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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부패인식지수가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올해 1월 31일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영국의 부패인식지수는 영국 역사상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영국의 부패인식지수 순위는 지난해 세계 11위에서 올해는 7단계나 떨어진 18위를 기록했다. 점수는 100점 만점에 73점으로 지난해 78점보다 5점이나 떨어졌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한 세계 180개 국가 중 올해 부패인식지수가 5점 이상 급격하게 하락한 국가는 영국(-5), 카타르(-5), 미얀마(-5), 아제르바이잔(-7), 오만(-8) 다섯 국가뿐이다. 영국의 부패인식지수가 이렇게 급격하게 하락한 원인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일각에선 보수당의 장기집권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보수당은 지난 2010년부터 무려 13년간 집권하고 있다. 보수당의 장기 집권과 부패인식지수 사이의 상관관계는 무엇인가.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7일 런던 다우닝 스트리트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7일 런던 다우닝 스트리트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연합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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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투명성기구 대표 다니엘 부르스는 이번 영국의 부패인식지수를 발표하면서 그 입장을 이렇게 밝혔다

"이번 영국 부패인식지수의 급격한 하락은 영국 (보수당)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집권당 정치인과 공직자의 윤리기준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번의 급격하게 하락한 부패
인식지수가 수상과 내각에 경고음이 돼야 마땅할 것이다. 이번 부패인식지수는 여당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권력남용, 부패, 뇌물이 현재 영국의 큰 문제점임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전 세계가 영국 정부의 윤리기준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번 영국 부패인식지수는 2019년 1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종합된 여러 국제지수를 바탕으로 국제투명성기구가 평가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영국 보수당 정부는 아래와 같은 부패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기 초기 영국정부가 마스크 등 코로나19 예방 장비를 긴급하게 지원 시 도움이 필요한 곳에 지원하기보다는 보수당 정권과 정치적 연줄이 있는 곳을 우선적으로 지원했다. 영국투명성기구는 당시 보수당 정권의 이런 불합리한 행태를 경고하기도 했다.

▲영국중앙정부가 낙후된 지역에 지원금을 배당해 줄 때 공정성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야당인 노동당 지역구보다는 여당인 보수당 지역구에 편중적으로 지원했다. 또한 이 과정에 지역민에게 직접 지원금을 주기 전에 컨설팅회사에 상당한 액수의 세금이 자문료로 지불됐다. 이런 비판에 대해 여당인 보수당 정부 관계자는 '지역구에 노동당 보다는 보수당 지지자가 많아서 보수당이 여당이 된 것이므로 자연스럽게 보수당 지역구에 지원금이 많이 할당된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영국투명성기구 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보수당 정부 각료들이 40건의 장관 직무강령을 위반했다. 하지만 이런 위반사항에 대해 각료들이 아무런 조사나 처벌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수당에 최소 300만 파운드(약 47억 원)의 정치자금을 지원한 인사들이 상원 등 정부 요직을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보수당의 행태에 대해 '뇌물수수', '매관매직'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번 조사에서 덴마크는 90점으로 가장 청렴성이 높은 국가로 1등을 했고 한국은 63점으로 31위를 기록했다. 남수단과 시리아는 13점, 소말리아는 12점으로 가장 부패한 국가로 평가됐다. 영국 73점, 카타르 58점, 과테말라는 24점을 받아서 자국 역사상 올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기록됐다.

"부패인식지수 결과, 놀랄 일 아니다... 공직자 윤리기준 강화 등 필요"

영국투명성기구는 이런 부실한 부패인식지수 결과와 관련해 아래와 같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번 영국 부패인식지수의 급격한 하락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정부의 청렴성과 책임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상의 포괄적인 행동과 조치가 필요하다. 부패인식지수의 하락을 막고 영국이 청렴국가 10위 안에 들기 위해 우리는 정부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한다.

현재 영국 의회에 계류 중인 공직자 청렴 윤리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킴으로써 공직자 윤리 기준을 강화하여야 한다.

강력한 반부패 담당관을 임명함으로써 청렴성과 책임성을 제고하는 수상의 지도력과 진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정부는 국가 반부패 전략을 세우고 발간함으로써 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G7 국가로써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공표해야 한다.


향후 정부조달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이해충돌을 방지하여 국민혈세의 낭비를 막기 위해 코로나19 초기 발생당시 마스크 등 코로나19 예방 장비 배포와 관련하여 전면적이고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그밖에도 보리스 존스 전 수상은(재임 기간 2019년 7월~2022년 7월) 국영방송인 BBC 사장 후보자였던 리처드 샵에게 재정적 자문을 받고 그로부터 80만 파운드(약 12억6000만 원)의 자금을 융자 받은 후 지난 2021년 2월 그를 BBC 사장에 임명한 것이 최근에 드러났다. 현재 BBC 사장 리처드 샵은 이 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또한 2022년 10월 새로운 수상으로 선출된 리시 수낙이 보수당 의장으로 임명했던 나딤 자하위가 2022년 7월 존슨 수상 당시 재무장관으로 근무할 때 국세청으로부터 탈세혐의로 수백만 파운드의 벌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올해 1월 초 밝혀졌다. 이 사건이 뒤늦게 밝혀지자 리시 수낙 수상은 나딤 자하위를 올해 1월 말, 임명 3개월 만에 보수당 의장직에서 해임했다.

현재 영국 수상 수낙은 인도계 영국인이지만 그의 배우자 아카사타 머티는 영국인이 아니라 인도 국적자다. 지난 2022년 4월 머티는 인도 국적자로 1년에 절반 이상을 외국에서 거주했기 때문에 해외(인도)에서의 소득에 전혀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 큰 뉴스거리가 됐다. 참고로 머티의 부친은 인도의 IT재벌이며 머티는 인도회사에 많은 주식과 엄청난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안 됐지만, 당시 영국 국민정서를 고려해 결국 머티는 자발적으로 해외에서의 수입에 대해 영국에 세금을 냈다. 하지만 현재도 그녀는 인도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2022년 9월 6일부터 같은해 10월 22일까지 44일간 재임으로 영국 역사상 최단기 수상으로 기록됐다. 그녀는 취임하자마자 사회복지축소와 부자감세 정책을 도입함으로써 영국기업의 급격한 주가하락, 영국 파운드화의 환율하락을 초래했다. 더불어 영국 국책은행과 세계은행 등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했다. 그녀의 정책으로 보수당의 지지율은 33%에서 21%로 추락했고 노동당의 지지율은 41%에서 54%로 솟구쳤다. 결국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수상 직에서 사임했다. 수낙이 수상으로 선출된 후 현재 보수당의 지지율은 조금 올랐지만 여전히 노동당보다 20%p 이상 낮은 상태다.

덧붙이는 글 | TI-Korea 포럼 뉴스레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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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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