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3.16 10:09최종 업데이트 23.03.1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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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검증대상] "주69시간제, 20·30대 청년층은 좋아한다" 성일종 의원 발언 

윤석열 정부가 주 52시간으로 제한된 근로시간을 최대 69시간까지 허용하는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20·30대 청년층의 선호를 앞세웠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 3월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 부분(근로시간제도 개편)에 대해서는 제가 볼 때는 2030과 관련된 청년층 같은 경우도 다들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도 6일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요즘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부회장 나와라, 회장 나와라, 성과급이 무슨 근거로 이렇게 됐냐' (말할 정도로)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며 "적극적인 권리 의식이 법을 실효성 있게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작 'MZ노조'로 알려진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아래 '새로고침')는 9일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에는 근로조건 최저기준을 상향해온 국제사회의 노력과 역사적 발전을 역행 내지 퇴행하는 요소가 있다"면서 반대 입장을 냈다.

이에 윤 대통령도 14일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면서 재검토를 지시했다(관련 기사 : MZ세대 비판 여론에 윤 대통령, '주69시간 노동' 재검토 지시 https://omn.kr/232po ).

과연 국민의힘 주장대로 20·30대가 '주69시간제'를 포함한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찬성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검증내용] 20·30대도 '주69시간제' 반대 우세... "전경련, 유도형 질문" 지적도

먼저 <오마이뉴스>는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에게 20·30대 청년층이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좋아한다고 말한 근거를 확인했다. 성일종 의원실은 15일 오전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성 의원은) 전경련 조사 결과를 보고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아래 전경련)은 3월 5일 "2030세대, 현 정부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에 '긍정적' 82.0% 평가"라고 발표했고, 주요 언론도 이를 인용 보도했다.

전경련이 지난 2월 8일부터 16일까지 여론조사업체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20·30대 정규직 임금 근로자 702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조사를 했더니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에 긍정적인 응답이 82.0%('매우 긍정적' 16.5%, 긍정적 65.6%)였고, 부정적 응답은 18%(부정적 13.7%, 매우 부정적 4.3%)였다고 밝혔다(95% 신뢰수준에서 최대 허용 표본오차 ± 3.70%p, 전경련 홈페이지 참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지난 3월 5일 2030 노동자 대상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2030세대, 현 정부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에 ‘긍정적’ 82.0% 평가”라고 발표했다. ⓒ 전국경제인연합회

 
다만, 당시 질문 문항엔 주당 근로시간이 최대 69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내용은 빠져 있었다.

전경련은 "현재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저출산·고령화, 일하는 방식 다양화 등 사회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를 완화하고 노사의 자율적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노동시장 개혁 주요 내용'을 별표로 넣었지만 "연장근로 관리 단위기간 확대(주→월·분기·반기)(단, 단위기간에 비례하여 연장근로시간 총량 감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정훈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15일 <오마이뉴스>에 "일반인이 '연장근로 관리 단위기간'이란 말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주에서 월, 분기, 반기 단위로 확대'라고만 하면 기존 연장근로시간(주52시간) 내에서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특정 주에 근로시간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 없이 질문을 던졌기 때문에 찬성 답변을 유도하려는 전형적인 유도형 질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한노사연) 소장도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현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 내용을 잘 모른 상태에서 질문지에 나와 있는 내용만 보고 대답했을 것"이라면서 "그동안 윤석열 정부에서 20·30대 청년들에게 좋은 제도인 것처럼 포장했지만, 이해관계가 민감한 MZ세대가 그 실상을 알게 되면 더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주69시간' 포함하니, 20·30대 60% 이상 반대

실제 정부의 근로시간제도 개편으로 주당 근로시간이 최대 69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내용을 질문에 포함시킨 다른 여론조사에선 60대 이상을 제외하고 20·30대를 포함한 대부분 연령대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경향신문>이 지난해 12월 30~31일 여론조사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연장근로시간 단위 확대'에 대한 '반대' 55.7%, '찬성' 40.0%(모름/무응답 4.3%)으로 반대가 15%p 이상 높았다. 연령별로는 20대(18~29세)의 '반대'가 68.6%(찬성 30.1%)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고, 30대도 '반대' 60.9%, '찬성' 31.7%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경향신문 '2023년 신년 여론 조사'에서는 ‘연장근로시간 단위 확대’에 대한 ‘반대’가 55.7%, ‘찬성’이 40.0%(모름/무응답 4.3%)였다. 연령별로는 20대(18~29세)의 ‘반대’가 68.6%(찬성 30.1%)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고, 30대도 ‘반대’ 60.9%, ‘찬성’ 31.7%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 경향신문

당시 문항은 "정부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주 단위가 아닌 연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렇게 되면 전체 근로시간은 동일하지만 현재 주 52시간에서 최장 주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됩니다"였고, 답변은 '노동시간 단축 추세에 역행하고 노동자의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어 반대'와 '일할 때 몰아서 일하고 쉴 때 몰아서 쉴 수 있어 찬성' 가운데 선택하게 했다.

이에 앞서 <스트레이트뉴스>도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17~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ARS 여론조사에서 현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에 대해 '반대'가 55.3%, '찬성'이 41.1%(잘 모름 3.6%)였다. 20대(18~29세)는 '반대' 64.0%-'찬성' 32%로 반대가 2배 많았고. 30대도 '반대' 66.1%('찬성' 33.3%)로 40대와 더불어 반대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당시 질문 문항에도 "최근 윤석열 정부는 주당 52시간으로 제한된 근로시간을 최대 69시간까지 허용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반면 질문 문항에 '주69시간'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설문조사에선 '찬성'이 더 우세한 경우도 있었다. 다만, 20대나 30대에서는 여전히 '반대'가 좀 더 우세했다.

<문화일보>가 지난 1월 17~18일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성인 1008명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현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에 대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적절한 정책"이라는 '찬성' 응답이 51.4%, "삶의 질의 떨어뜨리는 부적절한 정책"이라는 '반대' 응답 42.4%였다(모름/무응답 6.2%).

당시 문항은 "귀하께서는 주52시간제 근로시간을 월 또는 연 단위로 관리하고, 업종별로 추가 근로를 허용하는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였다.

하지만 20대는 오히려 '반대' 응답이 56.8%로 40대(59.9%) 다음으로 높았고, '찬성'은 34.8%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다. 다만 30대는 '찬성' 51.2%, '반대' 44.5%로 찬성이 더 우세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뉴스토마토>가 지난해 6월 28일~29일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주69시간' 언급을 빼고 "선생님께서는 주52시간 근무제를 월 단위로 개편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했지만, '반대' 45.7%, '찬성' 37.9%(잘 모름 16.3%)로 반대가 더 많았다. 20대는 '반대' 42.8%-'찬성' 42.2%로 오차범위 이내였지만 30대는 '반대' 51.0%-'찬성' 37.6%로 반대가 더 우세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MZ노조 "장기휴가 현실성 없어, 노동시간만 늘어날 것"
 

민주노총 청년 활동가들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근로시간 기록·관리 우수 사업장 노사 간담회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를 향해 주69시간제 폐기를 촉구하며 기습시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른바 'MZ세대 노조'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에 비판적이었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14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대기업 생산직을 중심으로 잔업하고 특근까지 해서 연봉을 높게 만드는 방식으로 일했지만, 지금 청년은 오히려 출퇴근 시간이나 내가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 선택하려는 욕구가 더 늘었다"면서 "(정부가) 노동시간을 더 확장하는 방식으로 하면서 청년들이 동의한다고 말하는 것은 좀 무리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근로시간 계좌 저축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노동조합이 있거나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같이 규모가 큰 사업장에서나 가능하지 규모가 작거나 협의체나 노동조합이 조직돼 있지 않은 곳에서는 청년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새로고침'에 소속된 A기업의 노조위원장도 15일 'MZ세대의 권리의식이 뛰어나다'는 이정식 장관 발언에 대해 "지금 기업에 여유 인력이 없는 상황이라 내가 휴가를 가면 다른 누군가 그 일을 해야 하고 다른 직원이나 팀원 일이 더 가중되는데 그게 과연 가능하겠나"라고 반박했다.

2030 청년 60%가 "연장근로를 엄격하게 규제하면 안 된다"고 응답했다는 전경련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그는 "지금 주40시간으로 줄어든 근로시간을 주52시간으로 최대한 연장하는 게 지금 방식이고, (현 정부는) 그걸 69시간까지 늘린다는 것이어서 전제조건(엄격 규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면서 "복합적으로 판단해서 봐야하는 것을, 필요한 부분만 뽑아 얘기해서는 판단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새로고침' 소속인 또 다른 B기업 노조위원장도 "노동자는 당장 있는 연차도 다 소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사무직의 경우가 더 그렇다. 사무직은 연봉 변동 없이 근무시간만 더 확대될 가능성이 열렸다"면서 "장기간 휴가 좋지만 과연 실제적으로 이뤄질 것이냐, 결과적으로 근로시간 확대 가능성과 그런 부담만 늘어난 것 아닌가"라고 따졌다.

박용철 소장은 "정부 개편안은 MZ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 어느 세대, 어느 노동자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릴 수 있는 불리한 제도"라면서 "MZ세대는 연장근로수당도 칼 같이 따져서 받으려는 성향이 강한데, (제도 개편하면) 주40시간 이상 일해도 연장근로수당이 없을 수 있고 휴가도 쓰기 어려워 당연히 싫어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정훈 국장도 "정부가 자율적이고 자기 선택권을 중시하는 MZ세대 성향을 활용해서 (청년이 원하는 정책이라는 프레임으로 지지율 확보와 아울러)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법안에 찬성하는 세력으로 만들려던 건데, 노동시간이 특정 주에 늘어난다든지, 노사간 협의해야 하는데 합의가 어려운 제도의 본질이 알려지면서 반대에 부딪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증결과] "MZ세대는 '주69시간제' 좋아한다" 성일종 주장은 '대체로 거짓'

성일종 의원은 전경련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30대 청년층이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경련 조사에서는 제도 개편으로 근로시간이 주69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내용이 빠져 있었다. 반면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여론조사에서는 20·30대도 '반대' 의견이 더 우세했고 'MZ세대 노조'에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성 의원 주장은 20·30대도 '주69시간' 근로시간 확대에는 부정적이라는 중대한 사실을 누락해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한다.

"주 69시간 근로시간제도 개편, 2030 청년층은 좋아한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대체로 거짓
  • 주장일
    2023.03.08
  • 출처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출처링크
  • 근거자료
    전경련, '20~30대 임금근로자 대상 근로시간 인식 조사'(2023.3.5)자료링크 경향신문, '노동시간 연장에 “시대 역행”…50대 이하 60% 이상이 ‘반대’'(2023.1.1)자료링크 스트레이트뉴스, '[여론조사] 노동시간 주 69시간 확대 '반대 55% vs 찬성 41%'(2022.12.21)자료링크 문화일보, “노동시간 유연화 적절한 정책” 51.4% > “부적절”42.4%(2023.1.19.)자료링크 뉴스토마토, (정기여론조사)⑤국민 절반가량 "주 52시간제 개편 반대"(2022.7.1)자료링크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에 관한 의견문'(2023.3.9)자료링크 이정훈 민주노총 정책국장,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3.3.15)자료링크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3.3.15)자료링크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3.3.14)자료링크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소속 A기업 노조 위원장,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3.3.15)자료링크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소속 B기업 노조 위원장,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3.3.15)자료링크 고용노동부,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 발표(2023.3.6)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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