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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는 15일 대형 SUV 전기차 EV9을 공개했다.
 기아는 15일 대형 SUV 전기차 EV9을 공개했다.
ⓒ 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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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건물. 외부에서 보기엔 지극히 평범한 건물이었다. 기자가 건물 입구에 도착하자, 검은 양복의 보안 요원이 맞았다. 그의 안내에 따라 묵직한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휴대폰을 비롯해 노트북, 스마트시계 등 모든 전자장비를 내놓아야 했다. 이어 보안서약서에 사인을 한 뒤에야 다음 장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발길을 돌렸고, 기자 앞에는거대한 검은색 베일을 뒤집어 쓴 자동차 2대를 볼수 있었다. 그리고 기다렸다.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기아 대형 SUV 전기차 이브9(EV9)을 보기 위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한달 후 글로벌 런칭에 앞서 국내 기자들에게 먼저 디자인을 공유하고, 설명하는 자리"라고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절대 보안'을 되풀이했다. 

최근 몇년새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는 현대차와 기아다. 현대 아이오닉5,  6 시리즈와 기아의 EV6 등은 이미 국내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전문가 뿐 아니라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적어도 전기차 분야에서 미국 테슬라와 함께 현대기아차는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가 새로운 전기차를 내놓을때마다, 글로벌 경쟁업체들의 관심도 매우 뜨겁다. 아이오닉 시리즈부터 EV6에 이르기까지…

카림 기아 부사장이 말하는 디자인 철학
 
기아 디자인을 이끌고 있는 카림 부사장. 그는 기아 디자인 철학을 ‘오포짓트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 '로 정의하고,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에 맞춘 디자인을 EV9에 적용했다고 말했다.
 기아 디자인을 이끌고 있는 카림 부사장. 그는 기아 디자인 철학을 ‘오포짓트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 '로 정의하고,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에 맞춘 디자인을 EV9에 적용했다고 말했다.
ⓒ 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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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9는 기아가 내놓는 대형 플래그십 전기 SUV다. 이미 지난 2021년 LA오토쇼에서 EV9 콘셉트 차량이 공개됐고,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당시 시장 관계자들은 "이대로 양산 모델이 나온다면 대박날 것"이라고 했다. 콘셉트카 디자인이 양산모델에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는 자동차 시장에선 일종의 법칙이나 다름없다.

기자 앞에 놓여있던 EV9이 베일을 벗었을때, 순간 멈칫했다. '이 차가 양산모델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조용히 발길을 옮겨 차앞뒤를 서성였다. 회사 관계자는 "한달 후 공개될 양산차와 거의 같다고 보면된다"고 했다. 실제로 직접 보고, 타보고, 만져봤을때 실감났다.

이어 기아 디자인을 이끄는 카림 부사장이 나왔다. 어떻게, 또 이같은 디자인을 할수 있었을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EV9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을까. 궁금했고, 그는 솔직하게 답변했다.

그가 말하는 기아의 디자인 철학은 '오포짓트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
회사쪽은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는 전혀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가지를 조화시키는 것으로 생각했다. 
 
기아 대형 SUV 전기차 EV9의 헤드램프.
 기아 대형 SUV 전기차 EV9의 헤드램프.
ⓒ 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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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림 부사장은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합쳤을때 굉장한 아름다움을 끌어낸다"면서 "이같은 대비되는 아름다움 이야말로 풍성함을 만들고, 영감의 원천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EV9에 적용한 것이 자연과 조화되는 대담함"이라고 했다. 

왜 상반된 대비의 미를 강조했을까. 그는 "삶의 모든 것이 대비로 이뤄져있기 때문"이라며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고, 전통과 혁신, 일관성과 변화를 이야기하곤 한다"고 말했다. 항상 무언가 섞여있고, 이같은 융합을 통해서 가장 뛰어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삶이 풍성해진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EV9에 그려진 직선 디자인이 바로 기아 고유의 감성"
 
기아 대형 SUV 전기차 EV9의 뒷 모습.
 기아 대형 SUV 전기차 EV9의 뒷 모습.
ⓒ 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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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자들에게 상당한 시간을 들여가며, 기아의 디자인 철학을 설명해 나갔다. 카림 부사장은 "한국 문화의 선구자로서, 창조적인 도전가가 되어 끝을 모르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우리가 시도하는 변화를 통해 최첨단의 감각을 고객들이 느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V9은 기아의 두번째 순수 전기차 모델이다. 첫선을 보였던 EV6 디자인은 스포티하고, 다이나믹한 느낌이 강했다면, EV9은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카림 부사장은 "훨씬 더 명쾌하고 어센틱하며 박시한 SUV 느낌에 집중했다"면서 "이를 위해 고유의 직각형 디자인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EV9은 보는 곳마다 직선이 눈에 띄었다. 앞쪽부터 옆면, 뒤쪽으로 이어지는 곳곳에 과감하게 뻗은 직선을 마주했다. 카림 부사장은 "차량 본체와 창문 등과 연결된 선을 보면 다른 전기차에선 흔하게 볼수없는 라인"이라며 "기아가 그동안 추구해온 감성이었고, 한눈에 봤을때 이런 것이 바로 고유한 기아의 감성, 대비적인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아 대형 SUV 전기차 EV9의 실내 디자인.
 기아 대형 SUV 전기차 EV9의 실내 디자인.
ⓒ 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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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얼굴인 앞면에는 기아의 상징인 '타이거 노즈(그릴)'가 자리잡고 있다. 좀더 단순하고 현대적인 감성을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뒤쪽도 기아만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 있었다. 넓고 곧게 뻗은 직선과 함께 기아 고유의 다각형 디자인을 볼수 있었다. 

내부 디자인은 대형 SUV인 점을 감안해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설계됐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이-지엠피(E-GMP)의 덕택이다. 운전석의 대시보드의 스크린은 미니멀하면서도 와이드한 감성을 전달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카림 부사장은 "우리의 디자인 철학은 문화와 감성이 잔뜩 녹아있고, 활기차고 번영하는 세계로 나아가자는 것"이라며 "서울의활발하고 대비되는 활동과 감성을 EV9에 그대로 재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도전과 혁신가로서의 기아 디자이너 소명
 
지난달 17일 서울 성동구에서 EV9 디자인 사전 미디어 컨퍼런스가 열렸다.
 지난달 17일 서울 성동구에서 EV9 디자인 사전 미디어 컨퍼런스가 열렸다.
ⓒ 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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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대형 SUV 전기차 EV9 의 실내공간 활용 모습.
 기아 대형 SUV 전기차 EV9 의 실내공간 활용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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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림 부사장과 함께 이날 행사장엔 기아의 미래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디자이너들도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카림 부사장의 기조 발표에 이어 EV9의 내외장 디자인에 대해 좀더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김택균 상무는 "첫번째 작업은 대담하고 웅장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옆면에서 보면 자세가 바로서있고 박시한 SUV의 성격을 살렸고, 각 코너에는 기술적으로 강하게 꺾여있으면서 부드러운 볼륨감으로 처리했다"고 전했다. 이어 전기차의 장점인 공간성을 최대화하기 위한 디자인과 함께 앞쪽의 '타이거 페이스' 구현을 위한 램프 배치 등도 EV9에서만볼수 있는 것이었다.

이민영 팀장은 EV9 내부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운전석 중앙의 콘솔과 대시보드의 사용성, 수납공간 등 공간활용성에 특화된 장점 등을 이야기했다. 이 팀장은 "굉장히 고급스럽고 유연한 형태를 바탕으로 다양한 공간활용이 가능한 실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기아 EV9이 올해 국산 전기차의 출발선에 섰다. 뒤이어 글로벌 경쟁사들의 새 전기차 모델도 이어질 것이다. 카림 부사장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기아의 디자인 철학을 최대한 살려나가면서, 고객들에게 편안하고 기능성이 뛰어난 차량을 선보이겠다고 했다. 

EV6와 EV9 등 기아의 전기차는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그리고 변화와 혁신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것이 기아 디자이너로서 소명이라고 했다. 기아의 전기차는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기아 대형 SUV 전기차 EV9.
 기아 대형 SUV 전기차 EV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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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기아 EV9, #카림 기아 부사장,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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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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