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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대구 달성경찰서 경찰들이 이주민교회 예배당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9명을 단속한 사건이 발생해 논란을 빚고 있다.

달성경찰서는 "예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양해를 구하고 진입했다"고 주장하나, 해당 교회에서는 "예배 설교 도중에 정복 경찰관들이 들어와 교우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며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경찰 "진입 허락 받고 들어가" vs. 교회 "예배 중 들어와"
 

이 교회는 대구 달성군 논공의 상가건물 3층에 있고 주로 필리핀 국적 이주노동자들이 모이는 교회다. 대구 달성경찰서 112 상황실장이 15일 기자에게 설명한 바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2일(일) 오전 10시 49분경 '위조 여권 소지자가 있다'는 신고받고 매뉴얼에 따라 해당 이주민교회로 출동했다.

경찰들은 교회 관계자에게 예배가 끝나는 시각을 물었고 '12시 40분경'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이에 밖에서 대기하며 기다렸고, 혹시나 단속 과정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할까 우려해 119 소방대도 불러 안전사고에 대비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12시 40분이 넘어도 예배가 끝나지 않자, 다시 교회 관계자에게 예배 끝나는 시각을 물었고 17시에 끝난다는 말을 들었다고 경찰 측은 주장했다. 이에 마냥 기다릴 수 없어 교회 관계자를 통해 담임 목사에게 진입해도 되는지 물었고, 허락해서 13시 17분에 교회에 들어가 단속했다는 입장이다. 

예배에 참석한 외국인 신도들을 조사한 결과, 신고 내용과 달리 신도 중에 '위조 여권' 소지자는 한 명도 없었다. 다만 체류 기간이 만료된 필리핀 국적 이주노동자 9명이 있어 그들을 체포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인계했다.

반면, 해당 교회 측의 설명은 달성경찰서 설명과 사뭇 다르다. 교회 관계자는 "11시 30~40분경 처음 도착한 5~6명의 정복 경찰관이 예배 중에 들어와 기도하는 신도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미등록이 확인된 세 명을 따로 격리"하는 조치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교회 측은 신자가 예배 도중 체포되는 상황이라 담임 목사는 그대로 예배를 진행하기 어려워 설교를 짧게 끝내고 기도회로 전환해 다 같이 기도했다고 주장한다. 그러자 경찰들이 통로 쪽으로 빠져나가 약 20분 기다렸고, 그러다 "내부를 지켜보겠다"며 들어와 다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고 체류 자격이 없는 신자들을 수갑 채워 끌고 갔다고 말한다. 

이처럼 양측 주장이 크게 엇갈리는 중이라 더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구 기독교계 "전례 없는 종교 자유 침해"

대구달성경찰서 112 상황실장은 "현장 직원들이 출동한 뒤 약 2시간 30분을 기다렸다. 시간이 너무 많이 지연돼서 교회 관계자에게 동의를 받고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절차적으로 문제는 없다"면서도 "불법체류자 단속은 출입국사무소 소관이지만 우리(경찰)도 신고가 들어오면 확인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종교 자유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도 교회라서 조심스레 접근했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로서는 매뉴얼에 따라 출동해 확인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 주장처럼 예배 도중에 진입한 게 확인이 되면 보고자는 허위 보고로 징계받을 수 있다"며 예배 도중이 아닌 13시 17분 진입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 사건에 대해 대구기독교교회협(아래 대구 NCC), 대구경북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아래, 대경목정평) 등은 "군부독재 시절에도 없던 종교 탄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는 중이다.

대구NCC 인권위원회, 대경목정평 소속 목사와 신부 네 명은 13일 해당 경찰서를 항의 방문해 서장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서장은 "등록증 위조 등의 범죄 신고를 받고 절차에 따라 예배가 끝날 때까지 대기하다가 동의받고 진입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대구NCC 박성민 총무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예배 중이었는지 예배가 끝난 뒤였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이 예배당에 들어와 신자들을 수갑 채워 체포하는 건 전례 없는 종교 자유 침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구NCC, 대경목정평 등 제 단체들과 함께 대구달성경찰서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할 계획"이라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대구 달성경찰서, #이주노동자, #출입국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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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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