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가 GS칼텍스를 꺾고 플레이오프부터 봄 배구를 시작하게 됐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 KIXX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0, 25-17, 25-23)으로 승리했다. 20승16패 승점 60점으로 정규리그 일정을 마친 도로공사는 4위 KGC인삼공사(56점)와의 승점 차이를 4점으로 벌리며 준플레이오프 없이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를 상대할 플레이오프로 직행했다.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캐서린 벨이 48.78%의 성공률로 21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했고 박정아가 5개, 배유나가 4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나란히 16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에 도로공사가 플레이오프로 직행하면서 인삼공사는 승점 1점이 부족해 지난 2016-2017 시즌을 끝으로 6시즌 연속으로 봄 배구 진출이 좌절됐다. 이는 V리그 여자부 역대 최다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기록이다.

프로 출범 후 8시즌 동안 3번 우승한 명문
 
 이번 시즌 2100회의 공격을 시도한 엘리자벳은 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은 9번째 득점왕에 등극했다.

이번 시즌 2100회의 공격을 시도한 엘리자벳은 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은 9번째 득점왕에 등극했다. ⓒ 한국배구연맹

 
V리그 원년 우승팀이었던 인삼공사는 V리그 출범 후 8시즌 동안 3번이나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명문팀이었다. 인삼공사의 3회 우승은 현재까지도 4회 우승의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 이어 여자부 공동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지만 인삼공사에게는 '명문구단의 위엄'은 부족한 편이다. 인삼공사는 외국인 선수가 없었던 프로 원년과 역대 최고의 '괴물 외국인 선수' 마델라이네 몬타뇨가 있던 시절에 세 번의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몬타뇨가 2011-2012 시즌을 끝으로 유럽리그로 돌아가면서 인삼공사에는 큰 위기가 닥쳤다. 몬타뇨의 뒤를 이을 좋은 외국인선수를 구하지 못한 2012-2013 시즌에는 현재까지도 여자부 최다연패 기록으로 남아있는 20연패를 당하며 최하위로 떨어졌다. 2013-2014 시즌에는 조이스 고메즈 다 실바와 토종에이스 백목화(대구시청)를 앞세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인삼공사에게서 더 이상 강호의 면모는 찾기 힘들었다.

외국인 선수 헤일리 스펠만이 혹사논란에 시달린 끝에 득점 1위에 올랐음에도 두 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인삼공사는 2015-2016 시즌이 끝나고 팀의 주전 아웃사이드히터 콤비 백목화,이연주와의 FA 계약이 무산됐다. 인삼공사는 큰 위기에 빠지는 듯 했지만 새로 부임한 서남원 감독의 포지션 파괴와 대체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의 맹활약에 힘입어 2016-2017 시즌 다시 한 번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2016-2017 시즌은 현재까지 인삼공사의 마지막 봄 배구 나들이가 되고 말았다. 2017-2018 시즌 외국인 선수 알레나가 두 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랐음에도 국내 선수들의 아쉬운 활약으로 5위로 떨어진 인삼공사는 알레나가 부상으로 고전했던 2018-2019 시즌 한 시즌 최다연패 역대 2위에 해당하는 19연패를 당하며 프로 출범 후 5번째 최하위를 기록했다. 5번의 최하위 역시 여자부 최다기록이다.

인삼공사는 2019-2020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어 이탈리아 출신의 거포 발렌티나 디우프(부스토 아르시치오)를 지명했다. 디우프는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유럽의 빅리그에서 활약했을 수준 높은 선수로 V리그에서도 두 시즌 연속 득점왕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디우프라는 세계적인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두 시즌에도 4위와 5위에 머무르며 4시즌 연속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다.

전·현직 국가대표 대거 포진한 인삼공사의 부진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11경기에 결장한 노란 리베로가 풀타임으로 활약했다면 인삼공사의 성적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11경기에 결장한 노란 리베로가 풀타임으로 활약했다면 인삼공사의 성적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 한국배구연맹

 
인삼공사는 알레나와 디우프 같은 정상급 외국인 선수를 거느리고 염혜선 세터와 오지영 리베로(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같은 경험 많은 세터와 리베로를 보유하고 도 좀처럼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이에 인삼공사는 2021년 FA시장에서 무려 3년 총액 19억5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2021년 챔피언결정전 MVP에 빛나는 공수를 겸비한 리그 정상급 아웃사이드히터 이소영을 영입했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이소영과 함께 한 첫 시즌에도 정규리그 4위에 머물렀다(코로나19로 또 한 번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봄 배구는 열리지 않았다). 2021-2022 시즌이 끝나고 고희진 감독이 새로 부임한 인삼공사는 외국인 선수를 옐레나 므라제노비치(흥국생명)에서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로 교체했다. 여기에 팀 내 최고연봉선수 이소영에게 주장 자리를 맡기면서 더 많은 책임감을 부여했다.

이번 시즌 4라운드까지 좀처럼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던 인삼공사는 지난 2월8일 IBK기업은행 알토스전부터 28일 도로공사전까지 파죽의 6연승을 내달리며 3위로 치고 올라왔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본격적인 승점경쟁이 시작된 시즌 마지막 4경기에서 승점 5점을 따내는데 그치며 승점 56점으로 정규리그 일정을 끝냈다. 자력으로 봄 배구 진출이 무산된 인삼공사는 초조한 마음으로 17일 도로공사와 GS칼텍스의 경기결과를 기다렸다.

하지만 애초부터 도로공사와 GS칼텍스의 경기는 도로공사 쪽으로 크게 기울 수 밖에 없었다. 도로공사가 플레이오프 직행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데 비해 이미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된 GS칼텍스는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총력전을 펼칠 명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GS칼텍스는 이날 여러 선수들이 고루 경기에 출전했고 정예 멤버로 최선을 다한 도로공사가 3-0으로 승리하면서 인삼공사의 봄 배구 진출이 최종 무산됐다.

여자부에서는 아무리 부진한 팀도 4시즌 연속 봄 배구 진출에 실패하면 5번째 시즌에는 반드시 봄 배구에 진출했던 징크스(?)가 있었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지난 시즌 4위에 그치며 여자부의 최장기간 봄 배구 진출 실패 기록을 세웠고 이번 시즌 자신들의 기록을 6시즌으로 늘렸다. 현재 모든 포지션에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포진해 있을 정도로 멤버구성이 좋은 인삼공사의 오랜 부진은 여자부의 큰 이변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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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KGC인삼공사 6시즌 연속 봄배구 탈락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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