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이뤘지만 11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겠다는 2차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 아무리 상대 팀 우즈베키스탄이 다섯 명의 수비수들을 배치하고 탄탄한 수비벽을 쌓았다고 하지만 120분 게임을 뛰면서 겨우 2개의 유효슛(우즈베키스탄은 9개) 기록만 남긴 것만으로도 우리 공격은 너무나 초라한 수준이었다. 이 수준이라면 두 달 뒤 인도네시아에서 개막하는 월드컵에 그냥 다녀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김은중 감독이 이끌고 있는 20세 이하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15일 오후 11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있는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U20 아시안컵 4강 우즈베키스탄과의 게임을 연장전까지 득점 없이 비기고 이어진 PSO(승부차기)에서 1-3으로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김준홍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 덕분에
 
 3월 15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U20 아시안컵 준결승 축구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샤흐조드 아크라모프가 득점을 시도하는 걸 김준홍 골키퍼가 막고 있다.

3월 15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U20 아시안컵 준결승 축구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샤흐조드 아크라모프가 득점을 시도하는 걸 김준홍 골키퍼가 막고 있다. ⓒ AP Photo/ 연합뉴스

 
우리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올라가기 직전에 먼저 끝난 첫 번째 준결승에서 이라크가 일본을 승부차기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어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상할 정도로 공격 해법을 찾지 못했다. 60분까지 키다리 골잡이 이영준이 먼저 뛰다가 차세대 유망주 골잡이 성진영으로 교체됐지만 우리 선수들은 우즈베키스탄의 5백 라인을 좀처럼 흔들어놓지 못했다. 

10개의 슛 기록 중 겨우 두 개만 상대 팀 골문 안쪽으로 날아가는 기록을 남긴 것이다. 우리 팀 주요 공격 지표가 이런 수준일 때 우즈베키스탄은 120분 동안 27개의 슛 기록과 그중에서 10개의 유효슛 기록을 찍어냈다. 단순 비교로도 홈 팀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간 게임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개최국 우즈베키스탄은 게임 시작 후 18분 만에 에이스 콜도르호노프가 왼쪽 다리 근육 부상을 당해 물러나면서 비상이 걸렸지만 왼쪽 날개 공격수 파이줄라에프를 역습 중심에 두고 우리 골문을 줄기차게 위협한 것이다. 정규 시간 90분간은 오른쪽 풀백 조영광이, 연장전으로 접어들어서는 이준재가 바로 그 자리에서 파이줄라에프를 수비했지만 몇 차례 집중 마크를 뚫고 전개하는 드리블과 스루패스, 크로스 수준은 앞으로 만나는 U23 대표팀과 A 대표팀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3월 15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U20 아시안컵 준결승 축구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셰르조드 에사노프(가운데)가 공을 차는 것을 한국의 김지수가 막아내고 있다.

3월 15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U20 아시안컵 준결승 축구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셰르조드 에사노프(가운데)가 공을 차는 것을 한국의 김지수가 막아내고 있다. ⓒ AP Photo/연합뉴스

 
연장전에 접어들어서는 우즈베키스탄이 승부차기까지 가고 싶지 않은 것처럼 극장 결승골 기회를 여러 번 만들어냈다. 111분, 파이줄라에프의 왼 측면 얼리 크로스가 우리 수비수들의 오프 사이드 함정을 보기좋게 허물었고 그 사이로 아크라모프가 기막히게 빠져들어간 것이다. 여기서 아크라모프가 가슴 트래핑으로 처리한 공을 왼발 밀어넣기로 끝낼 타이밍이었지만 우리 골키퍼 김준홍이 과감하게 달려나와 이 절체절명의 순간을 밀어냈다.

연장전도 다 끝나가는 120분에 김준홍 골키퍼의 더 놀라운 슈퍼 세이브가 이어졌다. 이번에도 왼 측면에서 파이줄라에프의 키패스가 반원 부근의 위험 지역으로 이어졌고 에사노프가 회심의 오른발 슛으로 끝내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김준홍 골키퍼는 믿기 힘든 순발력으로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그 공을 아슬아슬하게 쳐냈다.

그가 아니었다면 우리 선수들이 월드컵 티켓을 쥐고 이런 값진 경험을 해 보지도 못했을 듯하다. 곧바로 이어진 PSO(승부차기)에서 우리 키커들 넷 중 박창우만 오른발 슛을 시원하게 꽂아넣었을 뿐, 나머지 셋은 우즈베키스탄의 키다리 골키퍼 보이무도로프의 기세에 눌려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우리가 이렇게 막히는 사이에 우즈베키스탄의 세 키커(파이줄라에프, 마크하마드요노프, 압디라흐마토프)는 한 개의 실수도 없이 멋진 골들을 넣어 최종 점수판을 '우즈베키스탄 3-1 한국'으로 찍어냈다.

이렇게 승부차기로 결승에 오른 우즈베키스탄은 오는 18일(한국 시각) 오후 11시 같은 장소에서 일본을 승부차기(5-3)로 물리치고 올라온 이라크를 만나게 된다.

2023 U20 아시안컵 4강 결과
(3월 15일 오후 11시,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 타슈켄트)

한국 0-0(연장전 후 PSO 1-3) 우즈베키스탄

한국 선수들(4-2-3-1 포메이션)
FW : 이영준(60분↔성진영)
AMF : 배준호(53분↔박창우), 김희승(46분↔강성진), 박현빈(91분↔문승민), 김용학(106분↔이준상)
DMF : 강상윤
DF : 황인택, 김지수, 최석현, 조영광(91분↔이준재)
GK : 김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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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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