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 MF 이명주(왼쪽)와 제주 유나이티드 MF 구자철의 치열한 공 다툼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MF 이명주(왼쪽)와 제주 유나이티드 MF 구자철의 치열한 공 다툼 순간 ⓒ 심재철

 
축구장에서 서로를 잘 안다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얼마나 치열한 게임 흐름을 만들 수 있는가를 말해주기도 한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제주 유나이티드가 3라운드에서 만나 다시 겨울로 돌아간 듯한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상대 팀의 빈틈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현재 인천 유나이티드를 지휘하고 있는 조성환 감독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그 지도력을 인정받았던 인물이며, 지금 인천 유나이티드의 핵심 멤버로 자리잡은 주장 오반석도 2018년까지 일곱 시즌 내내 제주 유나이티드 유니폼만을 입고 뛴 듬직한 수비수다. 새 시즌을 앞두고 깜짝 이적 소식을 전한 날개 공격수 제르소도 지난 해까지 두 시즌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뛰면서 69게임 13골 9도움의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또 이 게임을 통해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에게 첫 인사를 올린 센터백 권한진도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여섯 시즌을 활약한 수비수다. 

이 정도면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 입장에서 상대 팀 제주 유나이티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면 그 예상이 다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이 축구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처럼 두 팀의 게임 흐름은 좀처럼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최근 10게임 기록만 살펴도 4승 2무 4패였으며, 시즌 첫 승리를 반드시 따내려고 서로 덤벼든 날이었다. 그런데 기구하게도 제주 유나이티드를 떠나 인천 유나이티드 FC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제르소의 왼발 끝에서 짜릿한 결승골이 나왔다. 

조성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2일 오후 4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23 K리그1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 게임에서 보물로 돌아온 에르난데스의 도움을 받은 제르소의 결승골을 끝까지 잘 지켜내 1-0으로 시즌 첫 승리 기쁨을 누렸다.
 
 전반전, 제주 유나이티드의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시도

전반전, 제주 유나이티드의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시도 ⓒ 심재철

 
에르난데스의 기막힌 스루패스 어시스트

어웨이 팀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U22 규정을 지키느라 내세웠던 어린 선수들을 꽤 일찍 불러들였다. 게임 시작 후 15분만에 20살 지상욱, 19살 한종무 대신 서진수와 구자철을 들여보내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양 팀 축구 도사들의 기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이명주-신진호' 듀오를 내세운 인천 유나이티드와 '서진수-구자철' 듀오가 중원에서 여러 차례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운 결승골이 터져나왔다. 중앙선 부근에서 제주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김봉수의 빌드 업 시도를 가로막은 인천 유나이티드 FC 날개 공격수 김보섭이 적극 압박을 펼쳐 빼앗은 공을 에르난데스가 받자마자 앞 공간을 열었다. 동료 제르소의 공간 침투가 빠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에르난데스의 선택이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 셈이다. 이 기막힌 스루패스를 받은 제르소는 전 동료 김오규와 송주훈의 커버 플레이가 따라붙기 전에 왼발 인사이드 킥을 굴려넣었다. 19분 59초에 골 라인을 통과한 것이다.
 
 19분 59초, 인천 유나이티드 제르소의 왼발 결승골 순간

19분 59초, 인천 유나이티드 제르소의 왼발 결승골 순간 ⓒ 심재철

 
이적 후 세 게임만에 친정 팀 골문에 날카로운 골을 성공시킨 제르소는 골 세리머니 대신 만감이 교차한 듯 두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감싸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새로운 단짝으로 떠오른 에르난데스와 제르소는 32분에도 거의 비슷한 패턴으로 빠른 역습을 엮어냈다. 이번에도 에르난데스의 감각적인 스루패스가 제주 유나이티드 수비 라인 뒤쪽을 허물었고 제르소가 달려가 짜릿한 왼발 대각선 슛을 날린 것이다. 비록 이 두 번째 시도는 김동준이 지킨 제주 유나이티드 골문 오른쪽 기둥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났지만 이번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내밀고 있는 '제르소 - 에르난데스 - 김보섭' 공격 라인이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충분히 말해주는 순간이었다.

63분에는 김보섭의 오른쪽 낮은 크로스가 제르소의 오른발을 빛나게 했고, 66분에는 김보섭의 짧은 패스가 에르난데스의 왼발 유효슛을 이끌어냈다. 이런 과정만 봐도 에르난데스가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완전한 복덩이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지난 해 여름 스테판 무고사가 일본 J리그 빗셀 고베로 떠나고 급하게 데려온 에르난데스에게 적응기가 필요할 줄 알았지만 그것은 기우라고 말할 정도로 에르난데스의 공격 기여도는 놀라웠다. 

에르난데스가 FC 서울과 게임을 뛰다가 위험한 태클에 걸려 발목을 크게 다치는 바람에 수술대에 올랐지만 단 8게임만 뛰면서도 4골 4도움이라는 준수한 결과를 이끌어냈고, 거짓말처럼 새 시즌 시작과 함께 돌아와서 3게임만에 1골 1도움을 올린 것이다. 골 결정력도 뛰어나지만 이 게임 결승골 스루패스 어시스트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동료의 장점을 활용하는 연계 플레이에 뛰어난 감각을 지닌 선수다.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FC 에르난데스가 동료 홍시후와 나란히 역습 드리블로 추가골을 노리는 순간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FC 에르난데스가 동료 홍시후와 나란히 역습 드리블로 추가골을 노리는 순간 ⓒ 심재철

 
게임 종료 직전 제주 유나이티드 주장 안현범이 김봉수의 멋진 스루패스를 받아 아찔한 역습을 펼쳐 오른발 대각선 슛(90분)을 날리면서 극장 동점골을 기대했지만 김동헌이 지킨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문 왼쪽 기둥 하단을 때리고 나왔다. 그로부터 5분 전에도 안현범의 번뜩이는 방향 전환 드리블로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줄 알았지만 VAR 온 필드 리뷰 절차를 거쳐 인천 유나이티드 FC 교체 선수 민경현의 파울 상황이 아니라는 번복 결정을 들었기 때문에 제주 유나이티드로서는 막판 추격이 더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렇게 5위(1승 1무 1패 5득점 5실점)로 뛰어오른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18일(토) 오후 2시 광주 FC와의 어웨이 게임을 위해 먼 길을 떠나며, 아직 승리 기록 없는 10위 제주 유나이티드도 같은 날 오후 4시 30분 3위 FC 서울을 제주월드컵경기장으로 불러들인다.

2023 K리그1 결과(3월 12일 오후 4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유나이티드 FC 1-0 제주 유나이티드 [득점 : 제르소(19분 59초,도움-에르난데스)]
- 관중 : 6007명
- 주요 기록 : 슛(인천 유나이티드 13개, 제주 유나이티드 9개), 유효슛(인천 유나이티드 5개, 제주 유나이티드 4개), 
코너킥(인천 유나이티드 3개, 제주 유나이티드 6개), 키패스(인천 유나이티드 7개, 제주 유나이티드 5개)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제르소(75분↔홍시후), 에르난데스(90+5분↔음포쿠), 김보섭
MF : 김도혁(75분↔민경현), 이명주, 신진호(90분↔문지환), 정동윤
DF : 델브리지, 권한진, 오반석
GK : 김동헌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지상욱(15분↔서진수), 유리 조나탄(46분↔진성욱/69분↔김주공), 헤이스(73분↔김승섭)
MF : 이주용, 한종무(15분↔구자철), 김봉수, 안현범
DF : 정운, 송주훈, 김오규
GK : 김동준

2023 K리그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9점 3승 5득점 2실점 +3
2 포항 스틸러스 7점 2승 1무 5득점 3실점 +2
3 FC 서울 6점 2승 1패 5득점 3실점 +2
4 대전하나시티즌 5점 1승 2무 5득점 3실점 +2
5 인천 유나이티드 FC 4점 1승 1무 1패 5득점 5실점 0
6 전북 현대 4점 1승 1무 1패 4득점 3실점 +1
7 수원 FC 4점 1승 1무 1패 3득점 3실점 0
8 광주 FC 3점 1승 2패 1득점 4실점 -3
9 대구 FC 2점 2무 1패 4득점 5실점 -1
10 제주 유나이티드 2점 2무 1패 1득점 2실점 -1
11 수원 블루윙즈 1점 1무 2패 2득점 4실점 -2
12 강원 FC 1점 1무 2패 1득점 4실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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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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