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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환경운동연합·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 등이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에서 대표적인 녹조(유해 남세균)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2년 연속 검출됐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국제암연구소가 발암물질로 지정한 독성 물질로서 간독성, 생식 독성을 띠고 있다. 

해명 나선 환경부, 식약처... 환경단체 "국민 안전 불감증"
 
환경운동연합 등 민간단체가 낙동강, 영산강 쌀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 쌀에서 또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환경운동연합 등 민간단체가 낙동강, 영산강 쌀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 이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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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13일 KBS를 통해 "이번에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 RR은 LR보다 6배에서 10배 정도 독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면서 "해외에선 대부분 LR 기준으로 섭취 허용량을 정한다"라고 해명했다.

환경단체는 이같은 환경부, 식약처 관계자 등의 해명을 거론하며 "관계자 태도를 종합하면, 민간단체가 틀렸고 자신들은 큰 문제 없다는 식이다"라며 "우리는 이것이 단지 일부 관료만의 생각이 아니라고 본다. 국민건강과 안전에 직결된 녹조 문제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심각한 '국민 안전 불감증'이라고 본다"고 비판한다. 

마이크로시스틴에는 LR, LA, YR, RR 등 270여 종이 있다. 그중 가장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게 마이크로시스틴 LR이다. 가장 낮은 독성을 띠는 것이 RR인데, LR의 10분의 1 수준이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이지영 교수는 마이크로시스틴 LR의 독성을 청산가리(시안화칼륨)의 6600배에 이른다고 했다. 이렇게 보면 마이크로시스틴 RR의 독성은 청산가리의 660배에 해당한다. 결코 낮은 독성이 아니라는 것이 환경단체 측의 지적이다. 

환경단체는 "세계보건기구(WHO)는 마이크로시스틴 음용수 가이드 라인을 LR에서 '총 마이크로시스틴(MCs)'으로 변경했다. 미국 등에서도 MCs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라면서 "LR만 했을 때보다 모든 마이크로시스틴을 확인하는 게 국민 안전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런 흐름을 종합해 보면 '심각하지 않은 녹조 독소는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라면서 "'마이크로시스틴 RR이 검출돼 심각하지 않다'는 환경부의 태도는 무지의 극치 또는 녹조 문제의 심각성을 왜곡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라고 주장한다. 

같은 기사에서 환경부 관계자는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 등에서 제시한 생식독성에 대한 1일 허용 기준은 중국에서 나온 논문 1건을 근거로 뒀다"라면서 "실험 설계 등에 불확실성이 커서 WHO에서도 인용하지 않고 있고, 해당 국가에서도 건강 참고 기준으로만 쓰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이것도 왜곡"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 중국 연구는 2011년 처음 나온 이후 계속 연구와 검증이 진행되고 있고, WHO의 간 손상 관련 연구 내용보다 적확도 등에서 높게 평가됐다, ▲ 최근 마이크로시스틴이 동물 실험이 아닌 실제 사람 정자 수를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강찬수. 2022. "불임클리닉 찾은 남성 정액에 남세균 독소…녹조 또다른 위험" <중앙일보>. 2022.10.27.), ▲ 프랑스와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생식독성 때문에 마이크로시스틴 관련 가이드 라인을 WHO보다 강화하고 있다(최승호. 2022. "국민건강 위협하는 4대강 반지성주의" <뉴스타파> 2022.05.24.)는 점을 그 근거로 든다. 

이들 단체는 13일 기자회견에서 식약처가 의도적으로 녹조 우심 지역을 회피해 농산물을 조사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김규 농수산물안전정책과장은 <경남도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염이 심한 장소로 여겨지는 곳과 일반 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농산물을 종합적으로 수거해 검증했다"라며 "정부가 일부러 숨기려 한다고 보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14일에는 보도 해명자료에 이런 내용을 포함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식약처가 농산물 시료를 수거한 지역은 녹조 연관된 곳이 거의 없다. 이는 식약처가 밝힌 수매지역, 생산지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는 "녹조가 가장 심한 낙동강 강변 인근 지역과 4대강사업 이전부터 녹조가 창궐했던 금강, 영산강, 낙동강 하굿둑 부근을 중점에 둬야 했지만, 식약처는 그러지 않았다"라면서 "식약처의 이런 행태는 일본 방사능 농수산물을 조사하는데, 다른 나라 농산물을 조사하고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환경부와 식약처, 녹조 독소 위험 평가부터 부실"

이어 "환경부와 식약처는 녹조 독소 관련 위험 평가부터 부실했다. 거기엔 의도성도 느껴진다"라고 지적했다. 위험에 대한 기본적인 평가부터 부실하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하면 위험 진단과 위험 소통 역시 제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환경단체는 "그에 따라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우리 국민과 미래세대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우리는 민간단체가 참여해서 위험 평가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해왔다"고 말한다. 

이들 단체는 "강물 속 고농도 녹조 독소가 농산물, 수돗물 그리고 공기 중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녹조 재앙이 환경재앙을 넘어 사회재난이 되고 있다"라면서 "'강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라는 것은 선험적으로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 환경부와 식약처는 녹조 문제를 계속 왜곡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국민건강과 안전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국가의 책무를 윤석열 정부가 방기하고 있다고 본다. '이것이 나라인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들게 한다"라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녹조 문제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행태는 신뢰받을 수 없다. 정부 스스로 그렇게 만들었다"라면서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기에 민간단체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장 조사와 분석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철재 시민기자는 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마이크로시스틴,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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