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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기간 시민단체 활동가와 변호사로 활약하다 도의원이 됐다. 시민단체 출신 변호사라는 다소 이례적인 삶의 경로와 그에 따른 시각으로 경기도를 새롭게 경험하고 있다. 의정활동 중 마주하는 사안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고자 한다.[기자말]
경기도 각 지역엔 마을 주민과 학생이 모여 만들어가는 교육공동체가 있다. '꿈의학교'다. 꿈의학교는 '학생이 만들어가는 꿈의학교(만꿈)' '학생이 찾아가는 꿈의학교(찾꿈)' '다함께 꿈의학교(다꿈)' 세 가지로 구성된다.

만꿈은 학생이 스스로 만드는 학교다. 학생들이 500만 원 이하의 예산을 지원받아 스스로 배우고 싶은 주제를 정해 학교를 운영한다. 찾꿈은 마을교육공동체가 프로그램을 만들면 학생이 찾아가 배움을 얻는 학교다. 지원 예산은 5000만 원까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다꿈은 경기도 내 기업(기관)과 단체 등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학교다. 교육청은 500만 원 미만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

꿈의학교는 과거 이재정 교육감 시기인 2015년 시작됐다. 당시에는 53억 원 예산으로 209개교가 운영돼 9363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지역사회의 반응은 뜨거웠다. 2022년에는 197억7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되어 1902개 학교에 3만1413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7년 만에 예산은 3.7배, 학교는 9배, 학생은 3.3배나 증가했다.

물론 단점도 있었다. 학교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배움을 마을이 함께 운영하는 학교에서 얻는다는 당초 계획과는 달리 돈벌이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지원금의 도움을 받아 운영하되 시간이 지나면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하지만, 적지 않은 꿈의학교가 매년 교육청 예산에만 의존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그러나 다수의 꿈의학교는 학교에서 제공할 수 없는, 하지만 배움의 필요가 있는 교육을 마을에서 함께 일구어나가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교육감'이 바뀌었다... 그 이후
 
경기꿈의학교 누리집 화면.
 경기꿈의학교 누리집 화면.
ⓒ 경기꿈의학교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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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은 2023년에도 당연히 꿈의학교를 계획했다. 하지만 새 학기가 시작되고도 한참이 지난 3월 중순인 지금까지 모집조차 못 하고 있다. 예년의 경우 1월 초 공모해 심의를 통해 3월 중하순 발표되곤 했다. 예전 같으면 선정학교가 발표될 시기까지 공모조차 하지 않으니 꿈의학교를 준비하던 수많은 학생과 마을공동체는 조바심에 안달이 났다.

민원이 제기될 때마다 "곧 공모가 나갈 거예요. 조례 문제로 조금 늦어지니 기다려 보세요"라고 답하고는 했다. 하지만 3월에 접어들자 문의는 항의로 바뀌었다. 급기야 교육청은 꿈의학교를 추진하려고 하는데, 의회에서 발목을 잡아 공모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도의원, 특히 필자와 같이 교육청을 피감기관으로 하는 교육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항의가 빗발쳤다.

그때와 지금 바뀐 것은 교육감 하나다. 지난해 7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취임했다. 김상곤·이재정으로 이어진 진보 교육감 체제 후 13년 만에 보수를 표방하는 교육감이 취임했다. 임태희 교육감은 곧바로 꿈의학교에 대한 개편작업을 시작했다. 우선 이름을 바꾸고자 했다. 꿈의학교를 대체할 새로운 이름을 공모했고 '이룸학교'가 선정됐다. 그런데 정작 꿈의학교라는 이름을 바꾸는 데 의회와는 단 한 마디 상의도 없었다.

꿈의학교라는 명칭은 '경기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에 규정돼 있다. 이름을 바꾸기 위해선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조례의 개정에는 당연히 의회와 소통이 전제된다. 그런데도 의회와 어떠한 상의도 없이 이름을 바꾼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의회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부랴부랴 조례개정 준비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육청 발의가 아닌 의원 발의를 들고나왔다. 이름은 교육청이 바꿔놓고 조례는 의원이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2022년 행정사무감사 기간이었던 11월까지 "의원 발의이기 때문에 개정될 조례 내용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미 당시에는 경기도교육청이 꿈의학교(만꿈, 찾꿈, 다꿈)를 통폐합한다는 소문이 자자했었다. 게다가 '경기도교육청 몽실학교 설치·운영 조례'에 따른 몽실학교(학생자치배움터·학생복합문화공간)를 꿈의학교에 편입한다는 계획도 보였다. 이름도 바꾸고 형태도 바꾼다는 계획에 대해 감사권이 있는 의회가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도 교육청은 의원 발의라는 이유를 대고 어떠한 설명도 못 하겠다고 버텼다.

이러한 태도는 예산심사 때까지 이어졌다. 심지어 예산심사에서는 조례를 바꾸지도 않고 '이룸학교'라는 명칭으로 예산을 신청했다. 꿈의학교가 버젓이 살아있는데, 조례의 근거도 없는 이룸학교로 예산을 신청한 것이다. 이에 의회는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시기키 위해 꿈의학교(이룸학교)라는 명칭으로 예산을 통과시켰다. 조례개정이 늦어지면 우선 꿈의학교로 사업을 시작하고, 개정 후 이룸학교로 명을 변경할 수 있도록 꿈의학교와 이룸학교를 병기해준 것이다.

받아들일 수 없는 조례안 낸 교육청... 현장은 타들어간다
 
지난 2월 7일 경기도의회 제366회 임시회 제1차 교육행정위원회.
 지난 2월 7일 경기도의회 제366회 임시회 제1차 교육행정위원회.
ⓒ 경기도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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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기도는 매년 꿈의학교에 50여억 원의 예산을 지원해 왔었다. 물론 2023년에도 지원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교육청이 조례의 개정을 미루는 바람에 경기도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경기도 입장에서 조례도 없는 이룸학교에 예산을 배정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2023년 1월 말 교육청 발의로 조례안이 예고됐다. 그런데 '경기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아니었다. '경기도 지역교육협력에 관한 기본조례'라는 아예 새로운 조례였다. 기존 조례를 폐지하고 새로운 조례를 만들어 이룸학교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해당 조례안은 각종 위원회의 설치 등 원론적 내용뿐이었다. 정작 이룸학교와 관련된 것은 "이 조례의 시행에 필요한 사항은 교육규칙으로 정한다" 한 줄이었다. 제목 그대로 기본조례였고 세부 사업은 규칙을 제정해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규칙을 통해 이룸학교를 운영한다면 단순 계산으로도 경기도 전역 2000개에 달하는 학교(사업)에 약 1000만 원씩 지원하는 거대한 사업이 의회의 감시와 견제 없이 교육청 마음대로 운영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의회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계획이었다.

게다가 교육청 계획대로라면 '경기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른 꿈의학교에 배정된 예산을 '경기도 지역교육협력에 관한 기본조례'에 따른 이룸학교라는 전혀 다른 사업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지방회계법' 등 관련 법률 위반 소지는 물론 예산을 심사한 의회를 아예 무시하겠다는 태도다.

이러한 이유에서 해당 조례안은 1월 회기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의회가 발목을 잡아 꿈의학교가 시행되지 못 한다'는 소문은 여기서 시작됐다. 이렇게 지난해 집행부 발의로 개정했으면 됐을 문제를 '의원 발의'라며 발뺌하고, 느닷없이 기본조례라는 부실한 조례를 들고나오는 등 경기도교육청이 좌충우돌하는 사이 꿈의학교 관련 조례는 3월 회기에도 상정되지 못할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꿈의학교는 속절없이 4월 이후로 미뤄지게 된다.

이미 경기도의회는 200억 원에 가까운 꿈의학교 관련 예산을 통과시켜줬다. 진행 도중 조례개정을 통해 이룸학교로 이름을 바꿀 길까지 열어줬다. 경기도교육청은 지금이라도 꿈의학교를 시작하면 된다. 그런데도 기존 조례를 무시하고 엉뚱한 기본조례를 통한 규칙으로 사업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그사이 지난 13년 동안 지역에서 자리 잡은 마을교육공동체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9일 오전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학력평가 자료 유출 관련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2023.3.9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9일 오전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학력평가 자료 유출 관련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2023.3.9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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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광민 기자는 현직 변호사로 경기도의회 의원(부천5, 교육행정위원회)으로 활동 중입니다.


태그:#꿈의학교, #이룸학교, #경기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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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사람사이 대표 변호사다. 민변 부천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경기도 의회 의원(부천5, 교육행정위원회)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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