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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에서는 저 멀리 잔도와 울렁다리가 보인다. 원주시는 이곳을 소금산그랜드밸리라 명칭을 바꾸며 수많은 관광시설을 추가하고 있다.
▲ 출렁다리에서 바라보는 울렁다리 출렁다리에서는 저 멀리 잔도와 울렁다리가 보인다. 원주시는 이곳을 소금산그랜드밸리라 명칭을 바꾸며 수많은 관광시설을 추가하고 있다.
ⓒ 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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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구역 ᄆᆞᆯ을 ᄀᆞ라 흑슈로 도라드니,
셤강은 어듸메오 티악이 여긔로다.
- <관동별곡> 송강 정철


우리가 강원도 하면 먼저 뇌리를 스쳐가는 고장이 두루 있을 것이다. 우선 푸른 솔밭과 끝없는 지평선의 해안가가 있는 강릉과 국민 명산 설악산이 있는 속초, 호반의 도시 춘천, 서핑으로 핫해진 양양까지 누구나 알 만한 도시가 전역에 걸쳐 퍼져 있다.

그뿐인가? 화려하진 않지만 담백하고 소박한 강원도의 음식은 이제 서울에서도 심상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전개될 강원도의 첫 출발지는 다름 아닌 원주다. 도청이 있는 춘천과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강릉을 제외하고 원주로 먼저 향한 이유가 있다.
 
원주에 자리한 흥원창터는 섬강과 남한강의 합류지점에 위치해 있다.
▲ 원주 남한강변에 자리한 흥원창터 원주에 자리한 흥원창터는 섬강과 남한강의 합류지점에 위치해 있다.
ⓒ 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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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수많은 고장 중 경기도와 가장 흡사하고 <경기별곡> 시리즈의 연속성을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도로와 철도가 발전되기 전에는 대부분 수운을 통해 물건이 운반되었고, 상인들의 물자교류가 활발하게 일어났었다.

당시 한양에서 강원도로 향하는 수운은 크게 두 가지 루트가 있었는데 두물머리를 기준으로 하나는 북한강을 따라 올라가 춘천으로 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주를 지나 충주를 거쳐 삼남지방으로 향하는 길이다. 

그중 북한강은 물살이 다소 험하기 때문에 번창했던 삼남지방의 조운을 받아들이기 수월했던 남한강을 따라 수많은 나루터가 들어섰다. 게다가 섬강과 남한강이 합류하는 합수머리에는 세곡을 보관했던 흥원창이 있었다.

그때를 떠올려보면 한양에서 가장 가까운 강원도의 첫 동네는 아마도 원주가 되지 않을까 싶다. 현재도 강원도에서 가장 인구가 증가했고, 유일한 백화점이 있으며 혁신도시, 기업도시가 연이어 들어서는 이유가 그런 맥락이지 않을까?

원주는 강원도에서 가장 도회지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강원감영이 자리했고, <택리지>에서는 두메(산)가 가까워 난리가 나면 숨어 피하기가 쉽고 서울과 가까워서 세상이 평안하면 벼슬길에 나아가기 쉽다. 그래서 한양 사대부들이 이곳에 살기를 좋아한다고 평할 정도로 예로부터 살기 좋은 강원도의 고을로 손꼽혔다. 

원주는 통일신라 때부터 5소경의 하나인 북원경이었고, 고려 태조 23(940)년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으니 지명의 역사만 따져도 1000년이 훌쩍 넘는다. 국토의 중앙부에 위치한 덕분에 현재는 사통팔달로 고속도로가 뚫려있으니 전국 어디든지 손쉽게 닿을 수 있다.
 
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 출렁다리는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명소다. 국내 최장의 출렁다리로 유명하다.
▲ 출렁다리 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 출렁다리는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명소다. 국내 최장의 출렁다리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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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의 지형을 살펴보면 강원도에 속해있는 고장답게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이며 동쪽에는 웅장한 치악산이 서쪽과 남쪽에는 섬강과 남한강이 아늑하게 감싸고 있다. 현재 운송수단으로써 수운의 역할은 수명을 다했지만 시인묵객의 수많은 발자취가 남아있는 섬강의 자연은 여전히 아름답다.

원주의 첫 발걸음은 간현관광지로 잘 알려진 소금산 그랜드밸리에서 시작된다. 섬강은 송강정철이 <관동별곡>에서 언급했을 정도로 예로부터 명성이 자자했다. 푸른 강물과 넓은 백사장은 물론 삼산천 맑은 물에 중국의 명산 못지않은 기암, 준봉이 병풍처럼 그림자를 띄우고 있어 80년대부터 유원지로 일찍이 개발되었다.

현재는 출렁다리, 울렁 다리가 연이어 준공되어 주말이면 넓은 주차장에 차들로 가득 찰 정도로 인원이 붐벼 전국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었다. 원주시내에서 간현관광지로 가려면 문막으로 가는 넓은 평원길을 따라 중간에 섬강으로 들어가는 길로 빠져야 한다. 저 멀리 웅장한 계곡이 수려하게 펼쳐지는 곳이 바로 그곳이다. 

그전에 가는 길의 표지판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보는 사람이라면 뭔가 이 도시의 특이점을 하나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고속철도 만종역이 있는 것으로 모자라 서원주역도 고속철이 지나고 무실지구 남쪽에 원주역이 하나 더 위치한 것이다.

40만이 채 안 되는 도시의 역치고는 좀 과하게 많은 듯하다. 사실 서원주역에서 경강선과 중앙선이 갈라지는 지점이기에 강원도를 가기 위해서는 만종역으로 가야 하고, 영주, 안동으로 향하려면 원주역을 택해야 한다. 이런저런 복잡한 상황이 겹쳐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출렁다리를 지나 보이는 잔도길은 제법 아찔하다.
▲ 소금산 그랜드밸리 잔도 출렁다리를 지나 보이는 잔도길은 제법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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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간현관광지 아니 소금산그랜드밸리는 주차장이 벌써 절반이상 들어차 있었다. 입구에서 출렁다리가 위치한 소금산까지는 상업지구를 지나 섬강과 삼산천을 건너야 하는데 케이블카가 공사 중이라 다소 어수선해 보인다. 하지만 비교적 낮은 높이(343m) 임에도 작은 금강산이란 뜻의 '소금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산세가 제법 빼어나다.

굽이 치는 삼산천의 절경이 더해지니 예전 신선이 살던 곳이 바로 이런 곳이구나 여겨진다. 초입의 매표소를 지나 587개의 계단을 따라 출렁다리까지 오르는 과정은 조금 힘겹다. 그래도 계단에 남은 숫자를 표시해 주고 소모 칼로리와 건강수명이 올라가는 숫자를 보니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이 된다.
 
스카이타워에서는 울렁다리와 간현일대가 훤하게 내려다보인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 공사로 인해 파괴된 산이 흉물스럽게 보인다.
▲ 스카이타워에서 바라보는 울렁다리 스카이타워에서는 울렁다리와 간현일대가 훤하게 내려다보인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 공사로 인해 파괴된 산이 흉물스럽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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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발아래 굽이치는 물길이 보이고 어느덧 출렁다리의 입구에 도달했다. 사실 경기도에도 마장호수, 감악산, 한탄강에서 어렵지 않게 출렁다리를 볼 수 있지만 이곳은 그 길이 못지않게 전망이 압도적이다. 길이 200미터를 자랑하는 이곳에서는 저 멀리 얼마 전에 개통한 우람한 규모의 울렁 다리가 보이는데 이곳까지 데크산책로를 따라 한 번에 오갈 수 있다.

출렁다리를 지나 아직 공사가 덜 끝난 하늘정원을 넘으면 비교적 편안한 데크산책로가 나오고 이곳의 명물 중 하나인 소금잔도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밑을 바라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길이라 눈앞이 아찔해진다. 계곡을 따라 몸에 닿는 바람도 나를 밀 듯이 더욱 거세다. 이제 간현계곡 전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스카이타워를 눈앞에 마주한다. 여기서 계단을 내려가면 출렁다리의 2배인 울렁 다리다.

제법 볼 만한 곳이구나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이렇게까지 무참하게 자연을 파괴해야 할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출렁다리, 울렁다리까진 양보한다 쳐도 에스컬레이터는 너무 나간 듯싶다. 초입부터 중턱까지 공사를 위해 산을 파헤친 흔적이 볼썽사납게 드러나 있다. 자연을 편하게 즐기기 위해 자연을 파괴해야 할까? 아름다움에 감탄하다가도 한구석이 허전하다. 

덧붙이는 글 | 경기별곡 시리즈 1, 2권은 전국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 절찬리 판매중입니다. 3권도 곧 출판 예정입니다. 기고, 강연 ugzm@naver.com


태그:#강원도 , #강원여행, #원주, #경기별곡, #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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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현재 각종 여행 유명팟케스트와 한국관광공사 등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 경기별곡 1편> <멀고도 가까운 경기도 : 경기별곡2편>, 경기별곡 3편 저자. kbs, mbc, ebs 등 출연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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