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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우리가 일주일만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에서 이어집니다.
 

편히 쉴 수 없는 휴게공간

- 좁은 곳, 계단 밑에서 쉬거나, 당직 선생님과 함께 휴게공간을 쓰는 등 휴게실이 잘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꽤 보입니다. 휴게공간이나 샤워시설은 잘 갖춰져 있나요?

"용역업체 소속일 때는 지하 어딘가에서 쉬었어요. 주차장 들어오는 도로 옆이 휴게실이어서 점심시간에 차 소리가 시끄러웠고, 비 오면 현관에 물이 들어왔어요. 1층이긴 한데 지대가 낮았고, 소음, 먼지 때문에 창문도 못 열었어요. 지금은 3층에 있던 여직원 휴게실을 우리가 휴게실로 쓰고, 그 옆에 여직원 휴게실을 새로 만들었어요. 기존에 있던 안마의자, 마사지 기계도 그대로 쓰고 있고 잘 돼 있어요.

이건 제가 일하는 곳만의 이야기고, 학교는 학교 사정에 따라 달라요. 잘 돼 있는 곳은 샤워시설도 있지만, 잘 안 돼 있는 곳은 샤워시설은커녕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당직실과 같이 쓰기도 해요. 혼자 쓰지만, 휴지나 세제 같은 물품이 몇 박스 쌓여 있어서 휴게실 한쪽에 치워놓고 좁게 쓰는 학교도 있고, 계단 밑에 휴게실을 만들어놓은 학교도 있어요. 이를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말하니 당장 바뀌었어요. (돌아가신) 노옥희 교육감님이 계실 때 그 말을 듣고는 노하셔서 아직도 그런 곳이 있냐면서 바로 시정됐어요. 울산은 휴게시설이 열악한 곳을 말해주면 교육청에서 바로잡아주겠다고 했어요.

그런 곳은 사람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에요. 조합원들은 조합원 밴드가 있어서 이 사실을 아는데, 노동조합에 가입 안 한 분들은 이런 정보를 전혀 모르죠. 비조합원분들 학교가 특히 휴게시설이 열악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학교 청소노동자 휴게실. 계단 아래에 지어진 휴게실(왼쪽 위), 그 휴게실 내부(오른쪽 위), 샤워실 한켠에 마련된 휴게공간들(왼쪽 아래, 오른쪽 아래)
학교 청소노동자 휴게실. 계단 아래에 지어진 휴게실(왼쪽 위), 그 휴게실 내부(오른쪽 위), 샤워실 한켠에 마련된 휴게공간들(왼쪽 아래, 오른쪽 아래) ⓒ 신재용
 
최근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이나 열악한 실태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다. 초, 중, 고등학교나 유치원도 마찬가지다. 신식 휴게시설과 샤워시설까지 잘 갖춰져 있는 학교가 있으나 그렇지 못한 학교가 더 많다. 샤워시설은 고사하고 휴게실이 없어서 상담실이나 학교운영위원회실을 휴게실 삼아 잠깐 쉬거나, 청소노동자는 주로 오전에 일하고 당직노동자는 오후에 일한다는 이유로 휴게실을 따로 만들지 않고 같이 쓰게 하기도 한다. 휴게실이 너무 좁거나 다른 기계나 물품이 들어와서 공간을 차지하기도 하고, 계단 밑의 남는 공간이나 샤워실 한켠에 칸막이를 치고, 평상이나 의자, 담요를 가져다 놓고 휴게실이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곳들은 휴게실이라고 할 수 없다. 기자는 2년 전, 계단 밑 공간과 샤워실 한켠에 만들어진 휴게실에 간 적이 있다. 4월 초, 중순이었는데도 으스스하고 한기가 돌았다. 바닥에 장판이나 보일러 시설이 없고, 햇볕이 잘 들지 않아서 추웠다. 기자는 30분에서 1시간가량 있었지만, 이들은 일할 때를 제외하면 휴게실에 있다. 종일 몸을 쓰면서 일하는데, 휴게실이 춥고 좁다. 휴게실은 쉬는 곳이기도 하지만, 일하는 동안의 생활공간이기도 하다.

새로 지어지는 학교는 설계부터 청소노동자의 휴게실이 포함되게끔 해야 하고, 기존의 학교도 청소노동자가 단독으로 쓸 수 있는 휴게실이 있어야 한다. 이 안에 여러 설비나 비품도 당연히 갖춰져 있어야 한다.
 
 학교 청소노동자 휴게실. 휴게실 없이 학생 성고충상담실을 휴게실 삼아 쉬거나(왼쪽 위), 두 사람이 근무하면서 제대로 눕지 못할 정도로 휴게실이 좁은데, 쓰지 않는 기계가 놓여 있어 더 좁게 쓰기도 한다(오른쪽 위). 청소노동자와 당직노동자가 휴게실을 함께 쓰는 경우도 있다(아래). 아래 사진 오른편의 당직근무판과 감시 장치가 눈에 띈다.
학교 청소노동자 휴게실. 휴게실 없이 학생 성고충상담실을 휴게실 삼아 쉬거나(왼쪽 위), 두 사람이 근무하면서 제대로 눕지 못할 정도로 휴게실이 좁은데, 쓰지 않는 기계가 놓여 있어 더 좁게 쓰기도 한다(오른쪽 위). 청소노동자와 당직노동자가 휴게실을 함께 쓰는 경우도 있다(아래). 아래 사진 오른편의 당직근무판과 감시 장치가 눈에 띈다. ⓒ 신재용
 
- 청소 일을 하면서 힘들거나 아픈 곳은 없나요?

"청소는 반복적인 작업이에요. 손가락, 손목, 팔꿈치, 어깨로 아픈 곳이 점점 올라가요. 다음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안건으로 청소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다룰 예정이에요. 몇 년 이상 근무했거나, 몇 살 이상 등 기준을 정해서 관련된 검사를 해볼 수 있게요.

그리고 요즘 급식실 선생님들의 폐암 관련한 이슈가 제기됐잖아요. 우리도 복도나 계단을 청소할 때 먼저 한 번 쓸고 밀걸레로 닦거든요. 미세먼지가 많아요. 기준을 만들어서 폐 CT도 찍을 수 있게끔 안건으로 올리려고 해요."

- 청소하면서 가장 힘든 건 뭔가요?

"학교는 학생들이 많잖아요. 화장실을 깨끗하게 쓰지 않으면 힘들죠. 침이나 가래를 함부로 뱉는다던가…. 이런 데서 어려움이 많죠. 밖에도 청소하면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죠. 그런데 샤워를 못 한다든지, 난방시설도 안 돼 있다든지. (휴게실이 열악해서) 쉴 때 불편해서도 힘들죠."

- 산업안전보건위원회(아래 산안보위)에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하고 계시는데요.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궁금해요. 위에서 말한 청소노동자의 고충이 해결된 게 있나요?

"가장 먼저 휴게실을 개선했죠. 안건을 내고, 시설이 열악하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다음은 안전 문제죠. 안전화나 안전용품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죠. 락스 같은 약품도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안전용품이라 하면 안전화, 락스 사용할 때 쓸 수 있는 보호 안경, 마스크, 앞치마, 고무장갑, 코팅장갑 같은 거죠. 전에는 제대로 지급이 안 됐는데 학교에 말하면 바로 받을 수 있게 안건을 통과시켰어요.

약품도 위험성 쪽으로 이야기가 많이 됐는데요. 관리하거나 사용할 때의 여러 기준이 만들어졌죠. 친환경 세제를 쓰게끔도 하고요. 근데 친환경 세제가 가격도 비싸고, 찌든 때가 덜 닦이니까 락스를 많이 쓰더라고요. 안전과 현실 사이에서의 딜레마가 있긴 해요.

교육청에서도 두 달에 한 번 물품을 타는데, 락스는 큰 말통 하나로 타요. 이걸 희석해서 변기 닦을 때 주로 써요. 락스만 단독으로 써야 하는데 다른 세제랑 섞어 쓰시기도 해요. 안전보건교육할 때 많이 설명하는 데도 일하기 편한 쪽으로 하는 분들이 있어요.

노동자가 산안보위에 들어가자 바뀐 것들 
 
 청소노동자들은 학교 곳곳을 청소하면서 옷 색이 바뀔 정도로 독한 세제를 쓰기도 하며(위), 반복해서 쓸고 닦고 걸레를 짜는 과정에서 근골격계 질환이 오기도 한다(아래).
청소노동자들은 학교 곳곳을 청소하면서 옷 색이 바뀔 정도로 독한 세제를 쓰기도 하며(위), 반복해서 쓸고 닦고 걸레를 짜는 과정에서 근골격계 질환이 오기도 한다(아래). ⓒ 신재용
 
산안보위는 실무협의와 본회의로 나뉘어요. 본회의에서는 실무협의에서 이야기된 것들을 의결하고 통과시키고, 그 이전에 실무협의를 두세 차례 해요. 실무협의에도 제가 들어가요. 교육청에 근무하니까 오가는 시간이 들지 않고 노조 관련 일을 바로바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네요. 다음 산안보위에서는 근골격계 질환과 폐질환에 관해서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에요.

산안보위가 벌써 여섯 차례나 열렸다는 게 많은 진전입니다. 개선한 것도 많고요. 안전보건교육을 1년에 네 차례 듣는데, 1, 3분기는 집체교육으로 했고 2, 4분기는 온라인으로 했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집체교육을 원하시더라고요. 온라인으로 들으려면 컴퓨터가 있어야 하는데 집에 컴퓨터 없는 분도 있고, 연세들이 있으셔서 인터넷이나 교육을 혼자 켜고 끄고를 못 하시는 분도 많거든요.

행정실에 부탁해야 하는데 그게 어렵고, 지속적으로 하는 게 아니니까 금방 잊어버리고 다시 물어봐야 하는 게 곤란하다고 하더라고요. 모든 교육을 집체교육으로 하면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인력도 모자라고, 주말마다 담당 부서 공무원들이 나와야 하는데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일단 예산이 없으니 올해는 이대로 하되 내년에 반영해달라고 했어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은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는 게 원칙이나, 유해, 위험 정도나 사업에 따라 적용되지 않기도 한다. 학교도 산안법 조항이 대부분 적용되지 않았으나, 법이 바뀌면서 2020년부터 몇몇 직종에 산안법이 전부 적용됐다. 이를 '현업업무종사자'라고 부르는데 영양사, 조리사 등 급식 관련 직종, 환경미화, 시설관리 등 시설 유지관리 직종, 당직, 통학차량지도 등 경비 및 학생 통학 관련 직종이 이에 해당한다.

산안보위가 교육청 단위로 구성됐고, 현업업무종사자는 안전보건교육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 산안보위는 분기당 한 번 열리는데, 교육감과 산업안전 및 현업업무종사자 담당 부서의 공무원들, 학교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일하면서 생기는 안전과 보건에 관한 사항을 논의한다.

안전보건교육은 분기당 6시간 이상 실시해야 하는데, 집체교육으로 진행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교육으로 바뀌기도 했다. 청소노동자들은 전반적으로 연령대가 높은데, 컴퓨터나 인터넷 등에 익숙하지 않아서 온라인 교육을 듣기 어려워한다.

교육청마다 적어도 30~40개, 많으면 100개 가까운 직종이 있으나 현업업무종사자 직종은 위의 6~7개 정도에 불과하다. 다른 직종은 산안보위나 안전보건교육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현업업무종사자 관련 법령을 없애고, 학교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산안법을 전부 적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이 글을 보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공개채용돼서 들어왔을 때는 교육청은 물론 노조에서도 청소 직종에 큰 관심이 있진 않았던 거로 기억해요. 출근해보니까 노조가 교육청 안에 천막을 쳐놨더라고요. 청소 직종에서 아무도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는데 저는 스스로 가입하겠다고 했어요. 노조에 가입하라는 권유도 없었고요.

지금은 우리 직종이 산안보위에 들어가게 됐고, 사회적으로도 관심이 커졌어요. 안전보건교육도 하고, 노동환경이나 (우리를 보는) 인식도 많이 좋아졌고요.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공무원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그리 좋진 않았어요. 용역업체 소속이었으니까 무관심한 것도 있었고, 인사를 안 받아주시는 분도 있었는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울산은 돌아가신 노옥희 교육감님이 노조 활동 하는데 불편한 점 있으면 말해달라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세월이 바뀌면 점점 더 좋아지리라 생각하고요. 우리 선생님들도 시대가 바뀌었으니 청소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생각을 바꾸셨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도 내가 이 학교를 청소하고 있으니 학교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당당하게 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노동과세계>에도 게재됩니다.


#교육공무직#청소#교육복지#필수노동#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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