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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글로 알릴 때 '노래를 찾는 사람, 노래로 역사를 쓰는 사람, 노래로 세상을 보는 사람'이라는 문구를 자주 쓴다. 여기서 말한 노래란 주로 1960년대 이전 한국 대중음악을 가리키며, 비슷한 시기 동아시아 대중음악 또는 한국 전통음악 같은 여타 분야도 일부 포함하기는 한다.

나름의 전공이라 할 수 있는 옛 가요 관련 정보를 나누기 위해 2021년부터는 유튜브 채널도 개설해 자료를 올리고 있다. 그런데 쉽게 접할 수 없는 노래와 관련 정보를 올리다 보면 이해할 수 없는 경우를 종종 만나게 된다.

아무런 권리가 없는 이들이 저작권을 주장해 수익을 챙기려 하거나,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을 구분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일단 권리 주장부터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은 분명 다른 영역이므로 구분해 보아야 하며,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좀 더 살펴보겠다.

이해할 수 없는 경우 중 정말 극단적인 예로, 1926년에 음반이 발행된 윤심덕의 <사의 찬미>까지 저작권 주장을 하는 경우가 2년 전에 있었다. 작곡자 이바노비치가 1902년에 사망했고 음반이 나온 지도 100년 가까이 되는데, 무슨 근거로 당당하게 저작권 주장을 하는지, 오히려 궁금해질 정도였다. 정식으로 이의 제기를 하면 대부분 이런 무리한 주장을 철회하기는 하지만, 당혹스러움과 불쾌함은 그대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해할 수 없는 저작권 주장 사례
 
음악 작업(사진과 기사는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음악 작업(사진과 기사는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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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례로 하나 더 얘기해 보면, 1960년대 여성 중창그룹으로 많은 인기를 누렸던 이시스터즈의 대표작 <서울의 아가씨>가 있다. 관련 영상을 올린 때는 2021년 4월이었는데, 한참 시간이 지난 2023년 2월에 저작권 침해 신고가 들어왔다. 확인해 보니 KBS 자회사인 KBS미디어에서 저작권 소유를 주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언뜻 생각해 봐도 말이 안 되는 것이, 1991년에 설립된 KBS미디어가 1967년 자료에 어떻게 권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인가? 좀 더 확인해 본 결과, 사정은 이러했다.

KBS미디어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Again 가요톱10 : KBS KPOP Classic'에 2023년 1월 19일 <7080 여성그룹 모음집>이 게시되었고, 그 가운데 일부로 문제의 이시스터즈 영상이 있었던 것이다. 그에 따라 저작권 침해 신고가 제기되었던 것인데, 이는 오히려 KBS미디어의 주장이 무리한 '지르기' 였음을 보여준다.

이시스터즈 <서울의 아가씨> 영상은 사실 KBS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자료다. 1967년 국립영화제작소에서 만든 일종의 문화영화 <쇼>에 포함된 것이고, 이는 현재 한국정책방송원에서 운영하는 'e영상역사관' 사이트에 공개되어 있다.

그런데 KBS미디어에서는 그 자료를 그냥 가져다가 짜깁기 영상을 만들어 올린 뒤 자기들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자신의 저작물도 아닌 것을 그냥 사용했으면서 오히려 다른 이들에게는 저작권 주장 운운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공영방송 자회사로서 취할 태도는 아니다.

유튜브에서는 저작권 침해 신고가 들어올 경우 이의 제기를 할 수 있고, 제기 이후 30일 동안 권리 주장자 측에서 응답하지 않을 경우 신고가 자동으로 철회된다. 따라서 관련 내용을 조목조목 지적해 유튜브 측에 해명과 이의를 제기한 결과, KBS미디어에서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고 저작권 주장은 자연히 취소되었다.

최근 겪었던 일로 하나 예를 들었지만, 유사한 사례는 사실 너무나도 많았다. KBS미디어뿐만 아니라 콘텐츠 권리 장사로 수익을 노리는 업체들, 관련자들의 이익단체인 여러 협회 등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일단 내 것'이라는 주장부터 하는 식의 모습을 보인다. 저작권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많은 유튜브 이용자는 제대로 문제 제기도 못 하고 그냥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작권법은 창작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중요한 제도적 장치이고, 정당한 권리자에게는 당연히 합당한 수익이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권리가 없다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게 확인되는 경우까지 일단 지르고 보는, 그러다가 들통이 나면 '아님 말고' 식으로 어물쩍 넘기고 마는 행태는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알아야 면장(免墻)'이라는 말도 있지만, 저작권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숙지하고 있어야 유튜브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런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가 있다. 그리고 꼭 유튜브가 아니라도 저작권법에 대한 이해는 일상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창작자 보호 저작권법, 악용하면 안 돼

한국에서 저작권법이 처음 공포된 때는 1957년 1월이다. 그전에는 저작권을 논할 기본적인 틀 자체가 아예 없었던 셈이다. 이후 저작권법은 30년 동안 그대로 유지되다가 1986년에 대폭 개정되어 1987년 7월부터 새로이 시행되었다.

이때 저작권 보호 기간이 작자 사후 30년에서 50년으로 늘어났고, 창작자뿐만 아니라 기타 기여자들의 권리도 저작인접권으로 정식 인정되었다. 대중가요로 예를 들자면 작사자와 작곡자, 편곡자가 사후 50년까지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었고, 가수나 연주자 그리고 음반을 제작한 음반회사도 권리 주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1987년 저작권법은 24년이 지난 2011년에 또 대폭 개정되었는데, 이때 저작권과 저작인접권 보호 기간이 70년으로 늘어났다. 그에 따라 저작권은 작자 사후 70년 동안, 저작인접권도 실연 행위나 음반 발행 이후 70년 동안 유효하게 되었다. 2011년 저작권법은 2013년 7월(저작권), 8월(저작인접권)부터 시행되었고, 지금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다.

특별한 예외 조항을 명시하지 않는 이상 모든 법이 다 그렇지만, 2013년부터 시행된 저작권법에서도 소급 적용은 인정하지 않는다. 예컨대 작자가 1962년에 사망한 경우 개정 이전 법에 따라 1963년부터 2012년까지 사후 저작권이 유효한데, 2013년 7월 이전에 50년 보호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그것을 다시 70년으로 연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저작인접권도 마찬가지여서, 1962년에 발행된 음반은 2012년에 권리 유효 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연장 없이 권리가 소멸하게 된다.

현행 저작권법 내용은 당연히 온라인상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유튜브에 음악 관련 동영상을 게시할 경우 저작권 검토 절차를 반드시 거치게 되어 있고, 저작권이 소멸하지 않은 내용을 올릴 경우 그 수익이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도록 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별다른 문제가 눈에 띄지 않지만, 실제 상황은 앞서 예로 든 바와 같이 법과 제도가 규정한 것과 다른 경우가 많다.

법 지식 미비의 틈을 노려 저작권법 위반으로 압박을 가하고, 정당한 권리도 없으면서 일단 지르고 보는 태도는 아무래도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저작권법은 오히려 부당한 수익 창출을 조장하는 무법천지의 도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태그:#저작권, #저작인접권, #유튜브, #KBS미디어, #이시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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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찾는 사람, 노래로 역사를 쓰는 사람, 노래로 세상을 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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