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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열린 제주 들불축제 모습
 3월 10일 열린 제주 들불축제 모습
ⓒ 제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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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없는 '제주들불축제(아래 들불축제)'가 끝났다. 전국적인 산불주의보로 '불놓기' 행사가 취소되면서 반쪽짜리 행사였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들불축제는 제주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축제로 10일~12일까지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일대에서 열렸지만, '불놓기' 행사는 취소됐다(관련 기사: 제주들불축제 '불놓기' 취소... '사전준비 안일' 지적도  https://omn.kr/23119 ).

환경단체와 도민들 사이에서는 기후위기 시대에 들불축제를 중지하거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6년 만에 존폐 논란이 불거진 들불축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짚어봤다. 

들불축제, 존폐 여부 논란인 이유는?
 
제주들불축제 기간에 설치된 마을별 부스
 제주들불축제 기간에 설치된 마을별 부스
ⓒ 제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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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는 들불축제 방문객을 30만 명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언론보도에 따르면,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들불축제를 찾은 방문객은 7만9226명에 불과했다. 일별 방문객 통계를 보면 10일은 2만5277명, 11일은 5만1348명, 12일은 2601명으로 역대 최대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예상은 크게 어긋났다. 

'불놓기' 행사가 취소돼 방문객이 많이 오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닌 걸로 보인다.  

2018년 제주도의회에서 무소속 안창남 의원은 "들불축제에 39만 명이 찾았다고 하는데 대부분 각 읍·면·동에서 동원된 도민들로, 전국의 축제장에서 읍면동별로 천막을 친 곳은 들불축제밖에 없다"면서 "행사장에서 판매되는 음식들도 제주 대표음식이 아니고 전국 어디 가도 볼 수 있는 것들 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올해 축제에서도 마을별로 부스가 설치돼 음식 등을 판매했지만, 음식의 질과 양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소셜미디어상에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행사가 열렸지만, 비행기를 타고 교통 체증으로 고생하며 갈만한 축제는 아니었다'는 반응도 보였다. '불놓기를 제외한 여타 프로그램은 평범한 마을잔치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막대한 예산 투입한 '들불축제'... 경제 효과는 얼마나 될까 
 
제주시가 조성한 들불축제장 주변 주차장
 제주시가 조성한 들불축제장 주변 주차장
ⓒ 제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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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소리> 등 보도에 따르면 제주시는 2012년부터 10년 간 들불축제장 조성과 새별오름 관광자원화 개발사업에 공사 30건 이상을 진행, 여기에 투입한 금액은 100억 원에 달한다. 
  
조성된 주차장만 10곳이다. 축구장 15배 크기로 차량 3154대가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데 비해, 매년 3월 열리는 '들불축제' 기간 외에는 대부분 비어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2019년 들불축제 최종평가 보고회 자료를 보면 관광객 유인 효과는 지역민 18만4861명, 외래관광객 9만6940명으로 총 28만4804명이었다. 

소비지출 파급 효과는 지역민은 1만7280원, 관광객은 13만7640원이었다.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겠다며 투입한 예산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제주시 발표에 따르면, 들불축제에는 해마다 16억9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올해는 이태원 참사 이후 강화된 안전조치로 인해 예산이 부족하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예산을 투입한 만큼의 관광객 유인과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사실상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들불축제 존폐여부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산불 특별 대책기간인데... 시민단체들 '제주도 불놓기 축제' 우려
 
2016년에 열린 제주 들불축제 오름 불놓기 행사
 2016년에 열린 제주 들불축제 오름 불놓기 행사
ⓒ 제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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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들불축제는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에 열렸다. 그러나 강풍과 눈, 추위 등으로 오름 불놓기가 자주 연기되면서 2013년부터 3월 초로 옮겼다. 

3~4월은 봄철 산불 특별 대책기간이다. 제주에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울진과 강원, 올해는 경남 합천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 

제주 시민단체들은 국가적 재난에 해당하는 대형 산불이 발생한 시기에 고통분담을 하기는커녕 들불축제를 한다는 것에 반감을 가진 국민이 많다면서 축제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환경단체들은 기름을 뿌려 오름을 태우는 축제가 환경을 파괴하고 기후 위기시대에 역행한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일각에서는 축제를 다시 정월대보름으로 옮기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제주시 관계자는 정월대보름에서 3월로 옮겼기 때문에 다시 변경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지난 13일 도정 현안 공유 티타임에서 "제주 날씨가 화창하고, 안전한 축제 준비로 괜찮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기후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산불·폭설·폭우·한파 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나 아시아, 세계적인 분위기는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들불축제만이 아니라 모든 사안에 걸쳐 우리끼리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는 걸 계속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축제의 발전 방향을 다시 한 번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주시는 들불축제 존폐 여부에 대해 시민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물러섰다. 그러나 축제평가위원회 모집에 난항을 겪으면서 존폐 여부는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제주들불축제, #제주도, #산불, #새별오름,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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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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