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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작은 들꽃들이 하나둘 피기 시작한다. 그리고 경칩(驚蟄)을 지나니 봄처럼 통통 튀어 오르는 개구리들도 만날 수 있다.

처음 큰산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었을 때, 새소리인 줄 알았다. 널따란 묵논 주변을 쩡쩡 울리던 "으히히히(?)" 소리에 두 눈이 동그래졌다. 하지만 인기척 소리에 뚝! 하고 울음소리를 멈추고 호다닥 물속 낙엽 아래로 숨어드니 얼굴을 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녹음한 소리를 들려주니 배트맨에 나오는 악당, 조커의 웃음소리 같다고 한다. 
 
▲ 큰산개구리 울음소리
ⓒ 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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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산개구리는 산개구리 또는 북방산개구리로 불렸는데 2014년 다른 종으로 분류되는 과정에서 큰산개구리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이름대로 우리나라 산개구리 중에서 가장 큰 몸집을 갖고 있다. 10월부터 물이 깊고 속도가 느린 곳의 바위 아래서 동면하다가 2월부터 깨어나 물이 잘 흐르지 않는 논이나 물웅덩이 등에서 주로 번식을 한다.

올해 봄에는 큰산개구리의 소리와 모습을 곳곳에서 듣고 볼 수 있었다. 산과 연결된 논자리, 잘 가꾸어진 수목원 계곡 한 귀퉁이 고인 물, 깊은 산 맑은 계곡 웅덩이에서 만났다. 암컷보다 훨씬 작은 수컷 개구리 여럿이 눈치 게임을 하다가 한 마리가 용감하게 암컷의 등에 올라타고 꼭 껴안고 있었다.
 
1:3 이다. 눈치 빠른 놈이 누구인가?
▲ 큰산개구리 눈치게임 1:3 이다. 눈치 빠른 놈이 누구인가?
ⓒ 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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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나 무게나 차이가 많이 나 보이는 암수, 알을 낳을 때까지 이렇게 다닌다.
▲ 큰산개구리 포접 크기나 무게나 차이가 많이 나 보이는 암수, 알을 낳을 때까지 이렇게 다닌다.
ⓒ 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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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은 번식기가 되면 앞다리가 굵어지고 엄지발가락 안쪽에 발가락에 종기가 난 것처럼 생긴 포접돌기(抱接突起)가 만들어진다. 앞다리로 암컷을 껴안고 포접돌기로 산란관을 자극한다. 암컷이 산란이 끝나고 나도 자국이 남을 만큼 꼭 잡는다고 한다.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정자를 뿌리는 체외수정을 한다. 계곡 웅덩이마다 큰산개구리알들이 수북하다.
 
따뜻한 봄 햇빛을 받으며 곧 깨어날 개구리 알이다.
▲ 큰산개구리 알 따뜻한 봄 햇빛을 받으며 곧 깨어날 개구리 알이다.
ⓒ 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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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큰산개구리들이 낳은 알이 모두 개구리가 되고 수명만큼 살아갈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개구리알은 수생곤충과 오리, 물고기 등의 먹이가 되고 경칩에 깨어난 개구리는 원기회복과 체력증진에 좋다고 사람들이 먹기도 한다.

오늘 검색해 보니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개구리를 판매하며 지역에 따라서는 전문식당도 있다. 또 산란을 마친 부모개구리들과 알에서 자란 아기개구리들이 산으로 돌아갈 때 차가 지나는 도로를 건너다가 로드킬을 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러면 개구리는 모두 사라지는 것일까? 다행히 그렇지도 않다. 개구리보다 더 간편하고 효과 좋은 의약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전국 각지에서 로드킬 당하는 개구리들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보호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의 이런 노력과 변화들이 있으니 자연은 꾸준히 자손을 남기고 우리는 내년에도 큰산개구리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큰산개구리 알에 모여든 수생곤충입니다. 누굴까요? 왜 모여 있는 걸까요?
▲ 너는 누구냐? 큰산개구리 알에 모여든 수생곤충입니다. 누굴까요? 왜 모여 있는 걸까요?
ⓒ 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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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강릉, #큰산개구리, #알,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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