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를 성취한 후, SNS를 통해 공유하는 것이 갓생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인터뷰에 응한 여섯 명 역시 미라클모닝과 헬스장을 갓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으로 대답한 바 있다.
 
- 본인은 '갓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맞다면, 왜 '갓생'을 추구하는지, 아니라면, 추구하고 싶은지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한스: "비계획적인 '갓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의도치 않은 '갓생'이죠. 추구한다기보다는 살다보니 너무 바빠져서 '갓생'이 되었어요."

빵이누나: "아니요. 단호히 추구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고, 휴식 시간이 거의 없게 살다보니 지금은 순간적으로 주어지는 시간에 마음의 안식과 편안함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이스티: "아니요. 하지만 추구하고 싶어요. 순간의 즐거움도 중요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잠깐인 것 같아요."

오즈: "노력하는 편이에요. 모든 면에서 성장하고 싶어서 추구하는 것 같아요. 잘 실천하지 못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직장에서 얻은 피로감으로 여유 시간에 에너지를 쏟는 것이 꽤 힘든 일이기 때문이죠."

갓생을 사는 것의 의미에 대해 물은 질문에 대해, 이들은 갓생을 바쁘고 부지런한 삶의 태도이자 성장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는 일로 여기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시에 '갓생'은 안식과 편안함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성장하기 위해 바쁘고 부지런하게 살아가는 것' 정도로 갓생을 정의해 볼 수 있겠다.
 
- '욜로'와 '플렉스'는 어떠세요? 들어보셨나요? 본인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나요?

한스: "저는 열심히 사는 것이 행복이고 즐거움이기 때문에, 스스로 매일매일이 '욜로'라고 생각해요. 저는 욜로하는 갓생입니다."

빵이누나: "삶을 즐길 줄 아는 욜로는 좋아해요, 제가 현재 살아가는 방식이 그러하거든요. 너무나도 체감하는 나이라서 오늘을 열심히 살고 있어요. 근데 욜로의 연장선으로 사용되는 플렉스는 삶의 주체자가 책임감 없이 흥청망청 그저 '탕진하는' 의미로만 다가와서 썩 좋아하지는 않아요."

아이스티: "둘 다 잠깐 즐겁고 마는 것들 아닐까요."

오즈: "인생을 즐기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것? 존중합니다."

테다: "둘 다 알고 있어요. 제겐 한탕주의 또는 천민자본주의로 느껴져요."

뭉치: "나쁘진 않지만, 좋지도 않은 현상으로 다가와요."
 

욜로와 플렉스에 대해서는 '갓생'에 대해 물은 질문과는 다르게 부정적인 의견도 존재했다. 이들은 욜로와 플렉스를 잠깐의 즐거움, 즉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이라 느끼고, 쾌락이나 충동과 연결지어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였다. 욜로의 경우, 삶을 즐기는 태도로 긍정하는 답변도 존재했지만, 플렉스의 경우에는 흥청망청이나 탕진, 한탕주의 등 대부분이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했다.
 
- 갓생은 욜로나 플렉스와는 다르게, 공부와 운동 등 치열하게 삶을 영위하는 것을 추구하는 경향 같습니다. 최근 갓생이 새로운 트렌드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이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스: "자수성가 청년들이 인기를 얻다 보니 '갓생'이 더 중시된 것 같습니다."

아이스티: "'갓생'이 트렌드라니, 다들 열심히 건강하게 살아가는 중이구나 생각했어요. 근데 무조건 '갓생'만 추구하면 번아웃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럴 때는 '욜로'든 '플렉스'든 자신을 돌보는 것을 찾아보고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오즈: "높은 금리와 경기 침체, 잦은 이직 등 경제 환경에 따른 일시적 흐름처럼 보입니다."

테다: "개인이 자신의 삶을 충만하게 사는 건 좋아요. 하지만 갈수록 사회 구조나 계급에 대해서 무지해지는 것 같아 염려스러워요."

뭉치: "사실 '갓생' 역시 '욜로'나 '플렉스'와 별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시간을 금처럼 여기게 되는 현상의 변주 같아요."

갓생에 대해 신중한 의견도 존재했다. 성장하기 위해 바쁘고 부지런하게 살아가는 것만을 중시하면 번아웃(심리적 소진)이 올 수 있기에 균형이 중요하다는 의견부터 이기주의로 이어질 수 있는 과도한 개인주의와 시간까지 자본으로 여기는 자본중심주의를 경계하는 의견까지, 갓생에 대한 맹목적인 추구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
- 갓생과 행복은 연결된다고 생각하시나요?

한스: "자신이 행복하며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그게 갓생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하지 않은 갓생은 그냥 번아웃 오는 바쁜 삶이라고 생각해요."

빵이누나: "많은 사람들이 누리고 싶어하는 것이라면, 개인의 행복이 모여있는 것이지 않을까요?"

아이스티: "'지금의 저는 꼭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즈: "행복은 욕심과 비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만족의 역치가 낮아야 행복할 것 같네요."

테다: "개인 차원의 행복, 단기간의 쾌락주의와는 직결된다고 봐요. 그러나 중장기적인 행복과 공동체적 행복에는 꼭 연결되지는 않죠."
 

갓생, 개인의 정체성과 일상이 중요해지고 다양성이 기본이 되어가는 시대적 변화 앞에 나타난 그저 하나의 일시적인 유행 혹은 현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64만여 건에 달하는 높은 온라인 언급량과 인터뷰로 말미암아 볼 때, '갓생'은 지금을 살아가는 2030의 삶의 모습을 투영하는 거울로 보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2030, #MZ세대, #갓생,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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