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이후 한국 피겨를 주름잡고 있는 '연아 키즈'들이 10년 만에 세계선수권 메달이라는 쾌거에 도전할 수 있을까.

22일부터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2023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이 열린다. 대한민국에서는 여자 싱글에 이해인·김예림·김채연이 출전하고, 남자 싱글에 차준환이 나서는 등 4명의 선수단이 출전한다.

올 피겨 시즌은 매 대회마다 메달리스트가 달라질 정도다. 그 말은 곧 한국 선수들의 메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이해인과 김예림은 지난 사대륙선수권에서 메달을 휩쓸었다. 일본 현지에서는 자국 선수들의 메달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높지만, 한국 선수들의 기량도 '역대 최강'이다.

'대기만성' 김예림, '왕도 위' 이해인, '베테랑' 차준환, 그리고 '데뷔' 김채연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해인(왼쪽)과 준우승을 차지한 김예림이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국장에서 취재진을 향해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 여자 싱글 선수의 4대륙 선수권 우승은 2009년 김연아 이후 14년 만이다.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해인(왼쪽)과 준우승을 차지한 김예림이 2월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국장에서 취재진을 향해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 여자 싱글 선수의 4대륙 선수권 우승은 2009년 김연아 이후 14년 만이다. ⓒ 연합뉴스

 
김연아의 기록에 이은 '한국 두 번째 기록'을 만들어가는 선수가 있다. 올 시즌 사대륙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해인 선수 이야기이다. 이해인 선수는 주니어 시절 김연아 선수에 이어 한국 두 번째로 그랑프리 2연패를 기록했고, 사대륙선수권에서도 김연아에 이은 한국 두 번째 금메달리스트라는 기록을 써냈다.

김예림 선수는 '대기만성형' 선수다. 지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9위를 기록했던 김예림 선수는 올 시즌 그랑프리 대회인 2022 NHK 트로피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는가 하면,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유니버시아드 금메달을 따내는 등 2022-2023 시즌을 개인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개인 최고 점수인 213.91점을 올 시즌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사대륙선수권에서는 한국 선수들을 방불케 하는 '집안 경쟁' 끝에 이해인이 금메달을 따내고 김예림이 은메달을 차지하기도 했을 만큼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두 선수. 두 선수가 올 시즌의 마지막 대회인 세계선수권에서도 한국선수권을 방불케 하는 서로의 경쟁을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두 번의 올림픽에 나섰던 '베테랑' 차준환 선수는 지난 세계선수권의 아쉬움을 이번 대회에서 털어낼 채비를 한다. 지난 세계선수권에서는 부츠 문제로 프리 스케이팅 기권을 했던 차준환은 올 세계선수권을 맞아 프로그램 구성을 수정하는 등 절치부심하고 일본 땅을 밟았다.

올해 시니어 시즌 데뷔를 맞는 김채연도 올 시즌 많은 기록을 써냈다. 주니어와 시니어 대회를 병행하는 김채연은 같은 주니어의 신지아와 함께 한국 선수로서는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무대에서 메달을 따낸 선수가 되었다. 특히 지난 사대륙선수권에서는 프리에서 실수로 인해 '한끗 차'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채연에게는 처음 나서는 세계선수권이기 때문에, 차준환 선수는 변화를 꾀해야 하는 세계선수권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갖는 의미는 많이 남다를 터. 하지만 서로의 긴장은 똑같을 테다. 두 선수가 긴장을 털어내고 좋은 성과를 기록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러시아 없는' 피겨 춘추전국시대, 태극기도 주인공 될까

올 시즌 세계 피겨의 가장 큰 변수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뒤따른 ISU 추관 대회 출전 정지 징계에 있었다. 여자 싱글에서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러시아였지만, 그 뒤에는 약물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특히 다른 국가 선수들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고난도 동작을 수행하는 러시아 선수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 충분했다.

특히 그러한 러시아 선수들로 인해 피해를 본 것은 선수들이었다. 앞선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나서기도 했던 유영(수리고)은 타 매체에서의 인터뷰에서 '알렉산드라 트루소바의 4회전 점프를 보고 며칠 동안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었고, 키히라 리카(일본)은 고난도 점프를 연습하다 부상을 입어 올림픽에 나서지도 못했다.

그런 러시아가 사라지자 여자 피겨에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고난도 기술을 아크로바틱하게 수행하는 '절대 강자'가 없어진 대신. 각자 잘 하는 시퀀스, 점프를 수행하고 연기에서의 강점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더욱 나아진 방향으로 피겨가 바뀌니, 매 경기마다 메달리스트도 바뀌는 등 변화도 일었다.

단적으로 이번 시즌 대회마다 금메달리스트는 매번 바뀌었다. '시즌 베스트' 점수는 일본의 사카모토 카오리가 2022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217.61점이었다. 그 뒤를 잇는 점수는 미히라 마이가 MK 존 윌슨 트로피 대회에서 217.43점을 기록했다. 

한국 선수들의 점수도 높다. 김예림 선수는 앞서 소개했듯 핀란드에서 열린 챌린저 대회에서 213.97점을 기록했고, 이해인 선수도 사대륙선수권에서 210.84점을 기록하는 등 경기 당일 컨디션이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유독 일본에서 열리는 피겨스케이팅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인상 깊은 장면을 남기곤 했다. '선배' 김연아 선수가 그 유명한 '연지곤지' 포디움을 만들었던 장소도 일본이었다. 그런 선배의 기운을 이어받아, 세계선수권에 나서는 4명의 한국 선수가 어떤 장면을 연출할지도 기대된다. 

개막일인 22일 저녁 한국 여자 싱글 선수들의 쇼트 프로그램 무대가 예정되어 있다. 김채연 선수가 오후 6시 50분을 넘은 시각에, 김예림과 이해인 선수는 오후 8시 20분을 넘은 시각에 같은 조로 출전한다. 목요일 저녁에는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이,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남녀 프리 프로그램이 각각 펼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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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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