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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운 대표와 정연일 이사가 원정대원이 뮌스터 시청과의 공식일정을 치르고 돌아오는길에 서점에 거려있는 포스터를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 자전거 도시답게 자전거와 관련한 이야기 거리가 많음이 확인된다.
▲ 뮌스터 시청에서 돌아오는 길에 찍은 한 서점 박영운 대표와 정연일 이사가 원정대원이 뮌스터 시청과의 공식일정을 치르고 돌아오는길에 서점에 거려있는 포스터를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 자전거 도시답게 자전거와 관련한 이야기 거리가 많음이 확인된다.
ⓒ 박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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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중순 우리 여행의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던 비단길 여행사 박영운 대표와 최종적인 결론을 내릴 때가 생각난다. "우리가 정한 목적지를 가기 위한 최소한의 인원은 몇 명이나 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박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6~7명입니다. 렌터카는 제가 운전하고 숙소에서 아끼는 방식 하나가 있습니다. 또, 아예 모든 일정을 대중교통으로 이동한다고 가정하는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어요."

이때만 해도 참가 인원이 늘고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이 생길지, 박 대표도 나도 알 수 없었다. 후일담이지만 "그분들(참가자)이 지금은 그런 불편을 감수하겠다고 하지만 막상 오게 되면 불만이 커질 거예요"라는 비단길 정연일 이사의 조언에 부담과 고민이 컸다고 한다.

원정에서 여행사와 우리는 파트너였다. 가장 큰 원칙은 '공식적 일정은 우리가 책임지고 그 외의 편의제공을 여행사가 맡아서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진행 과정에서 많은 긴장과 갈등 관계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 원정에는 함께 한 일행 말고도 관여된 사람들이 무수하게 많았다. 해외 기관 단체 등의 섭외와 연락 과정에서 개입하게 된 이들이 그 첫 번째다. 아울러 역할 분담을 통해 우리의 일정 진행에 관한 편의를 제공하는 여행사 쪽 관계자들이 두 번째이다.

이런 사람들 중 두 사람이 먼저 생각난다. 준비 과정 중 단체 대화방에 참여해 중요한 조역을 해준 사람들이다. 수개월에 달하는 준비 기간과 일정 수행, 그리고 그 이후를 모두 지켜본 인물들이다. 온갖 준비는 다 해놓고서 막상 참여자들이 수많은 감동과 탄식을 내뱉을 때 국외자로 지켜볼 수밖에 없던 두 사람. 이들에겐 준비 과정 중 많게는 하루에도 10여 통씩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사장님께도 말씀드렸지만 전화 걸려 올 때마다 두려웠어요. 오늘은 또 무슨 이야기를 말할지 또 다른 변수는 어디서 생겼을지... 벨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니까요?"

비단길 여행사의 서아무개 팀장의 말이다. 

"제가 맡은 다른 업무도 많은데 지칠 줄 모르고 전화를 하셨잖아요. 감당하기 어려운 변수가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지... 우리 의원님께는 '대장님 때문에 힘들었어요'라고 토로를 하기도 했습니다만..."

국회 김성주 의원실의 김아무개 비서관의 말이다. 

이 두 사람이 바로 그 두 주인공이다(이외에도 수많은 조력자들 덕분에 일정을 잘 소화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두 사람은 똑같이 말한다.

"집요하게 준비하고 몰입하는 게 어렵기는 했지만 보람은 매우 컸습니다. '참 진지하게 대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자전거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렇게 임하는 사람들이 좋은 결실을 거두고 돌아오면 좋겠다'는 마음이 제게 전이되더군요."

아울러 "우리 도시들이 자전거 도시로 가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충분히 짐작 갑니다. 작고 의미 있는 성과라도 가지고 오길 바랐습니다. 앞으로도 잘 지켜보고 응원하겠습니다"라는 말로 바람을 전했다.

"무엇을 보고자 하는지, 스스로의 물음이 없으면 안 됩니다"
 
네덜란드 하면 떠오르는 세 가지가 있다. 운하, 자전거, 그리고 풍차. 하늘빛 색감의 자전거와 운하가 하늘과 함께 보여주는 풍경, 전형적인 암스테르담의 풍경이 아닐까?
▲ 암스테르담의 한 풍경 네덜란드 하면 떠오르는 세 가지가 있다. 운하, 자전거, 그리고 풍차. 하늘빛 색감의 자전거와 운하가 하늘과 함께 보여주는 풍경, 전형적인 암스테르담의 풍경이 아닐까?
ⓒ 박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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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로서 일행을 인솔한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필요하다 싶어 옮겨본다. 비단길 박 대표와 정 이사의 이야기다.

먼저 박 대표의 이야기.

"파리를 자주 가는 편이에요. 적어도 1년에 한 번 이상은 가는데 최근의 파리는 정말 많은 변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자전거에 시선을 두고 보니 놀랍도록 그게 확인되더군요. '파리가 정말 많이 변했다'는 말을 이번 기간 중에 여러 번 했습니다.

네덜란드의 도시들도 하우턴을 빼놓고는 여러 번 갔는데 놀랍고 경이로운 생각마저 들더라고요. 인천에 집이 있는데 차가 두 대 있습니다. 한 대는 아내가 사용하고 한 대는 제가 사용한다고 하는데 사실 거의 활용하지 않습니다. 이번 기회에 차를 한 대 없앨까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박 대표는 20여 년간 여행업에서 주로 '테마를 위주로 하는 팀'이나 '각급 의회나 공무원, 기업 등의 공무연수'를 위주로 담당했다고 한다. 일정 중 느낀 것들을 페이스북 포스팅을 통해 남기기도 했는데 그중 한 대목을 인용해 본다.

"네덜란드 하우턴 시청을 떠나 독일 뮌스터에 도착하자마자 식사도 못 하고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공식 일정을 진행하는 팀을 보며 정말 열정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0년간 진행하면서 보아왔던 공무원이나 지자체 의원들의 비뚤어진 외유성 해외견학이나 답사에 비해 한 치도 빈틈 없이 배우고 가는 노력에 정말 존경스럽고 감사하기까지 (했다.)" (3월 3일 아침 뮌스터에서 올린 내용)

함께한 팀에 대한 립 서비스는 아닌 것 같다.

그는 심지어 공무 연수 후 보고서까지 여행사에게 요구하는 경우도 봤다고 한다. 수많은 비슷한 여정 속에서 겪은 모멸감과 자괴감을 여러 번 털어놓기도 했다(일일이 옮기지는 않겠음). 그는 "지방의회 말고 국가기관 등의 경우는 좀 다르지 않냐"라는 나의 질문에 "중앙부처나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기 돈을 내고 간 게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며 나름의 진단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강조하는 멘트가 이야기의 알맹이로 여겨진다.

"이번 팀처럼 준비 과정에서 매우 철저하게 사전조사를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직접 섭외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게 맞죠. 여행사에게 그런 걸 요구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뻔합니다. 금액에 맞춰 구색만 그럴듯하게 맞추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무엇을 보고자 하는지에 관한 스스로의 물음이 없으면 관심이 가겠어요?"
 
공식적인 일정이 다 마무리된후 하이델베르크 성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사진은 이 성에 위치한 약학 박물관. 박 대표는 월 1월초에 떠나 근 두 달 만에 원정대와 함께 돌아왔다.
▲ 비단길 여행사 박영운 대표 공식적인 일정이 다 마무리된후 하이델베르크 성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사진은 이 성에 위치한 약학 박물관. 박 대표는 월 1월초에 떠나 근 두 달 만에 원정대와 함께 돌아왔다.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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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 내내 가이드 역할을 한 정연일 이사는 여러 방면에서 해박한 배경 설명을 해주는 가이드였다. 

파리에서 위트레흐트로 넘어가는 버스 안에서는 '유럽연합 가입국 공통으로 적용되는 다중이 이용하는 교통편의 운전자들에 관한 규정'과 '타코 미터'를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의 경험과 수많은 도시를 오가며 확인한 이 대목에 관해 열심히 설명하곤 했다. 우리 도시와 다른 도시들의 문화적 차이를 설명하느라 바빴다.

그는 "이 도시는 우리와는 달리 보행자에게 관대합니다. 우리가 신호를 위반하고 걷더라도 이 사람들은 일단 멈춰서 기다립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달려오는 차를 살피지만, 이 사람들은 보행자를 살핍니다. 이게 그들과 우리의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와 같은 설명을 쉴 새 없이 이어갔다. 다음은 그의 후일담이다. 

"패키지 여행과 함께 공무연수도 많이 진행했왔습니다. 여행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정말 부끄러운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다시는 공무연수는 안 하려고 마음먹은 지 꽤 됐습니다. 그런데 이 팀 같다면 다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들로서도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일정 준비 중에 매일 밤 걸려 오는 전화 때문에 박 대표가 많이 힘들어하더군요. 그때부터 '이 팀은 다르겠구나' 짐작했습니다. 그리고 직접 겪어보니 '그랬어야 하는 거구나' 하는 확신이 듭니다. 힘들더라도 이번에 좋은 결과를 같이 만들어보자고 박 대표를 위로하고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여행은 준비한 만큼 보이는 것 같고, 궁금한 만큼 채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이야기들이 비단길에겐 부담이 될 것이다. 다른 팀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치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영운 대표는 이렇게 마무리했다.

"부끄러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런 이야기가 좀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여겨 기꺼이 말씀드린 것입니다."

태그:#자전거 원정대, #자전거 도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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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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