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전, 광주 FC의 엄지성이 왼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얼리 크로스를 날리고 있다.

전반전, 광주 FC의 엄지성이 왼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얼리 크로스를 날리고 있다. ⓒ 심재철

 
일부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하는 팀이 잘 하는지, 단단한 조직력으로 뭉친 팀이 더 잘 하는지를 분명하게 알려주는 게임이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이전 3게임을 뛰면서 겨우 1골만 넣고 흔들리던 광주 FC가 바로 이 게임을 통해 팀의 상징인 불새처럼 다시 뜨겁게 날아오른 것이다. 반면에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지금까지 4게임을 뛰며 10골(게임 당 2.5골 실점)을 내주며 수비 라인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말았다.

이정효 감독이 이끌고 있는 광주 FC가 18일(토) 오후 2시 광주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23 K리그 1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홈 게임에서 알바니아 국가대표 미드필더 아사니의 놀라운 해트트릭 활약을 바탕으로 5-0의 대승을 거두고 리그 4위(2승 2패 6득점 4실점)로 뛰어올랐다.

'엄지성-이희균-이순민-아사니-정호연' 광주 FC의 불새 미드필더들

광주 FC가 수원 블루윙즈와의 시즌 첫 게임을 1-0으로 이겼지만 그 다음 두 게임을 내리 패하는 바람에 이정효 감독의 계획이 흔들리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번 게임을 통해 분명히 입증한 셈이다. 마치 불새가 힘차게 날개를 펼치며 움직이듯 광주 FC의 필드 플레이어들은 이정효 감독이 설계한 대로 공간을 나눠 상대 팀인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꼼짝 못하게 묶어버렸다.

게임 시작 후 8분 40초만에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를 멋진 골로 만들어내며 광주 FC가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아사니가 코너킥을 차는 척 하다가 반원 부근으로 간 다음 실제 코너킥은 두현석과 이희균이 짧게 처리하여 인천 유나이티드 FC 수비수들을 감쪽같이 속인 것이다. 두현석의 정확한 패스를 받은 아사니가 낮게 깔린 왼발 슛으로 시원한 골을 터뜨린 것이다.
 
 전반전 추가 시간 2분 7초, 인천 유나이티드 에르난데스의 오른발 페널티킥을 광주 FC 김경민 골키퍼가 잡아내는 순간

전반전 추가 시간 2분 7초, 인천 유나이티드 에르난데스의 오른발 페널티킥을 광주 FC 김경민 골키퍼가 잡아내는 순간 ⓒ 심재철

 
자신감을 확인한 광주 FC 선수들은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후방 빌드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효율적인 공간 배분을 통해 매우 높은 위치부터 압박했고 19분 27초에 또 하나의 멋진 골을 뽑아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김동헌 골키퍼의 패스를 가로챈 다음 급하게 마무리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패스로 공격 방향을 바꿨고 오른쪽 측면에서 정호연이 날카로운 얼리 크로스로 상대 팀 골문 앞을 흔들어놓은 것이다. 여기서 반대로 흐른 공을 엄지성이 따라가서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정확하게 굴려넣었다. 슛 각도가 거의 없는 곳이었지만 무너진 인천 유나이티드 FC 수비 라인은 엄지성이 굴려놓은 공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20분도 안 되어 내리 두 골을 내준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공격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듯 36분에 수비수 델브리지가 드리블로 광주 FC 페널티 에어리어 가까이 접근해서 오른발 중거리슛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전반 종료 직전에 인천 유나이티드 FC 김보섭이 페널티킥을 얻어내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간판 골잡이 에르난데스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 방향을 정확하게 읽은 광주 FC 김경민 골키퍼가 슈퍼 세이브로 팀의 완승 분위기를 잘 지켜낼 수 있었다.

후반전에도 광주 FC의 단단한 조직력은 여전히 빛났고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다섯 장의 교체 카드도 소용없이 더 큰 구멍을 드러내며 완전히 무너졌다. 그 대표적인 장면이 49분 49초 이희균의 추가골 상황으로 나타났다. 엄지성과 2:1 패스를 주고받는 사이에 인천 유나이티드 FC 수비수들은 상대 팀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 둘을 자유롭게 내버려둔 것이다. 이희균을 따라잡기 위해 인천 유나이티드 FC 주장 오반석이 뒤늦게 따라가며 손까지 내밀었지만 그의 오른발 슛을 막기에는 한참이나 모자랐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후반전 교체 선수 김민석이 광주 FC 센터백 티모 앞에서 크로스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후반전 교체 선수 김민석이 광주 FC 센터백 티모 앞에서 크로스 기회를 노리고 있다. ⓒ 심재철

 
엄지성과 이희균의 단짝 플레이는 64분에도 거의 똑같은 패턴으로 나왔지만 거기서도 인천 유나이티드 FC 수비 대응은 부실했다. 그리고 68분 35초에 아사니의 왼발 발리슛 추가골이 나왔다. 이민기의 왼쪽 측면 크로스가 아무 저항 없이 편안하게 아사니에게 올라왔고 수비수 델브리지의 몸에 맞고 나오는 순간 아사니의 왼발 발리킥 타이밍이 제대로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번에 알바니아 국가대표로 처음 뽑힌 아사니는 71분 15초에 인천 유나이티드 FC 페널티 에어리어 반원 밖 직접 프리킥을 왼발 감아차기로 기막히게 넣으며 시즌 첫 해트트릭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골 라인으로부터 약 29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에 놓은 프리킥 볼이었지만 아사니의 왼발로 회전이 먹은 공은 점점 오른쪽으로 휘어날아가 톱 코너를 꿰뚫어버린 것이다.

광주 FC는 20개의 슛 중에서 13개(65%)를 유효슛으로 기록할 정도로 적중률 높은 공격 효율성을 보여주었고, 전반전 페널티킥 반전 기회를 놓친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12팀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실점 팀이 되는 불명예를 떠안고 말았다. 
 
 71분 15초, 광주 FC 아사니(11번)의 멋진 프리킥 골이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71분 15초, 광주 FC 아사니(11번)의 멋진 프리킥 골이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 심재철


이제 A매치 휴식기를 끝내고 4월 1일(토)에 5라운드 일정이 다시 이어지는데, 광주 FC는 오후 4시 30분에 수원 FC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인천 유나이티드 FC도 같은 시각에 대구 FC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불러들인다.

2023 K리그1 결과(3월 18일 토요일 오후 2시, 광주전용경기장)

광주 FC 5-0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아사니(8분 40초,도움-두현석), 엄지성(19분 27초), 이희균(49분 49초,도움-엄지성), 아사니(68분 35초), 아사니(71분 15초)]

광주 FC 선수들(4-5-1 포메이션)
FW : 산드로(81분↔허율)
MF : 엄지성(63분↔하승운), 이희균, 이순민(81분↔이강현), 아사니(76분↔토마스), 정호연
DF : 이민기, 안영규(81분↔김경재), 티모, 두현석
GK : 김경민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제르소(65분↔김민석), 에르난데스, 김보섭(60분↔송시우)
MF : 김도혁, 신진호, 이명주, 민경현(46분↔음포쿠)
DF : 델브리지, 권한진(60분↔정동윤), 오반석(65분↔김연수)
GK : 김동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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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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