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종교문제를 다루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신도가 교주를 맹신하는 사례가 많은 사이비를 다룰 땐 더욱 그렇다.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보도에 압력을 가하고 급기야는 기자며 피디에게 위협을 가하는 사례도 적잖다. 보도를 전후하여 사이비 신도들이 언론사를 찾아 세를 과시하고 기자를 압박한 사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연출한 조성현 PD도 그 같은 어려움을 수차례 겪었다. 미행은 물론 협박도 있었다고 했다. 이것이야말로 사이비가 미치는 선명한 폐해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언론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일 것이다.
 
JMS와 오대양 사건을 연거푸 다룬 <나는 신이다>의 세 번째 관심은 김기순의 '아가동산'에 머무른다. 기독교 교리를 교묘하게 바꾸어 자기가 곧 아가이며, 아가가 곧 예수가 되는 이 종교의 참담함이 다큐 가운데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다큐는 아가동산이 신도의 삶을 핍박하고, 그 노동을 갈취하며, 급기야 생까지 앗아갔다고 말한다. 선명하고 명징한 비판이다.
 
나는 신이다 포스터

▲ 나는 신이다 포스터 ⓒ 넷플릭스

 
JMS 넘으니 아가동산, 두 번째 방영금지 가처분
 
그러나 <나는 신이다> 5, 6번째 에피소드를 시청자가 계속 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교주 김기순과 현 아가동산 대표 등이 낸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 때문이다. 언론은 이들이 만약 방송을 지속할 경우 하루에 1000만 원 씩 보상금을 요구하기까지 했다고 전한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이나 보상금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다큐의 흥행엔 타격이 있을 밖에 없다. 다큐 공개 직전 JMS가 낸 가처분 신청에서 겨우 기각결정을 받은 제작진은 또 한 번 법원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세상이 어느 땐데 가처분이 받아들여지겠어? 그렇게 안심하는 건 안이한 태도다. 아가동산의 언론보도 저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1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아가동산의 실체를 파헤친 방송을 준비했다가 방영 직전 좌절을 겪었다. 법원은 "김기순의 살해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된 사정 등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아가동산의 손을 들어주었다. <경향신문>과 연합뉴스도 아가동산을 다룬 기사를 냈다가 항의에 몰려 삭제를 하는 촌극을 빚었다.
  
나는 신이다 스틸컷

▲ 나는 신이다 스틸컷 ⓒ 넷플릭스

 
그들이 방송을 막는 이유
 
아가동산은 어째서 방송을 막으려 할까. 답은 다큐 안에 들어 있다. 아가동산이 어떻게 운영되며 어떤 일들을 자행했는지를 조성현 PD와 제작진이 탈퇴자와 당시 수사검사 등의 인터뷰를 빌어 재구성한 것이다.
 
아가동산의 탄생은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기순은 이교부 목사가 이끌던 교회의 열렬한 신도였다. 이 교회도 통상의 것과는 제법 달랐던지, 목사와 교인들이 함께 옷을 벗고 나체로 춤을 추는 일명 '나체댄스'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이로부터 폭행사건까지 빚어지며 이교부씨는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되기에 이른다.
 
목사의 구속으로 교회는 무주공산이 됐다. 이 교회의 열성 신도였던 김기순이 교회 신도들과 함께 떨어져 나온 것도 그 이후였다. 그녀는 1982년 경기도 이천에 아가농장을 설립한 뒤 신도들과 공동생활을 시작한다. 최대 400여 명에 이르는 신도들이 이 농장에서 엄격한 규칙에 따라 집단생활을 했다고 한다. 남편과 아내를 따로 거하게 하는 등 기존의 인관관계를 해체한 것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신도들은 쉴 새 없이 일한다. 농장 안팎에서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했다는 증언이 다큐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렇게 번 돈이 고스란히 종교로 들어갔다. 단 6년 만에 농장은 30배가 훌쩍 넘는 규모로 확장됐다. 아가동산은 농장을 넘어 여러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나는 신이다 스틸컷

▲ 나는 신이다 스틸컷 ⓒ 넷플릭스

 
아가농장에서 발생한 석연치 않은 죽음들
 
다큐는 아가동산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에 초점을 맞춘다. 다큐의 시작과 함께 카메라 앞에 한 여성이 자리한다. 그녀는 자신이 최낙귀라는 아이의 엄마라며, 제 손으로 제 뺨을 수차례 가격한다. 다큐는 시청자를 최낙귀 사망사건으로 데려간다.
 
최낙귀군은 나이 일곱에 죽었다. 돼지우리에서 수차례 몰매를 맞다 죽었다고 했다. 1987년 8월이었다. 아가동산의 절대자 김기순의 지시였다고 했다. '낙귀는 귀신 들린 자여서 귀신을 쫓아야 한다'며 신도들이 최군을 발가벗겨 손발을 묶었다. 온몸에 돼지 똥을 바르고 돼지우리에 가둔 뒤 식사도, 물도 주지 않았다. 엄마와 이모가 이 종교에 몸담고 있었으나 다른 이들보다 늦게 들어간 탓에 힘이 없었다고 했다. 엄마는 매일같이 일하느라 사정을 잘 알 수도 없었다. 이모는 폭행에 가담하기까지 했다.
 
아가동산에서 죽은 건 최군만이 아니다. 스물하나 꽃다운 나이였던 강미경씨 또한 이곳에서 사망했다. 교주 김기순의 장남이 그녀에게 품은 연정이 독이 되었다. 1988년 11월 20일, 김기순의 지시를 받은 신도들이 강씨를 아가동산의 한 창고로 끌고 갔다. 최낙귀군을 최씨의 이모가 먼저 때려야 했듯이, 강씨를 먼저 때린 것도 강씨의 부모였다. 이후 부모가 지켜보는 앞에서 각목찜질이 자행됐다. 강씨는 결국 의식을 잃고 마침내 사망했다.
 
여덟 살 어린 아이와 갓 스물을 넘긴 여성을 때려죽어도 누구 하나 대항하지 못할 만큼 분위기는 삼엄했다. 신도들은 종일토록 일을 했고 그렇게 벌어들인 돈을 교단 공동재산으로 귀속시켰다. 1982년 설립된 신나라레코드는 그 정점이라 할 만하다. 신촌, 홍대, 강남 등 번화가에 매장을 두고 음반판매로 큰 수익을 올렸다. 아이돌 산업의 성장과 함께 크게 성공한 신나라레코드는 여전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성업 중이다.
 
나는 신이다 스틸컷

▲ 나는 신이다 스틸컷 ⓒ 넷플릭스

 
법의 실패를 일깨우는 다큐
 
<나는 신이다>가 두 편의 에피소드로 풀어낸 아가동산 이야기가 위와 같다. 다큐는 JMS와 오대양 편을 통해 보여준 것과 같은 방식으로 아가동산의 실체에 다가선다. 최낙귀군의 어머니를 비롯해 아가동산 탈퇴자들, 당시 담당 검사 등의 증언이 가교가 된다. 당시 사건을 다룬 보도도 알차게 편집하여 40여 년 가까이 흐른 사건을 생생하게 재구성한다.
 
다큐의 마지막은 어딘지 답답한 인상을 남긴다. 김기순의 신도살해 혐의는 끝내 무혐의로 끝맺음된다. 장기간의 수사에도 검찰이 유해 발굴에 연달아 실패하며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게 컸다. 최낙귀군의 모친 또한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여 낙귀군이 폭행이 아닌 선천성 심장병으로 사망했다고 증언한다. 법원은 아가동산을 사이비 종교로 규정하지 않았으며 신도 살인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다큐는 김기순이 56억 원의 벌금을 현금으로 납부하고 자유를 되찾았다는 자막과 함께 이번 편을 마친다.
 
JMS부터 오대양 사건, 아가동산에 이르기까지 <나는 신이다>가 지목하는 종교와 사건들의 뒷맛이 꽤나 씁쓸하다. 교주들이 법정에서 법의 심판을 받지만 어느 하나 좌중을 납득시킬 만큼의 형량이 되지 못한다. 그 결과 정명석은 감옥에서 나온 뒤에도 이전과 같은, 어쩌면 이전보다 더 악랄한 성착취 행각을 이어갔다. 유병언과 김기순은 다큐가 제기한 결정적 의혹에 대하여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다. 그저 탈세 등의 혐의만 인정돼 벌금을 납부한 뒤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다큐를 보고 난 뒤 관객들은 정부와 제도가 사이비와 그들의 범죄행위에 무력하다는 사실만을 깨닫는다. 심지어는 언론조차 이들의 잘못을 제대로 지적하지 못한다. 그야말로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는 지금 이 시기에도 <나는 신이다>를 향해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그들의 모습은 누가 법에 더 가까운가를 생생히 일깨운다. 이 순간 건강한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법의 실패를 일깨우는 이 다큐를 보고서 잊혀져가는 진실을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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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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